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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검증 '대체로 진실'

'LG전자 기술과 제품은 좋은데 마케팅은 엉망?'

LG전자 마케팅팀이 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LG전자가 지난 2004년부터 사회복지시설에 있는 자사 제품을 무상 수리해온 '선행'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회사 홍보팀발이 아닌 한 누리꾼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 덕분이다.

급기야 'LG, 마케팅 대신 해드립니다(‏@LGinsteadofMKT)라는 트위터 계정까지 등장했고, 그동안 인터넷에 떠돌던 LG전자 마케팅의 '흑역사'도 다시 조명받고 있다. 이 가운데는 LG전자에서 980g이라고 홍보하는 그램 노트북의 실제 무게가 963g에 불과하다는 사진도 포함돼 있었다. <오마이팩트>는 그램 무게를 비롯해 누리꾼들 주장이 사실인지, 그리고 과연 LG전자 마케팅팀에선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는지 살펴봤다.

[사실검증 #1] LG 노트북 그램은 980g보다 가볍다?

 LG전자에서 14일 공개한 15.6인치 초경량 노트북 '그램 15'의 실제 무게는 980g보다 가벼운 950g 정도였다.
 LG전자에서 14일 공개한 15.6인치 초경량 노트북 '그램 15'의 실제 무게는 980g보다 가벼운 950g 정도였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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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LG전자는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노트북 PC 신제품인 '그램 15'를 언론과 블로거에 공개했다. 화면 크기를 15.6인치로 늘리면서도 기존 13인치, 14인치 그램과 같은 초경량인 980g을 유지했다.

장익환 LG전자 모니터PC사업 담당 임원은 그램 무게 논란을 의식한 듯 "최근 언론에서 LG전자가 980g을 왜 제대로 소개하지 못하고 있느냐 질책도 있지만 '그램 15'를 위해 기다렸다"면서 "그램 불변의 법칙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이날 '그램 15'가 15인치급 노트북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제품으로 한국기록원 인증까지 받았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실제 전시장에 마련된 디지털 저울로 제품 무게를 쟀더니 15.6인치 그램의 무게는 953g에 불과했다. 함께 전시된 14인치 그램을 아날로그 저울로 재봤더니 역시 960g에 조금 못 미쳤다.

이에 LG전자 홍보팀 직원은 "그램 제품의 실제 무게는 970g 정도"라면서 "제품을 도색하는 과정에서 ±10g 정도 오차가 발생할 수 있고 저울 자체에 오차가 있을 수도 있는데 최대 980g은 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하지만 LG전자는 그램 무게를 줄이려는 기술진의 노력을 소개하면서, 단 0.2g에 불과한 종이 스티커 무게를 줄이려고 제품 사양을 레이저 프린터로 새겼다고 강조했다. 10g 정도면 '기존 제품보다 더 가볍다'고 홍보할 수 있었는데 이를 포기한 것이다.

이 직원은 "외국, 특히 유럽에선 제품 규격 표기 기준이 엄격해 실제 제품 무게와 조금이라도 차이가 나는 걸 용납하지 않는다"면서 "970±10g 식으로 오차 범위를 표시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공급자 관점이고 우린 소비자 관점에서 접근했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이날 15.6인치 그램이 '동급 노트북 세계 최경량'으로 한국기록원 인증을 받았다면서도, 아직 세계 기네스북 인증 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LG전자 관계자는 "혹시 우리가 모르는 나라에서 더 가벼운 노트북을 만들었을지 누가 알겠느냐"면서 "(국제기관 쪽) 자료가 더 풍부하기 때문에 세계기록 인증이 나면 그때 다시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검증 #2] '무상 수리 선행' 알고도 홍보 안 했다? 

지난 6일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헬지(LG) 전자가 좋은 점 하나 더'란 글이 급속히 퍼졌다. 어느 복지시설에 가전제품을 기증하려고 했더니, 담당자가 LG전자 제품을 부탁하더라는 것이다. 삼성전자 제품은 유상 수리인 반면 LG전자 제품은 '무제한 무료 수리'가 가능하다는 이유였다. 실제 LG전자는 지난 2004년부터 '재능 기부' 차원에서 사회복지시설에 있는 자사 가전제품을 무상 수리해준 사실이 드러났다. 왜 이런 '선행'을 알리지 않았느냐는, LG전자 홍보팀 비판도 뒤따랐다.

실제 LG전자 홍보팀에선 과연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LG전자 홍보팀 관계자는 "몰라서 홍보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알고 있었다 해도 적극적으로 알릴 만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앞으로 이를 (기업 이미지 광고 등에) 활용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대기업에서 '사회 공헌'이 큰 화두다. 다른 기업들은 작은 선행이라도 각종 기업 이미지 광고나 언론 보도 자료로 알리기 바쁘다. LG전자도 지난해 7월 아시아 사회적 책임(CSR) 랭킹 조사에서 삼성전자, 포스코 등을 누르고 국내 기업 가운데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결국 LG전자에도 잘 몰랐거나 경미한 선행이라고 판단해 활용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거꾸로 LG전자가 이 같은 작은 선행을 적극 발굴해 알렸다면 지금 같은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을 수도 있다. 결국 '좋은 일은 남몰래 하라'는 격언이 통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덕후' 기능은 홍보해 봤자? 애플에게 배워야

 LG전자에서 1일 공개한 5.7인치 대화면 프리미엄 스마트폰 LG V10. 메인 화면 상단에 있는 '세컨드 스크린'(오른쪽 위)과 지문 인식 센서가 들어간 후면 키(오른쪽 아래)
 LG전자에서 지난해 10월 1일 공개한 5.7인치 대화면 프리미엄 스마트폰 LG V10. 화이트와 베이지색 모델 좌우 테두리에 20k 금도금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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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LG전자에서 지난해 프리미엄급 스마트폰 'LG V10'을 선보이면서 테두리 부분에 20K 금도금을 한 사실을 알리지 않은 점도 대표적인 '직무 유기' 사례로 꼽는다.

LG전자는 당시 화이트, 베이지 등 일부 모델만 금도금하고 블랙 모델은 적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러 알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비난을 샀다. LG전자는 금도금 사실이 구매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지만, 의도적이었든 아니든 마케팅 포인트를 제대로 짚지 못한 셈이다.

이 밖에 LG V10 번들 이어폰인 '쿼트비트3' 튜닝(소리 조정)을 세계적인 음향기기업체 AKG에 맡긴 사실이나 20만 원대 보급형 PC 모니터에 고급 사양에나 들어가는 하드웨어 색보정(캘리브레이션) 기능을 넣고도 알리지 않은 사실이 많이 거론된다.(관련 글: [ㅍㅍㅅㅅ] LG 마케팅팀은 모르는 LG 마케팅의 매력 ) 물론 이 같은 고급 사양은 음향-영상기기 애호가와 같이 일부 '덕후'에 한정된 문제로 보고 간과했을 수도 있다.

LG전자 홍보팀이 이 같은 사실을 일부러 감출 이유는 없다. 다만 이 같은 복잡한 기술 적용에 관심이 없는 언론이나 일반 소비자들 입맛에 맞췄을 뿐이다. 15인치 그램 역시 이번에 세계적인 오디오업체 '울프슨' 사운드 기술을 적용했다고 밝혔지만, 언론들은 '커피 두 잔에 불과한' 980g이란 가벼운 무게나 얇은 두께만 부각할 뿐이다.

반면 애플은 기술적으로 설명하기 복잡하거나 일부 사용자들만 받아들이는 기능이라도 제품의 장점으로 부각시키는 데 적극 활용했다. 스마트폰 액정 화면의 '인치당 화소수(ppi)' 중요성을 일깨운 '레티나 디스플레이'부터 '더 얇고 더 가벼운' 아이폰6S를 포기하면서까지 구현한 3단계 감압 센서 '3D 터치'가 대표적이다. LG전자가 이런 식으로 소비자들을 설득할 자신이 없다면 앞으로도 일부 누리꾼의 자발적인 '마케팅 대행'에 기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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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미디어 분야를 주로 맡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입니다. stargazer@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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