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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석 달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 각 정당에서도 총선을 맞아 더 많은 표를 얻기 위해 여러 인재를 영입하고 있다. 정당의 새 얼굴이 될 이들의 면면을 보면, 그 당의 얼굴을 볼 수 있는 법이다. 그 당의 가치관과 정체성을 대변할 수 있는 이들일 테니까.

그런데 상황이 심상치 않다. 인재들 앞에는 기다렸다는 듯 각종 논란이 펼쳐졌다. 인재영입은 이윽고 인재(人災)가 되어 버렸다. 몇몇 이들은 입당 취소를 선언했고, 몇몇 이들은 적극 대응에 나섰지만 시원하지만은 않다. 그들의 영입을 추천한 이들은 아마 마음속으로 '잘못된 만남'을 노래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궁금하다. 뉴스를 봐도 그 사람들이 어떤 기량을 가진 이들인지 명확히 알기는 어렵다.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는 건 그들을 둘러싼 논란일 뿐. 그래서 준비했다. 여야의 영입 인재 평가. 과연 각 정당이 영입한 이들이 정치인으로서 어떤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어떤 시각과 정치관을 가졌는지를 한눈에 알아보기 위해 별점을 매겼다.

[새누리당] 여기가 정당인지, 종편인지

새누리당의 영입은 새로울 것도, 놀라울 것도 없었다. 종합편성채널 시사 정치 프로그램에서 패널로 활동하던 이들을 그대로 데려왔다. 여섯 명 중 네 명이 변호사다. '법조당'임을 김무성 대표가 증명한 것이다. 당 안팎에서는 이번 영입에 대한 비판이 강하다. 이미 새누리당 예비후보로서 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들과의 차별성이 없어서다.

더불어민주당의 인재영입 행렬에 쫓기듯 만든 자리가 아니냐는 쓴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김무성 대표는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 나온다면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강변했지만 글쎄다.

일부 종편 시청자 층에만 알려진 인물이 과연 새누리당이 외연을 확장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특별한 정치적인 비전을 보이지 않는 이들이 새누리당에서 '카피캣' 그 이상의 역할을 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비전
★★☆
대중성
★★☆
참신성

화제성
★★★
전문성
★★
총점
★★☆

새누리당의 4·13 총선 대비 1차 인재 영입 결과 발표 기자회견이 지난 10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렸다. 박상헌 공간과미디어연구소 소장(왼쪽부터), 김태현 변호사,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 배승희 변호사, 변환봉 변호사, 최진영 변호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4·13 총선 대비 1차 인재 영입 결과 발표 기자회견이 지난 10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렸다. 박상헌 공간과미디어연구소 소장(왼쪽부터), 김태현 변호사,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 배승희 변호사, 변환봉 변호사, 최진영 변호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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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이 지난해 10월 27일 정규재 TV에 출연해서 "역사 교과서가 편향되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이 지난해 10월 27일 정규재 TV에 출연해서 "역사 교과서가 편향되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 유투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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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0일 기자회견을 열어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 영입을 발표했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아닌 게 아니라, 전 사무총장은 이미 새누리당의 당원이었기 때문이다. 마치, 축구팀에서 유소년 아카데미의 선수와 프로계약을 체결하며 "새로운 스타를 영입했다"고 이야기하는 꼴이랄까.

그는 지난해 10월, 새누리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국정화 반대 특강에서 "이 시대의 영웅"이라며 김무성 대표의 극찬을 받은 바 있다. 각종 종편 정치·시사 프로그램에서 패널로 활약했으며, 딱 그만큼의 대중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배승희 변호사
안 그래도 법조계 인사들이 많아 '법조당'이라는 조롱을 받고 있는 새누리당이 또 변호사를 영입했다. '흙수저 희망센터'라는 알 수 없는 곳의 이사장을 역임하셨단다. 아니나 다를까. 배승희 변호사 역시 종편 정치·시사프로그램의 패널로서 활발히 활동하고 계시던 분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TV조선 '이봉규·황유선의 정치옥타곤'에서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다단계 사기극인 '조희팔 사건'과 연루된 것처럼 발언했다가 유 의원에게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하기도 했다.

다소 뻔한 영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무성 대표는 참신하지 못한 인사라는 비판에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란 없다"고 맞섰다. 김 대표는 이어 "젊은 층의 지지가 미약한 우리당으로서는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밝혔으나, 단지 젊은 사람을 영입했다고 젊은 층의 지지가 늘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 충실했지만, '입당철회' 잡음도

비전
★★★☆
대중성
★★★☆
참신성
★★★☆
화제성
★★★★
전문성
★★★☆
총점
★★★☆

더불어민주당은 '인재영입'이라는 이름에 충실했다. 기존에 정치권에서 활동하지 않던 이들을 데려왔다. 치안, 외교, IT, 법, 의료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각각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뚜렷이 밝히며, 어떤 법안을 만들어나갈 것인지 비교적 분명히 알렸다. 현역의원들의 잇따른 탈당으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앞날이 어두워 보이지만은 않은 이유다.

아쉬운 점도 있다. 트라우마 전문가로 영입된 김선현 차의과대학교 교수와 관련, 논문 표절과 위안부 생존자들의 그림을 무단 사용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자 김 교수는 입당을 철회했다. 사회적 아픔을 치료할 전문가로 야심 차게 발표한 영입이었다. 당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표가 무리한 영입을 진행했던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이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을 방문해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이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을 방문해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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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최초의 고졸 출신 여성 임원인 양향자 전 메모리사업부 플래시 개발실 상무가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 7호 외부인사 영입 케이스로 입당했다.
 삼성전자 최초의 고졸 출신 여성 임원인 양향자 전 메모리사업부 플래시 개발실 상무가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 7호 외부인사 영입 케이스로 입당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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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소장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소장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호 '인재영입'이었다. 각종 예능, 시사, 토론 프로그램 출연으로 대중에게 익히 얼굴을 알리고 있던 터라 크게 화제가 됐다.

표창원 소장은 입당과 함께 "범죄와 수사기관의 불법행위, 그리고 권력적 부패와 비리를 '정의의 표적들'로 규정하고 비판해왔다. 이제 '정치'를 통해 바로잡아보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표창원 소장의 입당과 동시에 일각에서는 과거의 논문 표절 의혹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표절 의혹이 불거진 2013년 7월 당시 표 소장은 논문을 일부 표절한 사실이 있음을 시인한 바 있다.

- 김병관 웹젠 의장
김병관 웹젠 의장은 넥슨 개발팀장, NHN게임스의 대표이사 등을 역임한 IT 전문가로, 안철수 의원의 포지션을 대체하는 영입으로 보인다. 김병관 의장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비교를 거부하며, 자신과 안철수 대표가 많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또한, 그는 "청년세대를 좌절하게 만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청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력할 것임을 밝혔다. 그러나 과거 사행성 게임을 개발했다는 의혹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가 그의 말대로 청년세대의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지켜볼 일이다.

- 양향자 삼성전자 상무

양향자 삼성전자 상무는 더불어민주당의 두 번째 여성영입이다. 삼성전자 최초로 고졸 출신으로 임원 자리에 올랐다. 그야말로 '노오오오력'의 상징인 셈. 하지만 양 상무는 "학벌의 유리 천장, 여성의 유리 천장, 출신의 유리 천장을 깨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쳐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나처럼 노력하면 된다'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며 자신이 그 노력의 마지막이길 바란다고 밝혔다. 동시에 출산이 여성의 성공을 가로막는 현실을 비판하며, 제도와 문화,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긍정적으로만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그가 대한민국 여성노동자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동시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백혈병으로 죽어간 노동자의 삶의 문제에도 입을 열지, 앞으로가 더 궁금하다.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회] 5명 중 3명 영입취소... 이게 뭔가요

비전
★☆
대중성

참신성
★★
화제성
★★★
전문성 ★★☆
총점
★☆

 
국민의당 창준위의 인재영입 성적표는 초라하다. 당초 안철수 대표가 영입한 이들은 호남 출신의 유명 인사들과 이명박 정부 출신의 보수 인사들이었다. 김동신 전 국방부 장관, 한승철 전 대검감찰부장, 이승호 전 육군 준장, 안재경 전 경찰대학장 등 안보와 치안 전문가들을 영입해 중도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으려는 전략이었던 모양이다.

다섯 명을 영입했다. 그런데 두 시간 오십 분 후에는 세 명이 사라졌다. 영입인사들이 비리의혹을 받자 세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덜컥 영입을 취소해버린 것이다. 비리의혹으로 입당을 취소당한 허신행 전 농림수산부 장관은 무죄를 받은 사건으로 뒤통수를 맞았다며, '인격살인'이라 분노를 표했다. 결국, 국민의당이 영입한 인재는 단 두 명만 남았다.

지난 8일 안철수 의원이 추진하는 '국민의당'이 스폰서검사 논란을 일으킨 한승철 전 검사장과 김동신 전 국방부장관, 허신행 전 농수산부장관 등 3명의 영입을 취소키로 했다.
 지난 8일 안철수 의원이 추진하는 '국민의당'이 스폰서검사 논란을 일으킨 한승철 전 검사장과 김동신 전 국방부장관, 허신행 전 농수산부장관 등 3명의 영입을 취소키로 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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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에 영입됐다가 취소당한 허신행 전 농림수산부 장관이 지난 11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철수 의원에게 공개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허 전 장관은 이날 회견에서 "혼돈에 빠진 우리 정치권을 보고 뭔가 국민에게 희망의 불씨를 지펴보겠다는 일념으로 신당참여를 밝혔었다"며 "그러나 불과 2시간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본인에게 소명의 기회나 통보도 없이 영입취소라는 언론에 의한 인격살인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에 영입됐다가 취소당한 허신행 전 농림수산부 장관이 지난 11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철수 의원에게 공개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허 전 장관은 이날 회견에서 "혼돈에 빠진 우리 정치권을 보고 뭔가 국민에게 희망의 불씨를 지펴보겠다는 일념으로 신당참여를 밝혔었다"며 "그러나 불과 2시간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본인에게 소명의 기회나 통보도 없이 영입취소라는 언론에 의한 인격살인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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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재경 전 경찰대학 학장
안재경 전 경찰대학 학장은 치안 분야의 전문가다. "30년 동안 쌓은 공직 경험을 미약하나마 시민들에게 돌려드리고자" 한다며 국민의당에 입당했다. 그가 하고자 하는 정치와 국민의당과의 연결고리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그가 어떤 정치를 펼칠지도 아직 알 수 없다. 국정원 댓글 사태 당시 대립했던 권은희 의원과의 갈등만이 재조명될 뿐이다.

- 이승호 전 육군 준장
이승호 전 육군 준장은 국방 분야의 전문가로 국민의당에 영입되었다. "국방 안보 분야에서 새로 출발하는 신당을 도와 경제로는 진보일지라도 국방은 보수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그의 말이다.

이승호 전 준장의 발언은 국민의당의 모습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이들이 지양하는 진보적인 경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더불어 진보적인 경제를 이끌어갈 인재는 한 명도 데려오지 못했다. 앞으로의 영입을 더 지켜봐야겠지만, 뚜렷한 방향성 없이 '경력만 화려한' 이들만을 데려왔다가 2부리그로 강등당했던 잉글랜드의 축구 구단 퀸즈 파크 레인저스의 모습이 겹치는 건 왜일까.


태그:#국민의당,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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