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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식당에 가서 커리를 시키면 직원이 물어보는 것이 있다. '난은 어떤 것으로 드릴까요?'

난(Naan)은 발효시킨 밀가루 반죽을 화덕에 구워서 만든다. 넓적한 것이 우리나라 부침개 같다. 갓 나온 따끈한 난만 봐도 입안에 침이 고인다. 난은 고소하다. 또 술 빵 맛도 난다. 개인적으로는 마늘 난 (Garlic naan)을 좋아하는데 순수한 난 (Plain naan)과 버터 난 (Butter naan)도 있다.

회사 식당에서 점심시간에 제공해주고 있는 난
▲ 인도 음식의 감초인 난 회사 식당에서 점심시간에 제공해주고 있는 난
ⓒ 최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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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음식점 메뉴를 보면 채식(Vegetarian)과 육식(Non-vegetarian), 이렇게 나눠져 있다. 종교적인 이유로 채식주의자가 많기 때문이다. 이중에는 채식, 육식에 관계없이 커리 요리가 상당부분 차지한다. 걸쭉한 커리와 함께 먹기 좋은 것이 난이다. 찌개랑 같이 먹는 밥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난만 먹으면 처음에는 별 맛이 없다. 하지만 계속 씹으면 고소한 맛이 난다. 난이랑 녀석이 이렇다. 자신의 깊은 맛을 숨길 정도로 겸손하다. 그래서 씹을수록 더 맛이 난다. 밥도 마찬가지다.

밥이 모가 나지 않았듯이 난도 둥그렇다. 그래서 다양한 음식과 잘 어울린다. 난은 개성 강한 커리를 감싸 안아 시너지효과를 낸다. 그만큼 포용력이 있다. 난만 보고 있으면 마음이 푸근해지는 이유다.

커리보다 난이 부족할 것 같으면 적당한 때에 추가로 난을 주문해 둬야 한다. 처음부터 많이 시켜서 식어버리면 안되기 때문이다. 적당한 때를 맞추게 하는 난은 탁월한 감각의 소유자다. 한국에서 공기 밥 추가하던 것과 비슷하다.

찌개나 국이 남았을 때 밥을 말아서 먹으면 그릇이 깨끗이 비워진다. 접시에 남아 있는 커리는 난만 있으면 말끔하게 먹을 수 있다. 난은 자신을 희생해서 세상을 깨끗하게 한다. 꽤 괜찮은 친구다.

인도에서 난을 볼 때마다 한국에서 먹던 밥이 떠오른다. 둘 다 겸손하고 포용력이 크며 희생정신까지 갖춘 나설 때를 아는 성인군자다. 그런데 지금 우리사회를 보면 왜 난이 생각나는 걸까?

한상균 위원장 사태에서 보는 노동계와 정부의 갈등, 사법시험 유예와 관련한 로스쿨 재학생과 사법시험 준비생간의 갈등, 당권을 놓고 벌이는 제1야당 주류와 비주류간의 갈등, 일자리 및 복지문제와 관련한 청년층과 장년층간의 갈등. 2015년말 한국사회를 분열시키고 있는 갈등 사례다.

우리사회에 밥이나 난과 같은 사람이 대다수라면 문제가 되고 있는 갈등상황을 원만하게 헤쳐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자기 주장만 내세우는 커리 같은 사람이 더 많아 보인다. 난 없이 커리만 먹을 수는 없다. 오늘부터 '나는 난이다, 나는 밥이다'라고 외치자. 그리고 얽혀있는 매듭을 속 시원하게 풀어보자.


태그:#인도, #난, #NAAN, #갈등,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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