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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당시 우리 언론은 한 번 죽었다. 저널리즘의 기본은 사실에 기반한 정확한 보도, 공정한 보도, 심층적인 보도다. 하지만 익히 알려진 '전원 구조' 오보를 비롯해 '총력 구조' 보도, '대통령 방문' 보도, 유병언 집중 보도 등 저널리즘의 기본을 지키지 못한 뉴스가 대부분이었다.

기자들은 '기레기('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라는 불명예를 감수해야 했다. 물론 그 오염된 기사들 사이에도 세월호 대참사의 진실을 알리려는 일부 언론과 분투하는 기자들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의 노력은 홍수같이 쏟아내는 선정적·왜곡 보도 속에 파묻히고 말았다. 오죽하면 유가족과 시민들이 항의하며 '공영방송' KBS 사장에서 '물러나라'고 했을까. 과연 이후 언론은 달라졌을까? KBS 사장의 퇴진은 KBS를 비롯해 여타 언론들의 각성을 불러일으켰을까?

진실에 다가갈 실마리 드러낸 청문회

<뉴스타파> 특별조사위원회 청문회 보도 화면 갈무리
 <뉴스타파> 특별조사위원회 청문회 보도 화면 갈무리
ⓒ 뉴스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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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드러내고자 진행된 특별조사위원회 청문회가 지난 14일부터 3일간 열렸다. 대개의 청문회가 그렇듯이 증인은 자신이 불리해질 것을 염려해 입을 다물었고, 특조위원들은 '진실의 문'을 열고자 애썼다.

큰 성과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세월호 참사 당시 '국가는 없었다'고 할 정도로 무능한 상황 대처, 부정확한 상황 전파, 앞뒤가 맞지 않은 '대통령 지시' 관련 사항과 일부 의혹에 관해 새로운 진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와 같이, 어떤 이유로든 선박이 침몰하는 상황에서는 승객들의 구조가 최우선이다. 그리고 구조를 위한 가장 중요한 정보는 선장을 비롯해 선원들에게 있다. 따라서 해경 지휘부는 배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 세월호와 최선을 다해 교신하고 그 정보에 따라 승객, 승선원의 안전한 구출을 지시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당시 해경 지휘부는 퇴선 여부를 묻는 선장의 교신 시도에 특별한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선장이나 선원을 통해 배의 사정을 묻고 선내에 진입하거나 퇴선 방송을 지시하지도 않았다. 세월호 선수, 즉 조타실 쪽에서 작업복을 입은 해경들이 선원들을 구하면서 '선장이 어디 있는지, 배의 사정은 어떤지 묻지도 않았다'는 증언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구조된 선원이 자신의 전화를 두 번이나 썼는데도 그들이 선원인지 승객인지 확인도 하지 않았다는 증언도 있다.

세월호에서 선원 한 사람이 '검은 물체'를 가지고 나와 탈출하는 물속에서도 놓지 않았던 것에도 의혹이 제기됐다. 해경 한 사람은 처음에 이를 부정하고, 관련 영상을 보여주니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하더니, 휴식을 취하고 와서는 적극적으로 '본인 모자였다'고 주장했다. 이에 관한 의혹은 가시지 않았다.

확실한 상황 파악도, 상황 보고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배의 기울기가 60~70도라고 알려진 지 40여 분이 지난 시각, 해경 상황실장이 청와대 인사와 전화하면서 '30도쯤 기울어졌다'고 말했던 상황도 밝혀졌다. 해경청장이 특공대를 파견했지만 대통령 지시사항으로 둔갑했다는 의혹도 있다. 청문회를 통해 전체적인 사건의 진실이 다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구조 실패의 진실에 다가갈 실마리가 드러났다고는 할 수 있다.

청문회를 통해 거듭 확인할 수 있었던 언론의 왜곡

청문회장에는 각 방송사에서 나온 카메라와 상황마다 번쩍번쩍 터지는 사진기가 있었다. 하지만 청문회와 관련된 언론의 보도는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방송의 경우 첫째 날 세월호 당시 많은 인명을 구한 의인 김동수씨가 모르쇠로 일관하는 해경 지휘부에 항의하여 자해를 시도한 것은 보도하였지만, JTBC를 제외하고는 둘째 날 셋째 날 관련 보도는 없었다.

<조선>, <중앙>, <동아>도 마찬가지였다. 이들 언론의 눈에는 세월호의 진실보다는 자해가 보도할 가치가 더 있는 듯했다. 언론은 또다시 세월호의 진실에 눈을 감았다. 아니, 다시 죽었다.

이런 결과는 이미 예상됐다고 할 수 있다. 대참사 이후 '기레기'라는 오명으로 불렸는데도 주류 언론들은 반성하지 않았다. 언론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600만 명이 지지 서명하고, 난산 끝에 여야가 합의하여 구성한 세월호 특조위의 상황은 대부분 외면했다. 특조위 출범 후 조사관도 뽑지 못한 상태로 7개월 이상을 허비하고, 사업비가 대다수 깎여 인건비 중심의 예산만을 배정받고, 진상규명 국장이 아직도 임명되지 않은 사실 말이다.

반면 특조위를 '세금도둑'이라는 비난하는 여당 국회의원의 발언은 대서특필했다. 정부 시행령에 대해서도 정부 편을 들었다. 2014년 4월 16일 '수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일과 시간의 대통령의 행적을 '사생활'이라고 주장하며 사퇴를 선언한 여당 추천 특조위 위원들의 청문회 불참에 '반쪽 청문회'라 이름 붙였다. 그런 언론이 청문회 생중계는 물론 청문회에서 드러난 진실에 귀를 기울이리라 예상하기는 힘들다.

그럼 우리가 진실에 접근할 길은 없을까? 생중계했던 인터넷 언론, 핵심을 잘 전달한 다른 주류 언론 등 진실한 언론은 있었다. 청문회 관련 보도를 보며 우리는 또다시 진실한 언론과 왜곡된 언론을 나눌 수 있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언론포커스'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고정 언론칼럼으로 격주 한 번 <오마이뉴스>에 게재됩니다. 언론계 이슈를 다루면서 현실진단과 더불어 언론 정책의 방향을 제시할 것입니다.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면서도 한국사회의 언론민주화를 위한 민언련 활동에 품을 내주신 분들이 '언론포커스' 필진으로 나섰습니다.

앞으로 고승우(민언련 이사장), 김서중(성공회대 교수), 김유진(민언련 이사), 박태순(언론소비자주권행동 공동대표), 신태섭(동의대 교수), 이완기(민언련 상임대표), 장행훈(언론광장 공동대표), 최진봉(성공회대 교수)의 글로 여러분과 소통하겠습니다. - 기자말



태그:#세월호, #특조위, #청문회, #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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