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장안의 화제 표창원 표 '사이다영상'

표창원 전 교수의 인터뷰가 장안의 화제다. 표 전 교수는 얼마 전 안철수 의원의 탈당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영입한 첫 번째 인사로서도 세간의 이목을 끌었었는데, 지난달 30일 MBN '뉴스 BIG5'에 출연해 날카로운 언변을 펼치면서 다시 한 번 그의 존재감을 드러내었다.

다음은 표 전 교수 인터뷰의 일부다.

앵커 : 문재인 대표 오늘 부산 사무실에서 인질극이 벌어졌습니다. 이유야 어찌 됐든 제1야당의 대표 사무실에 국민이 들어가서 인질극을 벌이면서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이게 바람직하진 않지만 그래도 뼈아프게 받아들일 부분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 대표가 무엇을 잘못한 걸까요?

표창원 : 역으로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그럼 그게 문 대표에 대한 책임과 관련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다면 2006년에 박근혜 후보가 선거 유세 중에 면도칼 공격을 당하셨습니다. 박근혜 후보의 잘못인가요? 똑같은 대답을 해보시죠. 사람에 따라 다르신가요? 상황에 따라 다르신가요?

생각치도 못한 역공에 말문이 막혀버린 앵커에게 표 전 교수는 오히려 쐐기를 박으며 준엄하게 타이르기까지 한다.

"지금 종편에서 문 대표의 사무실에 누군가가 들어와서 인질극을 벌인 걸 보니 문 대표에게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유사한 형태의 공격들을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주적의 높은 사람(북한 김양건 노동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의 사망에 애도의 뜻을 표한 정부가 같은 나라의 상대 야당 대표가 피습을 당했는데 위로나 어떤 의사표시도 없습니다. 이건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여당이나 정부나 또는 방송의 태도 자체가 상당히 비정상적이라는 겁니다."

"지금은 그런 공격을 할 때가 아니구요, 위로를 하실 때 아닙니까? 이런 범죄적인 공격, 정신이상자의 테러행위에 대해서 어떻게 그런 행동을 하냐고 같이 규탄을 해야죠. IS가 미국을 공격하면 우리가 미국의 책임을 물을 겁니까? 프랑스를 공격한 IS에 대해서 프랑스 너희가 잘못했으니 IS가 공격했겠지 이렇게 하실 겁니까? 아니지 않습니까. 이번 사건과 부산민심을 등치시키는 것은 대단히 악의적이고 왜곡적이고 범죄 피해를 이용하는 거밖에 안 됩니다."

현재 이 영상은 네티즌들에 의해 소위 '사이다 영상'이라고까지 불리며 널리 공유되고 있다. 한때 MBN 홈페이지에서 유독 이 인터뷰만 업로드가 안 되니 어떤 저의가 있는 거 아니냐며 음모론이 떠돌았었지만, 현재는 정상적으로 게시되어 있으며 아직까지도 많은 이들이 찾아보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을 방문해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을 방문해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야당 지지자들이 원하는 야당다운 야당

새해 벽두부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표창원 전 교수의 일갈. 이를 통해 우리가 짐작할 수 있는 것은 현재 야당 지지자들이 원하는 야당의 상이다. 그들은 정부여당의 잘못된 정책 등에 대해 단호하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야성(野性)이 살아있는 야당을 원한다.

한때 야권의 강력한 대안으로 거론되었던 안철수 의원이 현재 많은 이들에게 비판을 받는 이유는 결국 그 애매모호함에 있다. 그는 정치권에 들어서면서부터 '새정치'를 외쳤으나 5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 실체는 막연하기만 하다. 여야를 막론하고 현재의 모든 정치권을 반대하자는 것인지, 아니면 한국의 메인 스트림을 쥐고 있는 기득권들을 극복하자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지금까지 지켜본 바에 따르면 안철수 위원이 분명히 한 것은 오직 문재인 대표, 소위 친노라 불리는 세력에 대한 비토뿐이다. 물론 두루뭉술하게 정부여당도 비판했지만 적절치 않은 때와 장소로 인해 그 진정성마저 의심 받았다. 그러니 그의 합종연횡과 그가 추구하려는 가치에 대해 많은 이들이 의문을 지닐 수밖에.

반면 이번 표창원 전 교수의 인터뷰는 현재 야당이 무엇을 해야 할 지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보수적인 종편에 홀홀단신으로 출연해 악의적으로 질문을 하는 앵커에게 오히려 역공을 펼치며 '상식'을 이야기하던 표 전 교수.

야당 지지자들이 원하는 것은 이와 같이 단호하고 선명한 태도다. 좋은 게 좋은 거라며 두루뭉술 넘어가지 않고 잘잘못은 원칙과 상식을 바탕으로 분명히 가리고, 다양한 과거 사례를 통해 상대방의 표리부동이 얼마나 모순적이고 자가당착인지 콕콕 집어 이야기 할 수 있는 모습. 결국 유권자들이 바뀌고, 사회가 변화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과정이 필요한 것 아닌가.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자신들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문재인 대표의 가장 큰 약점은 그가 젠틀한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 어울리지 않게 유약하고 마냥 사람만 좋아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인 대표는 이번 표창원 전 교수의 영입을 통해 이와 같은 이미지를 불식시켰으며, 더불어민주당은 기존의 무능력한 야당의 이미지를 어느 정도 상쇄했다.

물론 혹자들의 우려대로 표 전 교수의 종편 출연 기회는 이번 인터뷰를 계기로 줄어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쨌든 표 전 교수는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어떤 태도를 지향할 것인지 분명히 보여주었으며, 그동안 지리멸렬했던 그들의 모습이 조금은 바뀔 수 있다는 기대를 안겨주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아래 더민주당)에 입당한 표창원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장이 새해 첫날인 1일 오후 2시 광주 동구 충장로우체국에서 광주시민들을 만났다. 표 소장이 사진을 찍기 전 한 아이와 얼굴을 마주보며 웃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아래 더민주당)에 입당한 표창원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장이 새해 첫날인 1일 오후 2시 광주 동구 충장로우체국에서 광주시민들을 만났다. 표 소장이 사진을 찍기 전 한 아이와 얼굴을 마주보며 웃고 있다.
ⓒ 소중한

관련사진보기


표창원 전 교수로 보는 진보-보수 프레임

야당다운 야당의 지향 외에 이번 표창원 교수의 인터뷰가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또 하나의 이유는 그가 보여준 정치적 스탠스 때문이었다.

경상북도 포항 출신이라는 표창원 전 교수는 이번 인터뷰를 통해 그가 보수-우파임을 보여주었다. 경찰대학 교수 출신으로서 그 누구보다도 정의와 조국의 부름에 민감하고, 강력범죄로 파괴되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써왔던 표 전 교수는 국가와 민족, 가족 등을 중요시하는 전형적인 보수-우파이다.

왜 안철수 의원이 아닌 문재인 대표를 지지하느냐는 앵커의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을 보자.  

"개인적으로 다른 분은 모르고 해병대 출신 부친 밑에서 해병대 교육을 받고 자랐고, 경찰 대학에서 조국, 정의, 명예라는 교훈을 신념으로 받아들이고 살았다. 문재인은 특전사 출신이다. 유력한 정치인들 중에 유일하게 제대로 병역을 완수하신 분이다. 거기에다가 국정 경험이 풍부하시다. 대통령 비서실장, 문화 사회 수석, 민정수석도 해보셨다. 그 이전에는 인권 변호사로 약하고 어려운 사람, 고통 받는 분들 곁에서 도와드렸다. 그런 분이기 때문에 믿고 여러 가지 다른 분들이 공격을 하시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한다."

보수-우파로서 이렇게 완벽한 대답이 있을까. 결국 표창원 전 교수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합리적 보수의 전형으로서, 그를 통해 우리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고 있는 진보-보수 프레임이 얼마나 왜곡되었는지 알 수 있다.

정부여당은 스스로를 보수, 나머지 세력은 진보라 칭하며 진보가 곧 좌파이기 때문에 '좌파=빨갱이'식으로 몰아가지만, 표 전 교수의 사례에서 보듯이 현재 더불어민주당 및 여타 신당들은 진보-좌파가 아니라 보수-우파에 가깝다. 분단이란 사회적 구조 속에서 극우파가 보수로 보이고, 중도우파가 진보로 보이는 것일 뿐이다.

어떤 좌파정당이 전형적인 우파의 생각을 하고 있는 표창원 전 교수를 가장 첫 번째로 영입할 수 있으며, 또 어떤 우파정당이 이번 위안부 합의처럼 민족을 팔아먹을 수 있단 말인가. 결국 현재 정부여당과 보수언론들의 '빨갱이' 타령은 그들의 극우성을 감추기 위한 하나의 수식여구에 불과하다.

개인적으로는 표창원 교수가 중요시하는 '조국'이란 개념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편이다. 그것은 언제든지 강력한 '국가주의'로 환원되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표창원 전 교수를 존중한다. 그가 이야기하는 원칙과 신뢰는 정상적인 사회라면 함께 가지고 가야 할 가치이며, 우리가 안정된 좌우의 날개를 통해 언제든지 합의할 수 있는 항목이기 때문이다.

표 전 교수의 정치권 입문을 환영한다. 부디 그가 꿈꾸는 상식적인 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 그가 많은 일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태그:#표창원
댓글87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지금은 비록 회사에 몸이 묶여 있지만 언제가는 꼭 공부를 하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돌고 돌고 돌아, 또 다시 숨어있기 좋은 방을 물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