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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편에서 계속됩니다)

"이젠 그 사람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더 궁금하고, 해외여행 가봤는지 중요하게 여기네~."

전설의 그룹 공일오비(015B)가 1992년 발표한 <수필과 자동차>라는 노래 가사의 일부다. 그랬다. 그 당시에는 해외여행 경험이 연애의 발전 단계에서 중요한 지표로 작용할 만큼 드물었다. 행여 "지는 이 동네를 벗어난 적이 없시유~"라고 솔직히 고백했다 다음날로 연락이 끊어질 수도 있다는 믿기지 않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났다. 2014년 한해 기준으로 해외를 찾는 관광객 수가 1600만을 돌파했다고 한다. 전체 인구의 1/3이 1년에 한 번꼴로 외국에 다녀온다는 이야기다. 그러하기에 해외여행에 대한 많은 자료들이 인터넷과 책을 통해 소개된다.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이글은 여행기가 아니다. 시민기자의 여행 중 애로사항을 정리한 글이다.

지난 글에 이어 시민기자가 여행 중에 받는 두 번째 압박감을 소개한다. 바로, 기삿거리를 발굴해야 하는 책임감이다. "나 여행 다녀왔다!"라고 자랑질로 도배하려는 블로거도 아니고, 맛집을 타겟으로 삼아 먹방 투어를 하는 프리랜서 글쟁이도 아닌, 아무도 다루지 않는 내용을 심층 취재해야 하는 기자라는 점이 책임감을 불러일으킨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일본에 처음 가본 사람들이 놀라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소형차의 왕국'이라는 점이다. 중형급은 아주 가끔 눈에 보일 뿐 거의 대부분이 경차나 소형차를 타고 다닌다. 트럭도 소형, RV도 소형, 미니버스도 자주 보인다. 보통 사람들 같으면 '일본 국민들은 참으로 검소하구나' 하고 넘어가면 될 것을. 이놈의 기자 정신은 "왜?"라는 질문의 올가미를 던진다. 그때부터 스스로 목을 죄기 시작한다.

[왜?] 소형차의 왕국, 일본

아메리칸 빌리지 공영주차장에 주차된 차들의 90%는 경차나 소형차다.
▲ 소형차들의 왕국,일본 아메리칸 빌리지 공영주차장에 주차된 차들의 90%는 경차나 소형차다.
ⓒ 이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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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이 생각해본다. 일본에 소형차가 절대적으로 많은 이유. 일본은 섬나라다. 바닷바람이 심하게 불 터이고, 소금기 섞인 바람 때문에 차의 외관이 마모될 게다. 어차피 큰 차를 사도 시간이 지나면 소형차로 변할 터이고, 그럴 바에는 애초에 작은 차를 사서 타고 다니면 바람의 저항이 덜해 마모를 최대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일본 사람들은 작은 차를 타기 시작했다, 이렇게 쓰면 판타지가 되는 거다.

조금 더 깊이 생각하고 자료를 모아 본다. 일본의 장기 불황, 즉 잃어버린 20년(1991년부터 일본경제의 거품이 꺼지면서 경기가 침체되고, 이후 정부의 여러 정책에도 불구하고 2010년까지 지속된 경기침체를 말함)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쌍둥이 동생처럼 일본을 쏙 빼닮아가는 우리나라의 상황을 두고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일본인들도 1970~1980년대 활황기에는 대형 및 고급 차량을 많이 구매했다고 한다.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고, 자산 가치가 반 토막이 나면서 기업과 가계가 대출금 및 이자 상환을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그러다보니 가계의 지출을 줄여야 했고, 소유하던 차량의 크기를 줄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또한 엄청나게 비싼 택시요금도 경차와 소형차 판매를 증가시켰다. 일본의 택시요금은 기본요금이 730엔(한화로 대략 7000원)이며 미터기의 기본 단위가 90엔(대략 900원)이다. 멋모르고 택시에 탔다가는 눈뜨고 귀, 코, 입 할 것 없이 사정없이 베일 수 있다. 다행히 오키나와는 택시 기본요금이 소형차의 경우 450엔, 중형차의 경우가 500엔이며, 기본 단위는 50엔으로 다른 일본지역보다는 비교적 싼 편이다.

거기다 모노레일 요금도 비싸다. 다섯 정거장 정도의 거리를 이동하는데 260엔, 거의 우리나라의 두 배(대구 모노레일 성인 1100원)쯤 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본 사람들은 자가 운전을 해야 했고, 저렴한 경차와 소형차를 구입하게 된 것이다. 월세 살며 대형 수입차를 몰고 다니는 우리나라와 너무나도 대조적이다.

끝으로 일본에는 1962년부터 시행된 '차고지 증명제도'가 있다. 이는 차를 사기 전에 반드시 주차 공간을 확보해야 하는 제도로, 땅값이 비싸고 주차 공간이 협소한 일본에서 경차와 소형차가 확대 보급되는 밑바탕이 됐다. 이 정도면 심층적이지 아니한가.

[왜?] 일본 편의점 도시락이 맛있는 까닭

다양한 종류의 삼각김밥과 덮밥류등이 준비되어 있다. 신선도와 맛은 가히 구르메라 할 만하다.
▲ 편의점 내부의 간단 식사류 다양한 종류의 삼각김밥과 덮밥류등이 준비되어 있다. 신선도와 맛은 가히 구르메라 할 만하다.
ⓒ 이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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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로서의 책임감, 그 두 번째 예는 '편의점'이다. 역시 일본에 갔던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것이 편의점 음식의 맛과 질이다. 일본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나지만, 솔직히 편의점의 각종 덮밥류나 삼각 김밥 그리고 빵 등은 너무 맛있다. 일본에 머문 48시간 동안 총 아홉 끼의 식사를 했는데, 그중 네 끼를 편의점에서 사 먹을 정도였다. 왜 이리 맛이 있을까.

기자의 궁금증이 또 발동된다. 우리나라에도 있는 똑같은 이름의 편의점인데, 맛에서 현저한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뭘까. 일행 중 한 명이 그럴싸한 대답을 한다. "우리나라는 뭔가 부족한 거 아닐까? 그래서 똑같은 빵도 맛이 다른 거야." 물증은 없지만, 심증은 굳건하다며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여주는 듯하나, 이 또한 확인된 바는 아니다.

일본 편의점 음식이 맛있는 이유를 알아본다. 이 역시 일본의 장기불황과 관련이 있다. 부동산 거품 붕괴로 기업들이 무너지자 대량의 실업자가 생겨났고, 일찌감치 가정을 떠나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젊은 층들로 인해 1인 가구가 증대됐다. 또한 수입이 줄자 당연히 외식 대신 간단히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편의점으로 사람들이 몰렸다.

객관적으로 평가해도 편의점 빵이 우리나라 유명 체인 빵집보다 맛있다.
▲ 일본 편의점의 빵과 음료 객관적으로 평가해도 편의점 빵이 우리나라 유명 체인 빵집보다 맛있다.
ⓒ 이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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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도 얼마전까지 같은 이름의 편의점이 있었으나, 안의 내용은 천지 차이다.
▲ 대표적인 일본 편의점 패밀리마트 우리나라에도 얼마전까지 같은 이름의 편의점이 있었으나, 안의 내용은 천지 차이다.
ⓒ 이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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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게 되자 로손, 패밀리 마트, 미니스톱 등 우리에게 친숙한 이름의 편의점들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게 된다. 경쟁은 택배나 은행 업무같은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결합시킨다. 이 과정에서 제품의 완성도로 승부를 거는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이 융합되며 편의점 음식은 단지 끼니를 때우기 위한 음식이 아니라 'B급 구루메'로 거듭난 것이다.

여기서 'B급 구루메'란 저렴한 가격으로 쉽게 만들 수 있으며, 일상 생활에서 즐겨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A급의 맛을 자랑하는 착한 가격의 서민 음식을 뜻한다. 1986년 프리랜서 기자인 '다자와 류지'가 <B급 구루메 시리즈>를 발행하면서 일본 사회에 널리 알려졌다. 매년 일본 전역에 있는 'B급 구루메' 중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을 선발하는 것을 선발하는 'B-1 그랑프리'도 열린다고 한다.

이번 여행에서 나 또한 편의점에서 파는 'B급 구루메'에 푹 빠져들었다. 만일 일본 여행을 간다면, 검증되지 않은 식당 아무 곳이나 들어가는 대신 편의점에서 식사를 해결하라고 권하고 싶다. 그 정도로 오키나와 편의점의 음식들은 매우 훌륭하다.

(* 하편에 계속)

무료로 제공해주는 아이들 잠옷이 참 예쁘다
▲ 숙소에서 아이들과 무료로 제공해주는 아이들 잠옷이 참 예쁘다
ⓒ 이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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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수조안에 고래 상어 세마리가 돌아다닌다. 사진 찍는 여행객들이 너무 많아 상어들이 피곤할 법 하다.
▲ 츄라우미 수족관의 대형수조 대형 수조안에 고래 상어 세마리가 돌아다닌다. 사진 찍는 여행객들이 너무 많아 상어들이 피곤할 법 하다.
ⓒ 이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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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일본 소형차, #일본 편의점, #수필과 자동차, #츄라우미 수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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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위주로 어줍지 않은 솜씨지만 몇자 적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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