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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오전 '세월호 기간제 교사 순직 인정'을 촉구하며 단원고 고 김초원, 고 이지혜 교사 아버지와 조계종 노동위원장 혜용 스님,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부터 정부서울청사까지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오전 '세월호 기간제 교사 순직 인정'을 촉구하며 단원고 고 김초원, 고 이지혜 교사 아버지와 조계종 노동위원장 혜용 스님,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부터 정부서울청사까지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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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에서 아이들을 구하다 목숨을 잃은 김초원, 이지혜 선생님이 '순직'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정교사가 아닌) 기간제 교사는 교육공무원으로 볼 수 없다면서 순직 인정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살아있을 때에도 비정규직이라고 차별하더니 죽음까지 차별하는 세태에 교육계는 분노하고 있다.

해마다 돌아오는 연말연시, 이 겨울 추위가 더 춥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학교에도 있다. 시간강사, 기간제교사, 그리고 행정실무사 등으로 불리는 학교비정규직들이다. '슈퍼갑' 학교들의 '갑'질에 눈물과 한숨으로 이 겨울을 보내고 있는 학교 안의 비정규직들을 살펴보자. 이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주휴수당 떼먹히고, 쪼개기 계약 당하는 시간강사

서울 용산의 사립학교에서 매주 16시간 수업하는 시간강사 A씨는 주휴수당을 구경도 못 해 봤다. 어느 날 1주일 15시간 이상 근무하면 하루치 임금(주휴수당)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평소 친하게 지내는 정교사에게 "우리 학교는 주휴수당 안 주나요?"라고 물어보았다.

그 교사는 담당 부장교사에게 주휴수당 지급여부에 대해서 문의했지만 1주일이 지나도록 답이 없다. 그렇다고 왜 주휴수당을 안 주냐고 학교에 따질 수도 없는 입장인 A씨는 결국 주휴수당 받는 것을 포기했다.

한 달 임금이 겨우 100만 원 조금 넘는 처지에서 주휴수당으로 받을 수 있는 20여만 원은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학교에서 자발적으로 챙겨주면 좋겠지만 그런 학교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시간강사들은 학교에 (법대로) 주휴수당 요구했다가 재계약이 물 건너 갈 뿐 아니라, 좁은 교육계에서 다른 학교로 가는 데도 불이익을 당할까봐 주휴수당 달라고 하지도 못한다.

서대문구의 또 다른 사립학교에 근무하는 시간강사 B씨와 동료들도 주휴수당을 못 받고 있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정교사들이 "법적으로 꼭 주어야 하며, 교육청이나 노동부도 주어야 한다고 한다"고 학교를 설득해 1년 치 주휴수당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1년에 200만 원 정도의 주휴수당을 받는 기쁨도 잠시. 그 기쁨은 오래 가지 않았다.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는 법적 최소 요건이 '1주일 15시간 근무'라는 것을 알게 된 학교가 내년부터 주당 14시간 이하로 계약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주휴수당을 주지 않기 위해서 14시간씩 쪼개기 계약을 하겠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시간강사들은 주휴수당이라는 것이 있는지도 모른다. 누구도 노동자의 권리에 대해서 알려 주지 않으며, 교장, 교감, 행정실장들이 챙겨주지도 않는다. 법으로 정해진 권리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에도 학교에 달라고 하지 못한다. 법적 권리이지만 이를 주장했다가 시간강사 자리도 유지하지 못할 거라는 우려 때문이다.

지도감독청인 교육부나 노동부가 챙겨주는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 교육부나 노동부가 학교에 시간강사 주휴수당 지급 의무를 안내하는 공문을 보낸 걸 본 적이 없다. 정부 당국의 무관심에, 사립학교들의 꼼수가 결합되어 월 100만 원 정도의 임금을 받는 시간강사들이 법적으로 보장된 주휴수당도 못 받는 현실이 반복된다.

2년마다 짐 싸야하는 학교비정규직

서울 또 다른 사립중에 근무하는 C씨는 행정실무사이다. 겨울방학식을 며칠 앞두고 교감이 불러 계약 만료를 통보했다. 2년이 지났으니 이제 더 이상 고용 관계를 유지하기 힘들다면서 재계약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서울교육청의 '교육공무직원 고용안정 및 처우개선 개선 계획' 등에 의하면 학교에 행정실무사와 사서 등은 상시 고용직이라서 2년을 근무하면 바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 2년이 되지 않더라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공립학교에서는 이미 90% 이상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상태이다. 그러나 사립학교는 완전히 딴 세상이다.

서울교육청 담당자는 "나라가 망하거나 IMF와 같은 급변 사태가 생기지 않는 한 행정실무사 등에 대한 교육청 지원이 중단될 가능성은 없다, 그러나 교육청은 사립학교에게 무기계약직 전환을 강제할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사립학교에서도 행정실무사와 사서 등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더라도 고용을 보장하고, 예산 지원을 계속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사립학교들은 이 말을 사립학교는 무기계약직 전환 안 해도 된다고 해석한다. 그들은 "언제 교육청 지원이 중단될지 모른다, 사립학교에서 이들의 고용보장을 해 줄 수 없다" 등의 이유를 들며 2년, 또는 1년 마다 사람만 바꾸면서 무기계약직 전환을 피해가고 있다.

비정규직 보호를 위하여 만들어진 2년이라는 계약 기간을, 해고의 근거로 사용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어떤 학교들은 계약할 때 자동으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고 한 말을 뒤집기도 한다. 더 황당한 경우는 1년마다 사람만 바꾸어서 비정규직으로 유지하기도 한다. 계약 만료 며칠을 남겨두고 재계약 불가 통보를 하는 학교들도 있다.

행정실무사, 교육복지사, 사서, 과학실험실무사, 전산실무사 등 각종 이름으로 존재하는 사립학교의 비정규직이 법의 사각지대에서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고 내쳐지는 현실이 반복되는데, 정부는 오히려 비정규직 계약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겠다고 한다.

법이 정하고 있는 고용 안정을 보장해주지 않으려고,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재정적 부담을 이유로 2년, 또는 1년마다 사람만 바꾸는 관행이 학교에서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이 현실을 학생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12월, 기간제 교사는 또다시 거리로 나선다

종로구 한 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기간제교사 D씨는 그 학교 기간제교사들과 저녁을 먹으면서 몇 년째 겨울마다 반복되는 자신의 도돌이표 처지에 대해서 한숨을 쉬면서 한탄 한다.

3만 원의 원서비를 내고 어느 사립학교에 지원을 해서 필기시험, 시험강의와 면접을 거쳐 최종 단계까지 갔는데 "지원자 중에 적격자가 없어서 최종 합격자가 없다"는 황당한 소식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돈 3만 원이 아까운 것이 아니라 그 동안 들였던 시간과 노력이 무용지물이었다는 허무함과 교사가 될 자격이 없다고 평가해버리는 그 사학재단에 화가 난 것이다.

얼마나 대단한 교사를 뽑으려고 하는지 필기-실기-면접 등 모든 단계를 다 거친 후에 "최종 합격자가 없다"는 통보를 하는 심보는 도대체 뭐냐는 것이다. 그러나 사학들은 "적격자가 없을 시 채용하지 않을 수 있음"이라는 사전 안내 문구를 내세워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반박한다.

듣고 있던 또 다른 기간제교사 E씨도 한숨을 쉰다. 어느 학교 국어 교사 채용 시험에 갔는데 국어 시험을 보지 않더라는 것이다. 영어, 수학과 같은 전공 시험은 없고 소위 교직논술이라는 이름의 서술형 시험만 치른 것이다. 문제를 받아보는 순간 "괜히 왔구나, 누군가를 내정하고 형식적으로 치는 시험이구나"하는 생각에 눈물이 핑 돌았다고 한다.

이들의 서러운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강남의 어느 학교에 가서 교장과 이사장 면접을 하는데 "전교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을 하더란다. 아무리 교원노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면접에서 이런 질문을 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해서 당황스러웠다고 한다. 사상 검증도 아니고 뭐 하자는 거냐는 것이다.

예비 교사들은 면접에서 사상 검증을 당하기도 한다.
 예비 교사들은 면접에서 사상 검증을 당하기도 한다.
ⓒ fli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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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이 바라는 모범 답안, 즉 전교조는 사악한 이념 집단이라서 절대로 가입하지 않겠다고 할까, 여러 교원단체 중의 하나로 알고 있는데 아직 잘 몰라서 뭐라고 말을 하기가 곤란하다고 피해갈까, 아니면 특정 교원단체에 대해서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은 사상 검증으로 불법 아니냐고 쏘아붙이고 나와 버릴까 하는 별의별 생각이 스쳐갔다.

그 기간제 교사는 이런 질문을 받아야 하는 자신의 처지가 한탄스러웠다. 거기에 아무리 사립학교라지만 면접에서 이런 질문을 던질 정도로 우리나라 교육계 수준이 이것밖에 안 되는지 민망해졌다고 한다. 

그나마 이런 학교들은 시험 응시 기회라도 주니 다행이라는 푸념이 이어졌다. 신규 교사 채용에 특정 종교를 조건으로 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 인격권 침해로 금지되어 있는데도 여러 학교들이 특정 종교 신자일 것, 또는 종교 활동을 할 것을 응시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이전에는 일부 개신교 사학들만 암묵적으로 이를 요구했는데 요즘에는 불교학교들까지 가세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불교사학으로 서울과 경기도에 여러 개의 학교를 운영하는 한 사학법인도 '신앙 생활을 하는 자'로 지원 자격을 제한하여 사실상 불교인이 아니면 응시 자체를 못하게 금지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다종교국가라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원칙인데 사학들에게는 이 원칙이 헌법 조항에만 존재할 뿐이다. 교육부나 교육청도 별다른 지도감독을 하지 않는 듯하다.

사립학교들이 저지르는 가장 흔한 불법은 정교사 자리에 기간제 교사를 채용하는 것이다. 교육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 등 교육법은 비정규직 교사 채용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즉, 휴직대체 교사나 학급감축 등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에만 기간제 교사를 채용할 수 있고, 나머지는 정교사를 채용해야 한다.

그러나 많은 사립학교들은 재정적 이유 혹은 교원 통제 수단의 하나로 비정규직 교사들을 양산하고 있다. 교육부 공식 자료에 의하면 사립중, 고등학교의 기간제 교원 비율은 이미 20%에 달하고 있다. 이 중에는 정교사 채용 사유에 해당함에도 사립학교들이 기간제교사로 '뺑뺑이'를 돌리고 있는 경우도 있다.

정교사가 퇴임을 하면 그 자리엔 반드시 정교사를 뽑아야 하지만, 대부분 기간제 교사를 채용한다. 그리고 2~4년 동안 일반 기업의 인턴이나 수습사원처럼 부려먹다가 계약 만료 기한이 도래하면 다른 기간제교사로 대체하는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 어떤 학교는 이런 식으로 기간제 교사로만 8년을 버티기도 한다.

대표적인 불법 기간제 채용 사례로 최근 문제가 된 곳이 서울 은평구 자율형사립고 하나고다. 특정 기간제 교사를 2년 정도 근무하게 하고 공개채용 절차도 없이 이사장 면담만으로 정교사로 전환한 것이다. 공개채용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은 사립학교법 위반에 해당하지만 해당 학교장은 지난해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위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고 사학의 관례로 그렇게 운영하는 학교들이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애초부터 정교사를 채용해야 하는 자리에 기간제 교사를 채용한 것이 첫 번째 불법이요, 정교사를 채용할 때는 반드시 공개경쟁 전형을 거쳐야하는데 하지 않은 것이 두 번째 불법이다. 나아가 정교사 자리가 하나라도 나기를 기다리는 수많은 예비교사들에게 최소한의 응시 기회조차 주지 않은 것도 도의적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 

얼마 전 경기도의 어느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매맞는 교사'의 영상이 언론 보도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그 교사는 기간제 교사였다. 아이들은 이미 누가 기간제 교사인지, 누가 정교사인지 알고 있다.

기간제 교사는 정교사와 마찬가지로 똑같이 수업을 하고, 학생을 지도하고 있으며, 요즘에는 담임을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도 그들은 많은 차별을 당하고 있다. 이런 차별은 기간제교사의 존재 자체에서 기인한다. 불법적인 기간제 교사 채용이 없어진다면 그에 따른 차별도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법적으로 인정되는 기간제교사야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기간제 채용 사유가 아닌데도, 더 나아가 모든 임금을 국민의 혈세로 지급하는 사학재단들이 기간제 교사를 2년마다 뺑뺑이 돌리는 일은 당장 시정되어야 한다. 교육 당국이 전수 조사를 통해 바로 잡아야 한다.

해마다 12월이 되면 기간제 교사들의 몸과 마음이 거리를 떠돈다. 마음으로는 내년에도 이 학교에 계속 다닐 수 있을까 걱정하고, 몸은 이 학교, 저 학교에 응시원서를 접수한다. 또 각종 시험에 불려 다니며 거리를 떠돌아야 한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기간제 교사 생활의 막막함으로 이 겨울의 바람이 더 차갑게 느껴질 것이다.

슈퍼 '갑' 사학들 앞의 미니 '을'들... 국가는 어디에

한 달 100만 원밖에 안 되는 임금을 받는 '학교의 88만원 세대' 시간강사들, 그것도 모자라 대부분이 법에 보장된 주휴수당과 월차수당이 무엇인지 구경도 못해봤을 것이다. 해고 통보가 두려워 법에 정해진 임금을 달라는 말도 못 꺼내는 수많은 시간강사들이 지금도 대한민국 학교에 방치되어 있다.

기간제 교사들은 또 어떤가? 전체 교사들의 20%에 이르는 기간제 교사들이 해마다 12월만 되면 거리를 떠돈다. 학생들에게 받는 차별도 서럽다. 정교사 채용 사유인데도 기간제로 뺑뺑이를 돌리고, 바늘구멍 같은 정교사 채용 자리에 응시를 하려고 하면 특정 종교를 내세워 지원자격도 주지 않는다. 면접에서는 전교조 문제 관련된 질문으로 사상검증도 당한다. 내정자 때문에 시험에 응시한 나머지 예비교사들은 '들러리'가 되기도 한다. 그들에겐 이래저래 더 추운 겨울이다.

시간강사에게도, 학교비정규직에게도, 기간제 교사들에게도 다람쥐 쳇바퀴처럼 반복되고 있는 이 모든 관행들은 대부분 불법이다. 특히 이런 슈퍼 '갑'질은 사립학교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사립학교의 '을'들은 당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말로는 교육개혁과 노동개혁을 외치지만 슈퍼 '갑' 사학들로부터 '을'을 보호해 주어야 할 국가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학교에 있는 이 '을'들에게 법적 권리를 찾아주는 것, 슈퍼 갑들의 '갑'질을 못하게 하는 것이 교육 개혁이자 노동개혁이다. 그래서 교육부와 노동부의 직무유기는 이제 끝나야 한다.


태그:#사립학교, #시간강사, #기간제,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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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좋은 사람'이 '좋은 기자'가 된다고 믿습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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