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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지키는 소나무 강릉에서는 바다내음과 솔향을 같이 맡을 수 있다.
▲ 바다를 지키는 소나무 강릉에서는 바다내음과 솔향을 같이 맡을 수 있다.
ⓒ 권정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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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핀 경포호길 벚꽃이 만발한 봄날, 사람들이 바우길 5구간에 속하는 경포호수를 걷고 있다
▲ 벚꽃핀 경포호길 벚꽃이 만발한 봄날, 사람들이 바우길 5구간에 속하는 경포호수를 걷고 있다
ⓒ (사)강릉바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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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그곳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든든하고 바다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늘 위안이 된다. 늠름하게 뻗은 소나무 숲을 거닐다보면 생각의 깊이는 저절로 더해진다. 강릉에 있어 가장 좋은 점은 조금만 벗어나도 산과 바다 그리고 숲과 계곡이 있다는 것이다. 언제든 마음 내킬 때 위로가 필요할 때 찾아갈 수 있는 자연이 가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받은 일인지 강릉을 떠나서야 알게 되었다.

힐링로드, 바우길을 아시나요?

남항진에서 경포까지 바닷가를 따라 자리한 솔숲을 걷는 길, 요즘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길이다. 예전에 이 길은 곳곳에 들어선 군부대와 무성한 소나무 숲 때문에 낮에도 어두컴컴하고 음침했다. 짓다만 건물이 방치되고 그곳에서 강력사건이 일어난 이후에는 간혹 운전 연수하는 차량이 오갈 뿐 음산한 그 길을 따라 여유있게 걷는다는 것은 누구도 엄두내지 못할 일이었다. 그러다 소나무들이 정비되고 숲 속에 산책길과 벤치들이 하나 둘 놓이면서 어느새 이 길은 수많은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힐링 로드가 되었다.

푸른 동해를 지척에 두고 빼곡한 소나무가 하늘을 장식하고 있는 이 길은 동해안을 수놓는 트레킹 코스, 바우길의 다섯 번째 구간으로 '바다호숫길'로 불리기도 한다. 사천진리 해변공원에서 바다를 따라 남쪽으로 쭉 이어지는데, 경포해변과 경포호수를 거쳐 허난설헌이 태어난 초당마을을 지나 남항진까지 다다르면 모두 16km에 이른다.

치유의 길, 바우길

소나무 숲 힐링로드라는 이름답게 바우길을 걸으면 산림욕을 즐길 수 있다
▲ 소나무 숲 힐링로드라는 이름답게 바우길을 걸으면 산림욕을 즐길 수 있다
ⓒ 권정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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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의 바다와 산천을 아우르는 대표 트레킹 코스. 강원도와 강원도 사람을 친근하게 부를 때 감자바우라고 부르듯, 바우길 역시 강원도의 산천답게 자연적이며 인간 친화적이다. 바우(BAU)는 또 바빌로니아 신화에 나오는 건강의 여신 이름이기도 하다. 손으로 한 번 어루만지는 것만으로도 병에서 낫게 해주는 위대한 여신 바우의 축복처럼 바우길을 걷는 사람 모두 저절로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길 위에 담았다.

<바우길에서 찾는 다채로운 매력>

① 전체 21개의 구간이 있으며 울트라 바우길부터 대관령 옛길까지 수준과 취향에 맞게 골라 찾을 수 있다.
② 바우길의 70% 이상에 금강소나무가 빼곡하게 자라고 있다. 숲 속의 그늘길을 걸으며 삼림욕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③ 신사임당이 어린 율곡을 앞세우고 걷던 길, 송강 정철이 관동별곡을 남긴 길 등 역사와 문화를 읽으며 걸을 수 있다.

<안전한 바우길 걷기>

① 걷기 전에 구간 정보를 충분히 익히고 걷는 동안에는 안내판, 이정표 등을 살펴 현재 위치정보를 알아둔다.
② 혼자일 때는 각 구간의 출발 시간을 오전 9시로 맞춰서 가급적 다른 이와 함께 걷는다.
③ 혼자 걷게 되면 수시로 자기 위치와 안전 여부를 가족이나 지인에게 알려준다.
④ 여성이 혼자 여행할 때는 가급적 여성전용숙소나 검증된 숙소를 이용한다.
⑤ 여름에는 오후 6시 이전, 겨울에는 오후 5시 이전에 걷기를 마무리한다.
⑥ 울트라바우길, 계곡바우길은 거친 산행길이므로 반드시 산행 경력자와  동행한다.
⑦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비상연락처(경찰 112, 강릉바우길 033-645-0990)를 꼭 갖고 다닌다.

함께 걸어 좋다! 바우길 걷기 모임(www.baugil.org 참조)
(사)강릉바우길에서는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 순차적으로 바우길 전 구간을 함께 걷고 있다.

바우길 준비물 비교적 걷기 편한 코스라 편한 신발과 물통 하나면 된다.
▲ 바우길 준비물 비교적 걷기 편한 코스라 편한 신발과 물통 하나면 된다.
ⓒ 권정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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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남항진에서 안목, 송정을 거쳐 강문, 경포를 지나 사근진까지 걷기로 한다. 먼저 이른 아침 초당 두부마을에서 헛헛한 속을 채우고 나서 오늘의 시작점 남항진으로 출발하는 코스로 잡았다. 아침에 바우길 5구간을 걸을 때는 북쪽을 향해 걸어야 햇살을 얼굴로 받지 않고 걸을 수 있어 걷기 편하다.

바우길을 걸을 땐 편한 신발과 물통하나, 그리고 작은 배낭 하나면 족하다. 길을 따라 강릉을 대표하는 맛집과 커피숍이 즐비해 따로 먹거리를 준비할 필요도 없다. 싱싱한 해산물과 강릉을 대표하는 토속음식들, 대를 이은 비법과 이야기가 전해오는 밥집과 커피까지 섭렵하다 보면 걷기가 때론 맛집 탐방으로 이어지곤 한다.

구수한 콩내가 퍼지는 초당마을의 새벽

초당 허난설헌 생가 초당이라는 마을 이름은 허난설헌의 아버지 허엽의 호에서 유래되었다.
▲ 초당 허난설헌 생가 초당이라는 마을 이름은 허난설헌의 아버지 허엽의 호에서 유래되었다.
ⓒ 권정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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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바우길 걷기에 앞서 이른 아침 허기를 달래기 위해 찾은 곳은 초당마을이다. 두부로 이름난 이곳은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의 아버지인 허엽의 호, 초당에서 그 이름이 유래됐다. 강릉으로 부임을 온 허엽이 집 앞의 맛 좋은 샘물로 콩을 쑨 후 깨끗한 바닷물로 간을 맞추어 두부를 만들게 했는데, 이렇게 만든 두부의 맛이 좋기로 소문나자 두부에 자신의 호 '초당(草堂)'을 붙이도록 했고 마을 이름도 초당이 되었다고 전해온다.

음식에 조예가 깊은 것 역시 부전자전인 걸까? 아들 허균 역시 전국 8도의 식품과 명산지에 관하여 적은 책 <도문대작 屠門大嚼>을 펴냈다. <도문대작>은 귀양지에서 매일 거친 음식을 먹게 된 허균이 전에 먹었던 산해진미를 떠올리며 생각나는 대로 적어놓은 우리나라 최초의 음식비평서이다.

지금도 초당 솔밭에는 허균과 허난설헌이 태어난 생가터가 남아 있어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고 있다. 명문장가로 알려진 허엽과 허균 부자는 이렇듯 음식에서도 누구보다 큰 족적을 남겼다.

초당두부 초당두부마을은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지정한 음식테마거리 중 하나이다. 초당두부는 일반두부보다 모가 크다.
▲ 초당두부 초당두부마을은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지정한 음식테마거리 중 하나이다. 초당두부는 일반두부보다 모가 크다.
ⓒ 권정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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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마을 초당은 그 어느 곳보다 하루를 일찍 연다. 오전 2~3시면 두부집들이 불을 피우고 콩을 삶아야 하기 때문이다. 여명이 트기도 전에 시작된 두부집의 하루는 밀려드는 아침 손님들을 맞이하며 활기를 이어간다.

초당의 두부집들은 대부분 30~40년 이상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2~3대를 이어 하는 곳도 많다. 현대로 이어지는 초당두부의 기원은 한국전쟁 무렵으로 보는 것이 정설이다. 당시 강릉 일대의 청년들이 치열한 격전지였던 동부전선에 투입되면서 많은 전사자가 발생했다. 그때 남편을 잃고 생계가 막막해진 아낙네들이 마을에서 많이 나는 콩으로 두부를 만들어 장에서 팔기 시작했다. 초당 두부를 찾는 사람들이 늘자 마을에는 직접 만든 두부를 파는 식당들이 생겨났고 식당들이 하나둘 늘어 현재의 초당두부마을이 만들어졌다.

초당 아낙네들은 새벽에 만들어 따끈따끈한 두부를 담은 커다란 함지를 머리에 이고 시내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와 두부를 팔곤 했다. 어려서 엄마 심부름으로 시장에 초당 두부를 사러 간 적이 많다. 엄마는 늘 모퉁이가 아닌 반듯하고 좋은 모를 골라 사오라고 당부하셨고 나는 행여 두부 모가 으깨질까 두부 담은 비닐봉지를 두 손으로 공손히 모시고 조심조심 걸어 집으로 오곤 했다.

콩물에 바닷물을 더해 정성으로 빚어내다

강릉 사람들은 자신의 단골 두부집이 하나씩 있어 손님이 오면 그곳으로 안내하곤 한다. 오늘 찾은 곳도 그런 단골들이 많기로 소문난 초당할머니 순두부집이다. 옛집을 그대로 수리해 놓아 낮은 천장과 작은 방들이 이어져 있는 시골집의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진다. 벽면에는 매스컴에 출연한 기사와 사진이 여러장 붙어 있다.

순두부백반과 모두부, 얼큰째복순두부를 주문했다. 순두부는 고소하고 부드러워 아침 식사용으로 그만이다. 동해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민들조개, 째복이 들어간 얼큰째복순두부는 칼칼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술꾼들의 쓴 속을 달래주기에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하지만 바닷물을 간수로 쓰는 초당두부의 진미를 맛볼 수 있는 것은 모두부다. 부드러우면서도 탱탱함이 느껴지는 질감과 깊은 맛이 입안 가득 전해온다.

초당두부 만들기 김영한 사장(초당할머니 순두부)이 옛방식 그대로 두부를 만들고 있다.
▲ 초당두부 만들기 김영한 사장(초당할머니 순두부)이 옛방식 그대로 두부를 만들고 있다.
ⓒ 권정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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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마침 두부 만들기가 한창이다. 보자기를 걸어놓고 콩물을 걸러내느라 아이 키만큼 큰 주걱으로 열심히 젓고 또 젓는데 뜨거운 김이 올라와 사람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초당할머니 순두부는 1979년, 초당 솔밭에 있는 두 평 남짓 작은 가게에서 출발했다. 1994년 지금의 자리로 이전했고 지금은 돌아가신 어머니(박응순 여사)의 뒤를 이어 아들 김영한씨 부부가 2대째 이어가고 있다.

김영한씨는 '이 지역에서 나는 질 좋은 콩만 골라 쓰고 다른 것은 일절 넣지 않고 깨끗한 바닷물을 간수로 이용하는 게 특별한 두부 맛의 비법'이라고 한다. 지금도 하루 두세 번씩 어머니로부터 배운 방법 그대로 두부를 만들고 있다. 어느새 두부가게를 물려받은 지도 수십 년, 이젠 자신만의 기술과 노하우가 더해졌다고 말한다.

뜨거운 콩물과 씨름을 하는 주인장의 옷이 금세 땀으로 흠뻑 젖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손님이 한마디 한다.

"저 땀이 들어가야 두부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거야."

초당할머니순두부 순두부백반과 얼큰째복순두부
▲ 초당할머니순두부 순두부백반과 얼큰째복순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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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강릉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기획하고 파랑달협동조합이 제작한 여행 책자 <다섯가지 테마로 즐기는 강릉여행, 2015>에 중복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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