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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24일 오후 4시 25분]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에 파견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보수단체 대표를 부추겨 세월호 유가족을 고발하게 하는 등 특조위 활동을 무력화하는 데 결탁해온 정황이 드러났다. 이는 해당 보수단체 대표가 해수부 공무원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24일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보수단체인 '태극의열단'의 오성탁 대표는 지난 11일 해수부 3급 공무원(부이사관) 임아무개씨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오 대표는 '세월호참사국민조사위원회'라는 단체를 만들어 특조위 활동을 비난하는 활동 등을 해왔다.

"해수부 공무원, 유가족 고발은 박 대통령 위하는 일"

오성탁 태극의열단 대표가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한 고발장 중 일부 내용
 오성탁 태극의열단 대표가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한 고발장 중 일부 내용
ⓒ <미디어오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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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대표의 고발장을 보면 해수부 공무원 임씨는 지난해 11월 15일 오후 7시경 오 대표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와 '왜 이석태 위원장과 박종윤 소위원장만 검찰에 고발하고 왜 세월호 유가족 홍OO은 고발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오 대표는 "(임씨가) '다 조국을 위하는 일이니 홍씨를 재차 고발해 달라'고 하고, 나중에 좋은 결과가 나오면 좋은 일이 있다'라고 하여" 홍씨를 대통령명예훼손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이 사건은 지난해 11월 6일 유가족 홍씨가 경기도 안산에서 열린 세월호 진상규명 포럼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능지처참을 당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하고 싶다"라고 발언하면서 시작됐다. 홍씨의 발언이 끝나자 참석자들이 박수를 쳤는데 여기에 박종운 상임위원이 포함돼 있어 보수단체의 표적이 됐다.

박 상임위원은 "발언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의례적으로 박수를 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오 대표는 이석태 특조위원장과 박 상임위원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발언 당사자인 홍씨는 고발 대상에서 빠졌는데 이를 의아하게 여긴 임씨의 요구에 따라 홍씨까지 추가로 고발하게 됐다는 것이 오 대표의 주장이다.

오 대표는 임씨를 상대로 한 고발장에서 "지금 와 생각해 보니 그들이 나를 이용해서 자기들 뱃속만 채우려는 생각 뿐(인 것 같다), 철저하게 수사해 국민에게 철저히 밝혀 달라"고 임씨를 사주 및 사기죄로 처벌해 달라고 요구했다.

오 대표는 <미디어오늘>과 한 인터뷰에서 "이것은 저의 양심고백이다, 저는 임씨의 지시에 의해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인 홍씨를 고발하기는 했다, 그러나 생각하면 할수록 이상한 게 어떻게 희생자 가족들을 돌봐주고 그분들의 상처를 감싸주어야 할 국가기관의 공무원이 시민단체의 대표인 제게 희생자 가족을 고발하라고 시키는지 의문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오 대표는 또 "임씨는 '(홍씨를 고발하는 게) 조국과 국가를 위한 일이고 박근혜 대통령을 위한 일'이라고 했다"라고 덧붙였다.

해수부 공무원 "내가 얘기해서 유가족 고발, 그 내용 빼라"

반면 해수부 부이사관인 임씨는 고발을 사주했다는 오 대표의 주장을 부인했다. 임씨는 "(지난해) 11월 (세월호 유가족이 대통령을 비난한) 동영상 유출 건이 있었다, 위원장에게 어떻게 유출됐는지 확인해서 보고해야 해서 오성탁에게 전화했다"라며 "여러 질문을 하는 과정에서 (이석태) 위원장이나 박종운 상임위원에 대해서는 (고발)했는데 막상 (문제의) 발언을 한 사람에 대해서는 왜 (고발)안 했는지, 이건 저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다 궁금하게 여겼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나가듯이 얘기한 것 같다"라며 "그 후 이 친구(오성탁)가 특조위에 민원인 자격으로 와서 욕도 하고 그래서 중부경찰서에 업무방해죄로 고발을 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임씨는 지난해 12월 오 대표와 통화에서 자신이 홍씨 고발을 요청했다는 사실을 숨기려고 하는 등 적극적인 은폐에 나선 정황도 발견된다.

<미디어오늘>이 공개한 통화 녹취록을 보면 임씨가 특조위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홍씨를 고발하자는 특조위 관계자의 요청이 있었다'라는 내용을 넣으려 하자 임씨는 "나랑 총재님(오 대표)랑 한 그 얘기는 할 필요가 없다, 내가 얘기해서 홍oo을 고발했다, 그 얘기만 빼면 된다"라고 회유했다.

또 "그게 들어가면 오해를 받아서 (이석태)위원장이 빠져나가 (버린다)"라며 "그 얘기만 빼면 우리 정부랑 조국을 위하는 길이니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파견 나온 공무원이 보수단체 대표를 이용해 이석태 위원장의 활동을 방해하려고 한 정황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화 내용이다. <미디어오늘>은 "정부 차원의 조직적인 특조위 활동 방해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다음은 <미디어오늘>이 공개한 오 대표와 임씨 간의 통화 내용 녹취록이다.

<지난해 12월 4일 통화>

임ㅇㅇ(해수부) : 총재님. 임ㅇㅇ입니다.
오성탁 : 아이고, 팀장님

임ㅇㅇ(해수부) : 고생 많으시죠? 어쩐 일로...
오성탁 : 어쨌든 간에 어제 홍ㅇㅇ하고 그 이석태 위원장하고 박종운 위원장 일단 그 검찰에 고발을 했잖아요. 그래 가지고 어제 중부서로 넘어왔더라고, 사건이. 관할이 여기니까. 어제 내가 가서 진술을 했어요.

임ㅇㅇ(해수부) : 아. 네.
오성탁 : (진술을)했고. 건수가 한 건이면 되는데 두 건 아녜요? 박종운 위원장하고 이석태는 내가 11월9일날 검찰에 가서 고발을 했고. 그리고 있다가 홍ㅇㅇ는 팀장님이 나한테 전화를 해가지고 '고발을 해라' 그래 가지고. 홍ㅇㅇ는 나중에는 내가 고발을 할라고 그랬었는데, 먼저 과장님이 고발하라 그래 가지고.

임ㅇㅇ(해수부) : 그 얘기를 했어요? 그 얘기를 한 건 아니죠? 거기서?
오성탁 : 뭐라구요?

임ㅇㅇ(해수부) : 그 얘기를 그쪽에다 한 건 아니죠?
오성탁 : 어서 해? 뭔 얘긴데요?

임ㅇㅇ(해수부) : 거기... 전화를, 제가 전화를 했다는 그 얘기는 안 한거죠?
오성탁 : 아이구. 그런 얘기를...

임ㅇㅇ(해수부) : 헤헤헤헤헤
오성탁 : 뭔 얘기를 하는 거야. 지금요.

임ㅇㅇ(해수부) : 오케. 오케. 예예. 그래서요?
오성탁 : 그래 가지고 그동안에 그... 일단 그거를 했어.

임ㅇㅇ(해수부) : 예, 잘하셨습니다.

<12월 28일 통화 내용>

오성탁 : 여보세요.
임ㅇㅇ(해수부) : 네 총재님

오성탁 : 네 과장님. 아까 19층에 있다가 내려왔어요. 아니 그거는 어쨌든 간에 과장님은 아무런 피해가 없잖아.
임ㅇㅇ(해수부) : 아니, 그거는...

오성탁 : 아니, 왜냐면 나도 이걸 갖다가 이제 좀 해야지. 더군다나 이석태 위원장님도 사퇴 안하지. 이헌 부위원장님도 대국민사죄도 안 하지. 그 사람들 끄떡도 안 하지. 그럼 일단 이걸 갖다가 민원을 내 가지고 나는 할 수밖에 없다고.
임ㅇㅇ(해수부) : 아니, 하는데... 나랑 총재님이랑 한 그 얘기는 할 필요가 없다는 거지.

오성탁 : 어떤 거? 어떤 얘기?
임ㅇㅇ(해수부) : 그니까 뭐, 내가 얘기해서 홍ㅇㅇ를 뭐 이렇게 고발했다 그 얘기만 빼면 돼.

오성탁 : 아, 그거만 빼라고?
임ㅇㅇ(해수부) : 그렇지. 그 얘기만 빼면 우리 정부랑 조국을 위하는 길이니까.


태그:#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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