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7일 오후, 국민회의 광주광역시당 창당대회가 열리는 김대중컨벤션센터 대강당 입구에서 김영집 광주시당위원장(맨 오른쪽)과 함께 참가자들을 맞이하고 있는 천정배 의원. 그가 야권연대와 통합 국면에서 누구의 손을 잡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7일 오후, 국민회의 광주광역시당 창당대회가 열리는 김대중컨벤션센터 대강당 입구에서 김영집 광주시당위원장(맨 오른쪽)과 함께 참가자들을 맞이하고 있는 천정배 의원. 그가 야권연대와 통합 국면에서 누구의 손을 잡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이주빈

관련사진보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천정배 국민회의 창당준비위원장 사이의 통합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양측은 그동안 비공식적으로 통합 논의를 진행해 왔지만 문 대표가 19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양측의 통합을 공식 제안하고, 천 위원장 역시 같은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논의 사실을 인정했다. 반면, 그동안 국민회의와 국민의당의 통합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천 위원장은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문 대표의 통합 공식 제안 등 더민주와 통합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당과 관련해 "안철수 의원 쪽이 나에게는 자연스럽다, 그쪽도 고려사항이 있다"라고 말했다. 여전히 국민의당과의 통합 가능성도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그러나 실제 방향은 더민주 쪽으로 기울어졌다는 것이 정치권 전반의 분위기다. (관련기사 : '호남정치 복원' 다들 써먹고, '뉴 DJ'는 안 모이고)

국민회의 측에 따르면, 문 대표의 신년 기자회견 이후 천 위원장은 "더민주가 당의 해체에 준하는 변화로 기득권 해체를 실천하는지 좀 더 지켜보겠다"라며 "우리는 비전과 가치, 반패권, 승리와 희망의 연대라는 3원칙 아래 박근혜정부와 맞서는 통합을 이루어야 한다고 말씀드려왔다"라고 말했다. 앞서 그는 CBS 라디오에 출연해 "문 대표의 사퇴만으로 당의 기득권 해체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천 위원장은 더민주와 최종적 통합에 조건으로 내건 것은 '당 해체에 준하는 변화', '기득권 해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보다 정치공학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천 위원장의 요구는 통합 이후의 '당 체제'라고 할 수 있다. 천 위원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강력하게 여러 가지 변화를 도모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시는데, 종합적으로 과연 변화 가능성이 있는가, 기득권 해체의 가능성이 분명한가 좀 더 판단해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결국 천 위원장이 더민주와 통합 이후 어떤 역할을 맡게 되는 지가 관건이다. 탈당 명분이었던 '호남정치 복원', '뉴DJ 발굴' 등을 달성하려면 본인이 직접 선거에 개입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문 대표 등 그가 '기득권'이라고 칭하는 소위 '친노'의 개입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 당 체제를 요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문제는 역설적으로, 더민주가 그가 말한 것처럼 '해체 수준의 변화'를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당 해체 수준의 변화" 요구의 역설

천 위원장의 통합 조건은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지분'이다. 문 대표도 한 차례 언급한 것처럼 국민회의가 창당준비위 단계까지 나간 상황에서 천 위원장이 더민주로 '복당'하는 형태의 통합은 어렵다. 결국 당 대 당 통합이다. 그러려면 당권과 공천권 등에 일정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지난 2014년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전 새정치연합 대표의 통합 과정과 같다. 양측은 당시 당 구성과 공천 지분을 5:5로 하는 것에 합의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년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년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문 대표가 김종인 선대위원장 추대를 발표하면서 "호남, 광주·전남을 대표하는 공동선대위원장이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언급한 것 역시 당 대 당 통합 이후의 천 위원장의 지위를 고려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더민주는 문 대표가 사퇴를 천명한 상황에서 사실상 김종인 선대위 체제로 전환을 앞두고 있다. 게다가 김 위원장은 "단독 선대위원장이라는 조건으로 수락했다"라며 '공동 체제'에 선을 분명히 그었다.

만약 천 위원장 측에서 선대위원장 내지 그에 준하는 조건으로 공천권을 요구할 경우 김 위원장의 반대로 통합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천 위원장이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의 경제민주화 등의 역향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정치제도의 역량 등에 대해서는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될 것 같다"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에 있다. 천 위원장의 상대는 이제 물러나는 문재인 대표가 아니라 김 위원장인 것이다.

이런 상황은 문 대표에게도 큰 고민거리다. 그는 곧 사퇴해야 한다. 스스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인재 추가영입과 통합 작업을 마무리하고 물러난다는 구상이다. 그가 "김종인 선대위가 지도부"라고 말한 것은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사퇴하면서 당무위를 통해 김 위원장에게 모든 당의 권한을 넘기겠다는 얘기다. 그가 물러나는 것이 통합의 조건이 되지만 반대로 통합의 장애물이 되기도 하는 상황이다.

문 대표에게 최상의 수는 사퇴 전까지 천 위원장과 상징성 있는 통합 선언을 하고 이후 구체적인 통합의 절차는 천 위원장과 김 위원장에게 맡기는 것이다. 그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범야권의 통합과 연대로 총선을 치러야 한다는 생각에 김 위원장도 이견이 없다"라고 강조했지만 김 위원장의 온도는 다르다. 그는 일 대 일 구도를 강조하면서도 "나간 사람들과 통합이 쉽게 이뤄질 거라 보지 않는다"라며 통합에는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본래 천 위원장의 선택지는 더민주 또는 국민의당과의 통합 아니면 독자적으로 총선 치르는 것 이상 세 가지였다. 기존 호남 의원들의 입당과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의 '이승만 국부 발언'으로 국민의당과는 멀어졌다. 또 스스로 "승자가 1명만이 나오는 소선거구제에서 야권의 힘을 합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독자노선의 비중도 크지 않다. 남은 것은 하나다. 어떻게 할 것인가.


태그:#문재인, #천정배, #김종인, #더민주, #국민의당
댓글37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