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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보 읽는 학생들 11일 오후 1시 30분께, 고려대학교 정경대학 후문에 학생들이 대자보를 보고 있다. 오른쪽의 네 개는 A씨와 그의 친구가 쓴 것이고, 왼쪽의 '전두환 만세'는 이에 반대하는 인물이 부착한 것으로 보인다.
▲ 대자보 읽는 학생들 11일 오후 1시 30분께, 고려대학교 정경대학 후문에 학생들이 대자보를 보고 있다. 오른쪽의 네 개는 A씨와 그의 친구가 쓴 것이고, 왼쪽의 '전두환 만세'는 이에 반대하는 인물이 부착한 것으로 보인다.
ⓒ 곽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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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에 '김일성 만세' 열풍이 부는 걸까. 표현의 자유가 경직되어 가는 시대, 상아탑 대학생들의 반발이 퍼지고 있다.

11일 오전, 고려대학교 정경대학 후문에는 '김일성 만세'라고 외치는 대자보들이 등장했다.

고려대학교에도 붙은 김수영의 시

독재자의 딸 11일 오전, 고려대학교 정경대학 후문에 김수영 시인의 시 '김일성 만세'를 적은 대자보들이 붙어 있다. 그 옆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언급한 '독재자의 딸'도 보인다.
▲ 독재자의 딸 11일 오전, 고려대학교 정경대학 후문에 김수영 시인의 시 '김일성 만세'를 적은 대자보들이 붙어 있다. 그 옆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언급한 '독재자의 딸'도 보인다.
ⓒ 곽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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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의 시 '김일성 만세'
'김일성 만세'는 시인 김수영의 작품으로, 시를 쓴 건 1960년 10월 6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 세상에 나온 건 지난 2008년 <창작과 비평> 여름호를 통해서였다.

1960년 당시 시를 발표하려던 매체에서 이를 받아주지 않아 뒤늦게야 세상에 공개됐다. 그때의 김수영 일기를 보면 매체에서 표현을 순화시킬 것을 요청하자 고민 끝에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사망한 지 40년이 지난 후에야 알려졌지만, 한국의 언론자유를 말할 때 많이 거론되며 그의 대표작이 됐다. 아래는 시의 전문이다.

김일성 만세

'김일성만세'
한국의 언론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는데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언론의 자유라고 조지훈이란
시인이 우겨대니
나는 잠이 올 수밖에

'김일성만세'
한국의 언론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는데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정치의 자유라고 장면이란
관리가 우겨대니
나는 잠이 깰 수밖에
- 김수영 '김일성 만세' 시 전문. 1960년 10월 6일
김일성 만세

'김일성 만세'
한국 언론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는데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언론의
자유라고 조지훈이란 시인이 우겨대니
나는 잠이 올 수 밖에 /김수영

독재자의 딸

'박근혜는 독재자의 딸'
한국 표현의 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는데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정치의 자유라고
경찰과 검찰이 우겨대니
나는 잠이 깰 수 밖에 - 고려대학교 정경대학 후문 대자보

한 대자보는 김수영 시인의 시 '김일성 만세' 중 일부를 그대로 옮긴 것이고, 다른 대자보는 해당 시에서 장면 내각을 비판한 부분을 박근혜 대통령으로 패러디한 것으로 보인다. 옮긴 대자보 하단에는 고양이, 막걸리, 닭 등이 등장하며 "찢지 말아오", "주인님 잡아가지 마라오"라고 쓰여 있었다.

해당 화법은 최근 누리꾼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새오체'이다. "판사님 이거 제가 썻어오"는 "판사님, 이건 제가 쓴 게 아니라 고양이가 쓴 겁니다"의 패러디로 보인다. SNS에서 정부 비판적인 게시글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공유'를 할 때 자주 사용되는 말이다. 법적 제재와 검열을 우려하며, 권력을 희화화하는 용도로 쓰인다.

김일성 만세 고려대학교 '정대후문 게시판'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김일성 만세' 시 대자보의 사진. 지난 9일 고려대학교 정경관 후문에 게시된 해당 대자보는, 경희대학교에서 부착된 '김일성 만세' 대자보를 패러디했다. 그러나 정체불명의 괴한에 의해 곧 훼손됐다.
▲ 김일성 만세 고려대학교 '정대후문 게시판'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김일성 만세' 시 대자보의 사진. 지난 9일 고려대학교 정경관 후문에 게시된 해당 대자보는, 경희대학교에서 부착된 '김일성 만세' 대자보를 패러디했다. 그러나 정체불명의 괴한에 의해 곧 훼손됐다.
ⓒ 정대후문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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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에 '김일성 만세'가 붙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본래 대자보는 지난 9일 오후 7시 30분께, 정경대학 후문 게시판에 부착됐다. 김수영 시인의 '김일성 만세'와 고양이가 등장했다.

그러나 지난 10일 오후 8시쯤, 해당 대자보가 무참히 찢겨서 훼손된 것이 발견됐다. 10일 오후 늦게 대자보가 찢겨진 자리에 작은 자보가 등장했다.

"내 글 차자 주새오, 나는 또 쓸 수 이써."

훼손된 대자보 지난 9일, 고려대학교 정경대학 후문에 게시된 '김일성 만세' 대자보가 훼손되자 그 자리에 '새오체'를 사용한 작은 자보가 붙었다. 촬영은 고려대학교 재학생 이정민씨.
▲ 훼손된 대자보 지난 9일, 고려대학교 정경대학 후문에 게시된 '김일성 만세' 대자보가 훼손되자 그 자리에 '새오체'를 사용한 작은 자보가 붙었다. 촬영은 고려대학교 재학생 이정민씨.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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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11일 오전, 대자보가 훼손된 자리에 비슷한 내용의 대자보 4종이 추가로 자리하게 됐다. 11일 낮 12시, 점심시간을 맞아 대자보 앞에는 대학생들이 몰려들었다. 해당 대자보를 본 고대생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대자보를 본 휴학생 임소정씨는 "유쾌하다, 재미있다"라고 반응했다. 이 학교 재학생 김세정씨는 "표현의 자유는 헌법상 권리인데, 공권력이 캠퍼스에 들어와 대자보를 수거하는 게 말이 안 된다"며 "누가 또 떼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대답했다.

고려대학교 재학생 커뮤니티 <고파스>에는 "내용에 동의하나 방법이 잘못됐다"라는 등 비판하는 의견도 일부 있었으나, 지지하는 댓글이 더 많았다.

누군가에 의해 찢겨진 대자보 그리고 경찰의 등장

서울 소재 대학교에서 '김일성 만세' 시가 게시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사건은 지난 11월 30일, 경희대학교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디어오늘> 7일 보도에 따르면, 경희대학교 경영대학 재학생 B씨는 지난 11월 30일, 경희대학교 청운관 게시판과 페이스북 페이지에 해당 시를 게시했다. 그러나 외부의 시선에 압박을 느낀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행정실 측에서 이를 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연대하는 차원에서 박진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시민대학 강사가 추가로 '김일성 만세' 대자보를 붙이기도 했다.

정경대학 후문 대자보를 작성한 A씨와 11일 낮 12시 30분께, 전화로 간단한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A씨는 "경희대 대자보가 훼손된 것에 분노"했다며 "경희대와 연대하는 차원에서 같은 내용의 대자보를 친구와 작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박근혜는 독재자의 딸'이라고 표현한 게시물에 대해서 경찰이 출동했던 것이 떠오르며 더 화가 났다"고 말했다. 그는 "본래는 박근혜 퇴진으로 패러디하려다가 더 많은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김일성 만세로 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겨레>의 11월 29일 보도에 의하면, 지난 11월 28일 11·14 민중총궐기 대회 당시 사용된 포스터를 출력해 자신의 공방 앞에 부착했던 황씨 앞에 서울 마포경찰서 소속 경찰들이 출동한 사건이 있었다. 해당 포스터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과 함께 "독재자의 딸"이라는 문구가 있었고, 당시 경찰은 "(박근혜 대통령이) 독재자의 딸이라는 증거를 대라"며 해당 포스터를 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대자보가 훼손된 후 다시 작성한 계기에 관해 물었다. A씨는 "대자보에 반대하면 다른 내용의 대자보를 게시하면 되지, 그 대자보를 훼손하고 경찰을 부르는 건 폭력이다"라면서도 "같은 수준으로 반응하고 싶지는 않았고, 유쾌하게 대응하고 싶었다"고 답했다. 이 대자보도 이후 일부 훼손되어 청테이프로 다시 고정해야 했다.

훼손된 대자보는 어디에 있는 걸까. <오마이뉴스> 확인 결과, 해당 대자보는 서울 성북경찰서 보안계에서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오후 1시께, 성북경찰서 보안계 관계자는 "10일 저녁에 신고가 들어와 경찰관이 출동했다"라면서 "출동했을 때는 이미 신고자가 대자보를 뗀 상태였다, 신고자로부터 대자보를 인수하였다"고 답했다. 당시 신고 내용이나 추후 대응 등에 대해서는 "(본인이) 해당 당직자가 아니고, 아직 논의 중이라 자세히 답변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다른 고려대학교 학생이 성북서에 전화했을 때는 "직접 오면 대자보를 돌려주겠다"고 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해당 학생이 나 대신 찾아다 주기로 했다"라면서 "훼손된 대자보를 찾으면 다시 그대로 게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그러나 "대자보의 원저작자가 실명을 공개하고 전면에 등장해, 해당 대자보의 의미에 대해 하나의 답을 제시하는 건 부적절한 것 같다"면서 이 이상의 자세한 인터뷰는 정중히 거절했다.

지난 2013년 겨울, '안녕들하십니까'라는 대자보 하나에 온 대학가가 응답했던 것처럼, '김일성 만세' 대자보에도 대학생들은 응답할까. 오후 1시 30분께, 해당 대자보를 지지하는 목소리('김일성만 세')와 반대하는 목소리('전두환 만세', '이것도 표현의 자유인가?')가 추가로 올라왔다. 오후 2시 30분경에도 '독재자의 딸과 김일성 만세를 위하여'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게시판에 붙었다.

'독재자의 딸과 김일성 만세를 위하여'를 함께 쓴 고려대 사회학과 권순민씨는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자보 철거가 '어떤 남성'의 우발적 행위로만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행위를 추동 내지는 방조하는 사회적인 힘이 있기 때문에, 그 힘들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해서 대자보를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비단 정후(정경대학 후문) 사건뿐만 아니라 경희대, 구수동 공방 사건도 언급한 것입니다."

찬성과 반대의 목소리 11일 오후 2시 30분께, 고려대학교 정경대학 후문에 '김일성 만세'를 지지하는 대자보와 반대하는 대자보가 함께 붙어 있다.
▲ 찬성과 반대의 목소리 11일 오후 2시 30분께, 고려대학교 정경대학 후문에 '김일성 만세'를 지지하는 대자보와 반대하는 대자보가 함께 붙어 있다.
ⓒ 곽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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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의 딸과 김일성 만세 11일 오후 2시 30분, '독재자의 딸과 김일성 만세를 위하여'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추가로 붙었다. 대자보를 함께 쓴 재학생 권씨는 "대자보 철거"를 우발적 행위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 독재자의 딸과 김일성 만세 11일 오후 2시 30분, '독재자의 딸과 김일성 만세를 위하여'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추가로 붙었다. 대자보를 함께 쓴 재학생 권씨는 "대자보 철거"를 우발적 행위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 곽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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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자보들 11일 오후 3시께, 고려대학교 정경대학 후문 게시판에 '김일성 만세'와 '독재자의 딸'이라는 제목의 소자보들이 여러장 붙었다. 해당 자보들은 "'독재자의 딸'과 '김일성 만세'를 위하여"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공동으로 작성한 고대생들이, 최초로 고대에 작성된 대자보 '김일성 만세'에 지지 의사를 표명하기 위해서 부착됐다. 사진은 고려대학교 재학생 권순민씨가 촬영했다.
▲ 소자보들 11일 오후 3시께, 고려대학교 정경대학 후문 게시판에 '김일성 만세'와 '독재자의 딸'이라는 제목의 소자보들이 여러장 붙었다. 해당 자보들은 "'독재자의 딸'과 '김일성 만세'를 위하여"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공동으로 작성한 고대생들이, 최초로 고대에 작성된 대자보 '김일성 만세'에 지지 의사를 표명하기 위해서 부착됐다. 사진은 고려대학교 재학생 권순민씨가 촬영했다.
ⓒ 권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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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자보들 11일 오후 3시께, 고려대학교 정경대학 후문 게시판에 '김일성 만세'와 '독재자의 딸'이라는 제목의 소자보들이 여러장 붙었다. 해당 자보들은 "'독재자의 딸'과 '김일성 만세'를 위하여"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공동으로 작성한 고대생들이, 최초로 고대에 작성된 대자보 '김일성 만세'에 지지 의사를 표명하기 위해서 부착됐다. 사진은 고려대학교 재학생 권순민씨가 촬영했다.
▲ 소자보들 11일 오후 3시께, 고려대학교 정경대학 후문 게시판에 '김일성 만세'와 '독재자의 딸'이라는 제목의 소자보들이 여러장 붙었다. 해당 자보들은 "'독재자의 딸'과 '김일성 만세'를 위하여"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공동으로 작성한 고대생들이, 최초로 고대에 작성된 대자보 '김일성 만세'에 지지 의사를 표명하기 위해서 부착됐다. 사진은 고려대학교 재학생 권순민씨가 촬영했다.
ⓒ 권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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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ㅣ박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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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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