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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단체협약에 따라 미화직 조합원들에게 미끄럼 방지 장치가 되어 있는 작업화 연 1족, 작업복(동하계) 각 1벌을 지급하여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한다. 작업복 및 작업화 선정 시 사전에 샘플 등을 제공해 작업환경에 적정한 작업도구가 지급될 수 있도록 노사 협의한다.' - 2015년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광운대학교분회 사업장 보충협약 합의서 제4조 제1항

지난해 11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 광운대분회(광운대분회)의 운영위원회가 한창 진행될 때였다. 최수연 분회장에게 전화가 왔다. 발신자는 현장 소장이었다. 소장은 최 분회장에게 대뜸 옷 치수를 물어봤다. 소장의 질문에 최 분회장은 기가 찼다. 그동안 업체가 근무복을 선정하는 일에 노동조합과 제대로 상의한 적이 없었는데, 뜬금없이 옷 치수부터 묻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 이야기는 곧 뒤집어 말하면 근무복이 결정됐단 의미였다. 업체의 의도를 눈치챈 최 분회장은 소장에게 근무복이 결정됐는지를 따져 묻기 시작했다. 소장은 그제야 겨울용 근무복이 정해졌다고 알려왔다. 사실상 통보였다.

그 순간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의 약속이 담긴 2015년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집단교섭 단체협약(단체협약)의 제60조 제5항은 유야무야됐다. "근무복, 작업화, 안전장비 및 소모품 등은 반드시 시험 사용 후 그 적절성이 증명되었을 때 조합의 동의를 거쳐 현장에 도입한다"는 문구는 사용자의 눈에 잘 보이지 않나 보다.

최 분회장은 소장에게 항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체는 청소노동자들에게 근무복을 지급했다. 겨울용 근무복을 받아든 청소노동자들은 의아했다. 자신들의 의견조차 제대로 묻지 않은 채 근무복이 지급됐기 때문이다. 작업복을 입는 건 결국에 청소노동자이지 않은가. 지급 시한도 두 달이나 지난 상태였다.

작업화에 철수세미를 끼우고 일하는 이유

 내가 창문틀을 닦고 있다.
 내가 창문틀을 닦고 있다.
ⓒ J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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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노동자들이 겨울용 근무복을 입고 일한 지 2개월 정도가 지나간다. 노조의 동의없이 선정된 근무복에 불편한 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청소노동자에게 근무복이 얼마나 중요한데요. 신체를 많이 사용하잖아요. 제대로 갖춰진 옷을 입어야 일에 효율이 생겨요. 그렇지 않으면 몸이 고생해요. 그래서 우리는 신축성과 흡수성 등 다양한 기능을 가진 근무복이 필요하거든요. 하지만 우리가 입고 일하는 옷은 등산복인데도, 기능성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우선 땀이 나도 전혀 흡수가 안 돼요. 습기가 잘 마르지 않는 거죠. 신축성도 없어요. 몸을 움직일 때 불편해요. 추운 날씨에는 보온이 잘 안 돼서 내복을 껴입으면 답답한 느낌이 들어요. 디자인도 별로예요. 근무복의 지퍼 끝 부분이 목을 자꾸 긁을 때도 있고요. 청소할 때 정말 걸리적거리죠. 다른 부분에서도 문제가 많아요."

변선영 사무장의 이야기다. 나도 직접 근무복을 입고 청소해보니, 문제점이 노출됐다. 물론 겉으로 봤을 때는 여느 아웃도어와 비슷했다. 하지만 아웃도어란 이름이 무색할 정도였다. 기능적 요소를 찾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선배들의 애로 사항을 몸소 실감했다. 청소하기에는 대체적으로 불편한 옷이었다.

"이거 시장에서 만 원에 사온 거 아니에요?"

선배들이 근무복에 대해 불편한 점을 이야기하는 건 노조원의 의견을 무시한 채 관리자가 마음대로 옷을 고른 결과다. 비용 문제 때문일까.

 지난여름에 청소노동자가 하계용 근무복을 입고 계단 난간을 닦는 모습이다.
 지난여름에 청소노동자가 하계용 근무복을 입고 계단 난간을 닦는 모습이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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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작업복은 동·하복 각각 한 벌씩 지급됐다. 여름용 근무복도 겨울용처럼 노조와 상의없이 결정됐다. 하복은 연두색의 얇은 조끼다. 통풍도 제대로 되지 않는 비닐 소재다. 역시나 여름용 근무복도 부족한 점이 많다. 전반적으로 동·하계용 근무복에 모두 문제가 있는 듯싶다.

원래라면 동·하계 근무복은 각각 한 벌이 더 지급돼야 한다. 청소를 하면 필연적으로 땀이 나고, 오물이 묻기 마련이다. 필연적으로 냄새에서 자유롭지 않다. 여벌이 없으면 매일 세탁하는 게 불가능하다. 빨래를 해도 건조할 시간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잘못하면 마르지도 않은 옷을 입는 경우가 발생한다.

단체협약 제60조 제1항을 보면, "회사는 조합원에게 양질의 근무복을 1년에 하복 및 동복을 각각 2벌씩 지급"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켜지지 않고 있다. "1벌을 지급하라"는 보충협약은 청소노동자들의 절박한 심정에서 나온 협상안이었다. 한 벌이라도 제대로 갖춰진 작업복을 받으려는 최소한의 요구였다. 하지만 현실은 양질의 근무복 한 벌도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여름 대청소 때 청소노동자가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철수세미를 장화에 끼고 물청소하는 모습이다.
 지난여름 대청소 때 청소노동자가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철수세미를 장화에 끼고 물청소하는 모습이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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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 일이란 게 겉보기에는 쉬워 보여도 힘들고 험하다. 특히나 화장실은 산업재해가 많이 벌어지는 공간이다. 이를테면 비누칠한 바닥에서 미끄러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미끄럼 방지 장치가 있는 작업화가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청소노동자는 겉에 털이 달린 고무 소재의 신발을 신고 청소한다. 미끄럼 방지 장치도 없는 질 나쁜 작업화를 지급받은 것이다.

"비누칠한 바닥에서 넘어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해요. 요즘 같은 겨울에는 눈이나 비가 오면 1층 로비를 청소하다 미끄러지는 경우도 있고요. 살얼음이 얼을 때가 있거든요. 그걸 방지하려면 안전화가 필요해요."

방학 때마다 이뤄지는 대청소 기간에 선배들은 물청소를 한다. 조심하지 않으면 미끄러지기 십상이다. 여러 세제가 섞인 물을 뿌려놓고 청소하기 때문이다. 나는 지난번 대청소 때 정말로 비누칠한 바닥에서 몇 번이나 미끄러질 뻔했다. 그 결과 고육지책으로 철수세미를 신발에 끼고 돌아다녀야 했다. 업체에서 안전화를 지급하지 않자 청소노동자들이 생각한 아이디어다. 아직도 현장은 너무나 열악하다.

"회사가 언제쯤 안전화를 줄지 잘 모르겠네요."

단체협약 제60조 제3항을 보면, 회사는 "청소 업무를 하는 조합원에게 미끄럼방지 기능을 가진 작업화를 별도로 지급"해야 한다. 이 문구가 공허한 이유는 뭘까. 안전화는 현재까지 깜깜무소식이다. 지금도 청소노동자들은 산재를 달고 산다.

지금도 '불편한 옷' 입고 '불안한 신발' 신는 청소노동자들

 청소노동자가 최근에 지급받은 동계용 근무복을 입고 눈을 쓰는 중이다.
 청소노동자가 최근에 지급받은 동계용 근무복을 입고 눈을 쓰는 중이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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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부가 무슨 좋은 옷이 필요해?"

지금은 퇴직하고 없는 예전 소장으로부터 선배들이 들은 이야기다. 또 누군가는 이 소장의 말처럼 "청소노동자들에게 왜 양질의 근무복과 작업화가 필요하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이런 주장들 모두가 직업에도 귀천이 있단 방증은 아닐는지.

그렇다면 청소노동자들이 정말로 무리한 요구를 하는 걸까. 나는 단언컨대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그도 그럴 것이 육체일을 하는 청소노동자에게 근무복과 안전화는 중요한 존재다.

청소노동자들은 청소할 때 신체를 자주 쓴다. 밖에서 일하는 만큼 계절의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오물과 마주하는 건 기본이다. 유해물질을 만지다 보니 피부병의 위험도 있다. 이 모든 상황과 직접 대면하는 건 결국 근무복이다.

한편으로 근무복은 청소노동자들의 얼굴이나 다름없다. 사람들이 청소노동자를 처음 봤을 때 시선을 두는 곳이 바로 근무복이기 때문이다. 근무복을 선정할 때 질적 요소만큼이나 외부 디자인 또한 중요한 이유다.

안전화도 마찬가지다. 청소노동자들은 언제 어디서든 미끄러운 곳과 마주한다. 화장실에서 비눗물로 청소하다 넘어질 것을 우려한다. 대청소를 진행할 때는 혹시나 미끄러질까봐 조마조마하다. 겨울에는 살얼음이 있는 곳에 나도 모르게 미끄러질 가능성에 불안하다. 안전화는 이런 위험으로부터 노동자를 지켜준다. 최소한 청소하는 데에 적합한 작업화가 제공돼야 한다.

"작업복이 불편하다고 호소하는 조합원들이 많아요. 우리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결과죠. 안전화도 얼른 지급됐으면 좋겠어요. 터무니없이 값비싼 옷과 신발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에요. 지금 당장 일할 때 편한 양질의 근무복과 산업재해를 당하지 않을 작업화가 필요한 것뿐이에요."

청소노동자들에게 최소한 인간답게 일할 권리를 보장해줘야 한다. '불편한 옷'을 입고 '불안한 신발'을 신은 채 청소하면 일에 효율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아무 청소용품이나 선정하면 안 되는 이유다. 근무복을 고를 때 노조와 같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최소한 단체협약만큼은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 당장 필요한 안전화도 노조와 상의해서 최대한 빨리 지급해야 한다. 광운대 청소노동자들이 처한 복지 환경은 지금 이 순간에도 위태로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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