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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6일 10명의 의정부 청소년들은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앞에 손수 만든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그 피켓에는 이번에 한국에 방문하는 일본 청소년들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 도착시각에서 30여 분이 지나자 기다리던 친구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20명의 청소년이 바다를 건너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다.

'두빛나래' 프로그램은 경기도교육청과 의정부시의 MOU에 의한 의정부 혁신교육지구 사업의 하나다. 이 프로그램은 광복 70주년을 맞이하여 한국과 일본에 사는 재일동포 친구들이 함께 모여 평화를 이야기하며 교류함으로써 통일에 이바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되었다.

이번 행사에 뜻깊은 의미가 있는 것은 행사의 참가 학생들의 배경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남과 북이 갈라져 있어서 생긴 재일동포 사회의 복잡한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일본에서 참여한 10명의 학생은 재일동포의 정체성을 가졌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2명의 친구는 일본 국적을 가지고 있다. 8명의 친구는 한국 국적이다. 그 10명의 학생 중에는 일본의 국가교육과정을 따르는 한국계 학교에 다니는 친구도 있고 민족교육을 지켜내기 위해 설립된 조선학교에 다니는 친구도 있다. 한국과 북한 정부와 중립적 위치에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국제학교에 다니는 친구도 있다.

국적으로 따지자면 한국 국적과 일본 국적의 청소년들이다. 하지만 그들 안의 정체성으로 따지자면 한국과 일본, 분단 이전의 조선과 남북을 아우르는 새로운 한국인이 모두 함께 있는 셈이다. 일본에서 소수자 위치에 있는 재일동포 사회에서도 한국을 지지하는 동포들과 북한을 지지하는 동포들 그리고 중립적 위치에 있는 동포들 간의 공식적 교류를 찾기 힘들다. 이런 현실에서 이번 청소년들의 만남이 가지는 의미는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차별' 말하는 재일동포 청소년, 한국 아이들은 놀랐다

 연천 평화통일미래센터에서의 단체사진
 연천 평화통일미래센터에서의 단체사진
ⓒ 두빛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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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모둠별로 서울 관광을 한 아이들을 둘째 날 연천에 있는 한반도통일 미래센터로 향했다. 개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시설은 매우 깨끗했다. 통일된 미래를 가상으로 체험해 볼 수 있는 첨단 기자재 역시 아이들의 흥미를 끌기에는 충분하였다.

저녁 레크레이션을 마치고 집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는 서로가 가진 궁금점에 관해서 물어보면서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좋아하는 과목·싫어하는 과목은 무엇인지, 좋아하는 급식 메뉴는 무엇인지, 이성 간의 데이트는 어디서 하는지 등. 한국에 사는 청소년들과 일본에 사는 청소년들이 가진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을 서로 나눌 수 있었다.

그 시간이 마무리될 무렵 마지막으로 던져진 질문은 "재일동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재일동포로 지내면서 불편한 점은 무엇인가"였다. 먼저 한국의 친구들이 재일동포에 대한 생각들을 편하게 이야기했다.

'생김새는 같지만 일본말을 쓰는 친구들', '일본에 사는 같은 민족' 등 공동체성과 정다움을 느낄 수 있는 답변이 주를 이루었다. 이에 대해 재일동포 친구들은 고마움을 표현했다. 그다음 재일동포 친구들이 겪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10명의 친구가 '차별'에 대해서 이야기했으며 모든 친구가 그 차별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일본 친구들의 놀림과 따돌림에서부터 일본 우익의 '헤이트 스피치'까지 다양했다. 분위기는 금세 진지해졌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한국인, 조선인이어서 듣게 된 모욕과 욕설을 기억하고 있었다.

한국의 아이들은 짐짓 놀란 표정이었다. 의정부의 한 아이는 '재일동포가 당하는 차별이 이렇게 심각할 줄 몰랐다'고 이야기했다. '그럼에도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지켜가는 친구들이 참으로 자랑스럽다'고 이야기했다. 함께 있던 한 교사는 '재일동포들이 겪는 차별에 대해 본국에서 어떠한 도움을 주지 않는 것에 대해 부끄럽다'고 이야기했다.

"평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이해와 존중"

 고석정에서 참가학생들의 기념사진
 고석정에서 참가학생들의 기념사진
ⓒ 두빛나래(윤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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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날 아이들은 분단을 눈앞에서 확인할 수 있는 철원으로 향했다. 일본에서 접하기 힘든 추위가 고석정을 감싸고 흐르는 강물을 얼려버렸다. 아이들은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며 놀았다. 즐거움이 채 가시기도 전에 아이들은 근대문화유산인 노동당사 앞에 섰다.

포탄과 총탄으로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어버린 건물 앞에서 아이들은 분단과 전쟁의 장면을 조금이나마 그려 볼 수 있었다. 계획상 다음 방문지는 월정리 역과 평화전망대였으나 버스는 숙소 쪽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북한 핵실험으로 인해 낮 12시를 기하여 민통선 이북 관광이 전면 통제되었기 때문이다. 바다를 건너 여기까지 온 친구들은 더 올라갈 수 없게 된 것이다. 하필 이 아이들이 평화와 통일을 이야기하기 위해 온 그 날에 남북관계는 냉전 국면으로 전환된 것이다. 뉴스 아나운서의 엄중한 목소리가 '평화'와 '통일'이란 단어가 현실과 더욱 먼 것처럼 느껴지도록 만들었다.

숙소로 돌아온 아이들은 평화를 가로막는 것에 관해서 이야기하였다. 편견과 고정관념, 미디어의 왜곡, 차별과 소외 등 주위에서 느끼는 평화롭지 않은 장면들에 대해서 다양하게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평화를 위해 필요한 것에 대해서는 다수의 아이가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라고 이야기했다. 많은 아이가 아는 것을 정작 어른들은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

마지막 날에 아이들은 파주 임진각으로 향했다. 도라산역과, 오두산 전망대 역시 방문이 불허되었다. 하지만 그나마 임진각에서는 분단의 슬픔과 통일에 대한 희망을 느낄 수 있었다. 자유의 다리 앞 철조망에 수많은 방문객이 남긴 통일 염원 리본들 한쪽에 아이들이 자신의 명찰을 꽂아 놓았다.

아이들의 마음 역시 이곳을 방문한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더 했을지도 모른다. 본국인 한반도가 갈라져 있기에 그들이 겪어야 하는 또 다른 아픔들이 있기 때문이다.

오후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아이들은 자신의 이름들이 새긴 도장과 여러 색의 스탬프를 활용하여 티셔츠 꾸미기를 하였다. 아이들은 어느 한 명의 친구의 이름이 빠질까 봐 계속 확인해가며 친구들이 이름을 자신의 티셔츠에 물들였다. 아마도 이 티셔츠를 볼 때마다 자신의 이름과 친구들의 이름을 확인하면서 지난 4일간의 소중한 기억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들이 모여 통일을 말할 수 있기를

 참가 학생들의 이름으로 만든 티셔츠. 아이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참가 학생들의 이름으로 만든 티셔츠. 아이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 두빛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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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날 밤이 아쉬운지 아이들의 대화는 다음 날의 새로운 해가 떠오를 때까지 계속되었다. 아쉬움은 공항 앞에 갔을 때 터져나왔다. 흐느끼는 아이들, 부둥켜안아 주는 아이들, 서로의 등을 토닥이는 아이들 앞에서 인솔교사는 헤어짐을 말하지 못했다.

인솔교사는 아이들을 다독이며 당부와 약속의 발언을 시작했다. "비록 지금은 휴전선 이북의 땅을 갈 수는 없지만 그곳은 우리가 꼭 갈 수 있어야 하는 곳임을 잊지 말자", "이번에는 비록 함께하지는 못하지만 앞으로는 재일동포 조선적 친구들이 함께 올 수 있도록 모두 노력하자" 등이었다.

4박 5일간의 행사는 마무리되었지만 앞으로 남은 과제는 적지 않다. 어른들의 교류는 정치적으로 해석되어 많은 난관이 있지만 청소년들의 교류는 인도적, 교육적 차원에서 폭넓게 진행되도록 지원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조선적을 유지하는 재일동포 청소년, 나아가 중국, 러시아의 동포 청소년 그리고 북한의 청소년들 역시 함께 마주앉아 평화와 통일을 이야기 할 수 있도록 당국의 관계자들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비록 기성세대들이 통일을 이루어내지 못했지만 미래세대가 만들어 가는 통일 발걸음만큼은 가로막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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