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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압구정동 K스포츠 빌딩. 지난해 7월 리모델링에 들어가 12월 재개장했다.
 서울 압구정동 K스포츠 빌딩. 지난해 7월 리모델링에 들어가 12월 재개장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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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이 '김무성 사돈'인 거 다 아는데 별 수 있나요? 입당 안 하면 찍히는데."

지난해 9월 압구정동 'K스포츠'를 그만둔 A씨의 하소연이다. A씨는 지난해 7월 회사 요청으로 새누리당 입당원서까지 냈지만 한 달여 뒤 그에게 돌아온 건 사직서 요구였다. 회사가 지난해 7월 중순부터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가면서 인원을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새누리 입당시키고 당비 대납 의혹, 선관위 "선거법 위반 소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사돈 관계인 김아무개 회장이 회사 임직원들을 새누리당에 입당시키고 6개월 치 당비까지 대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김 회장은 자신과 회사는 관련이 없고, 직원들이 개인적으로 벌인 일이라고 반박했다.

지난해 7월 김 회장이 운영하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대형 스포츠센터 임직원들이 새누리당에 한꺼번에 입당했다. 김 회장 막내 사위는 김무성 대표 친조카로 김 회장과 김무성 대표는 서로 '사돈' 관계다. 김무성 대표 조카 며느리인 김아무개씨는 현재 이 회사 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해 12월 14일 스포츠센터 재개장 행사에도 김 회장 사돈인 자신의 친형과 함께 참석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당시 김 대표는 내외빈 앞에서 김 회장과 자신이 사돈 관계라고 스스로 밝혔다고 한다.  

지난해까지 'K스포츠'에서 간부로 일하다 그만둔 B씨는 "지난해 7월 중순쯤 리모델링 공사를 앞두고 회사에서 전 직원들에게 새누리당 당원으로 가입하라고 입당원서를 나눠줬다"라면서 "일부 젊은 직원들이 반발하기도 했지만 회사에 계속 남는 임원이나 간부급 직원들은 대부분 입당원서를 썼다"라고 전했다.

당시 'K스포츠'는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를 앞두고 어수선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회사는 왜 그 시점에서 새누리당 입당을 제안한 것일까?

B씨는 "당시 회사가 수영장을 없애는 데 반발한 일부 스포츠센터 회원들이 강남구청에 민원을 넣는 바람에서 공사가 계속 지연됐다"라면서 "당시 회사에서 강남구청과 문제를 해결하려고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새누리당 입당을 부탁받았다고 들었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간부 C씨도 "7월 초에 새누리당 지역구 의원쪽에서 입당원서를 들고 회사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 뒤 회사가 직원들에게 입당원서를 돌렸다"라면서 "당시 회장과 사장 지시로 부장급 이상 간부들은 거의 의무적으로 (입당원서를) 썼고 6개월치 당비 1만2000원을 현금으로 미리 주는 조건으로 일반 직원들도 설득해 가입시켰다"라고 밝혔다.

당비 대납 의혹을 받고 있는 K스포츠 직원 C씨의 새누리당 당비 납부액 인터넷 조회 내용(위)과 당비 영수증(아래). 서울/ 강남갑 소속으로 돼 있고 지난해 8월부터 매달 2000원씩 새누리당 CMS계좌로 빠져나가고 있다.
 당비 대납 의혹을 받고 있는 K스포츠 직원 C씨의 새누리당 당비 납부액 인터넷 조회 내용(위)과 당비 영수증(아래). 서울/ 강남갑 소속으로 돼 있고 지난해 8월부터 매달 2000원씩 새누리당 CMS계좌로 빠져나가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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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당비 6개월 치 선지급, 아직도 CMS 계좌로 빠져나가" 

<오마이뉴스>는 K스포츠 전·현직 임직원들 7명을 직접 확인했다. 이중 당시 회사 권유로 새누리당에 입당한 직원이 5명, 권유를 받고도 입당하지 않은 직원이 1명이었고, 입당 권유 사실 자체를 부인한 직원도 1명 있었다. 이들은 당시 직원 40~50명 가운데 임원과 중간 간부, 관리직 직원을 중심으로 20명 정도가 새누리당에 입당했다고 추정했다.

이들의 당비 영수증을 확인한 결과 '서울/강남구갑' 소속으로 돼 있고 지난해 8월 13일부터 매달 당비 2000원이 새누리당 CMS 계좌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새누리당에 입당한 5명 가운데 4명은 6개월 치 당비를 회사에서 현금으로 받았다고 진술했다. 3개월 만에 탈당한 직원도 1명 있었지만, 2명은 회사를 그만둔 뒤에도 미처 탈당하지 않아 아직도 당비를 내고 있었다.

K스포츠 직원 D씨의 새누리당 당비 납부 영수증. 회사 주소로 돼 있다.
 K스포츠 직원 D씨의 새누리당 당비 납부 영수증. 회사 주소로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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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지금도 K스포츠에서 일하고 있는 D씨는 "당시 회사에서 별다른 강요는 없었고 일반 직원들은 입당 원서를 거의 쓰지 않았다"라면서 "나 같은 경우 여기에 남아 계속 일해야 하고 어차피 회사에서 당비를 지원 받으니 중간에 (자동이체를) 끊으면 된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9월쯤 그만둔 E씨도 회사에서 입당 권유를 받았지만 가입하지 않았다. E씨는 "입당 권유가 합당하지 않다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때는 이미 회사를 떠나려고 마음먹은 뒤여서 가입하지 않았다"라면서 "회사에서 강요하진 않았지만 계속 회사에 남을 생각이었다면 불이익을 생각해서라도 가입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현재 K스포츠 관계사 임원으로 남아있는 F씨는 지난 5일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에서 "나는 회사에서 새누리당 입당을 권유받은 적이 없다"라면서 "본인이 싫다는데 어떻게 당원으로 가입시킬 수 있겠나"라고 의혹을 부인했다. 직원 부당 해고 논란에 대해서도 F씨는 "(리모델링하면서) 회사가 어려운데 구조조정해야지 어쩌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젠 다른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A씨 통장에선 6개월 넘게 당비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A씨는 "당시 강압적인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회사에 계속 남는 임직원들은 회사에서 하라는데 안 하면 불이익이 있을까 우려하기도 했다"라면서 "그동안 당비가 빠져나가는 것조차 잊고 있었는데 이참에 끊어야겠다"고 밝혔다.

비자발적인 당원 모집은 물론 당비 대납은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 공직선거법(제114조, 제115조)은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 가족뿐 아니라 제3자도 후보자나 소속 정당을 위해 기부 행위를 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해 8월 선거법 위반 사례를 안내하면서 한 회사 대표가 특정 후보자를 위해 당비 22만 원을 대납하고 직원 11명에게 입당을 권유한 사례를 들었다. '당비 대납' 역시 불법 기부 행위로 보고 있는 것이다.

또 정당법(제42조 강제입당 등의 금지)에도 "누구든지 본인의 자유의사에 의하는 승낙 없이 정당 가입 또는 탈당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31조(당비) 2항에는 "정당의 당원은 같은 정당의 타인의 당비를 부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11일 "정당 대표의 사돈은 공직선거법에 규정한 '후보자 가족'에 해당하지 않지만 제3자라고 해도 선거 입후보 예정자를 위해 당비를 대납해 줬다면 선거법 제115조 위반 소지가 있다"면서 "다만 구체적 법 적용 여부는 지역선관위에서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라고 밝혔다.  

김 회장 "회사 차원에서 한 일 아냐"... 새누리당도 "사실 무근" 

이에 김 회장은 12일 오전 <오마이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누가 개인적으로 직원들에게 당원 가입을 권유했는지는 몰라도, 회사 차원에서 권유하거나 당비를 대신 내준 적은 없다"라면서 "나는 전혀 모르는 일이고 내가 지시한 적도 없다"라고 입당 권유나 당비 대납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지역구 의원 요청이 있었다는 직원들 주장 관련 '강남갑'이 지역구인 심윤조 새누리당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해 심 의원이 K스포츠에 한번도 찾아간 적이 없고 지난해 12월 K스포츠 리뉴얼 행사에도 다른 일정이 있어 참석하지 않았다"라면서 "우리 쪽에서 입당을 권유했다는 건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김 회장은 "심윤조 의원은 개인적으로 잘 알지만 국회의원에게 그런 걸 부탁하겠나"라면서 "당이나 지구당에서 누가 지인에게 개인적으로 (당원 가입을) 부탁했는지는 몰라도, 심 의원이 그런 부탁을 한 적은 없다"라고 거듭 부인했다.

K스포츠에서 국회의원을 동원해 회원 민원을 무마하려 했다는 주장에 대해 이호현 강남구청 문화체육과장은 "당시 일부 회원들이 수영장 폐쇄에 반대하는 민원을 제기해 리모델링 공사가 20일 정도 지연된 건 맞다"라면서도 "구청에서 조정에 나서 수영장을 없애는 대신 규모는 작지만 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도록 회사와 회원들이 합의해 공사가 재개된 것이지 외부에서 어떤 압력이 있었던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무성 대표에 대해서도 김 회장은 "직접적인 사돈도 아니고 (김 대표) 조카가 사위일 뿐 가까운 관계는 아니다"라면서 "재개장 행사에 온 것도 내가 5년간 중국 칭타오 한인회장할 때 (당시 한중의원외교협회 회장이던) 김 대표와 맺은 개인적 인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쪽 관계자도 "우리 지역구(부산 영도구)도 아닌데 단지 대표 사돈이 운영하는 기업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관련 짓는 건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40여 년 전 보석가공업으로 출발한 김 회장은 중국 칭타오에 큐빅 가공 공장을 세우고 미국 시장에도 수출하며 매년 500억~600억 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또 서울 압구정동과 신사동 빌딩, 안산 스포츠센터 등 부동산 자산만 수천억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그:#당비 대납, #새누리당, #김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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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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