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사진보기
|
| ▲ 야스쿠니 신사 폭발음 사건 한국인 용의자의 일본 입국과 체포를 보도하는 ANN 뉴스 갈무리. |
| ⓒ ANN |
관련사진보기 |
일본 야스쿠니(靖國) 신사 폭발음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한국인 남성 전아무개(27)씨가 일본에 자진 입국해 체포됐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전씨는 9일 오전 10시 항공기를 타고 도쿄의 하네다 공항으로 입국했다. 일본 경시청은 전씨를 즉각 체포해 공안부로 넘겨 조사하며 건조물 침입 혐의로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전씨는 이날 조사에서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한 것은 맞지만 (폭발음은) 잘 모르겠다"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일본에 재입국한 이유에 대해 "사건에 대한 일본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야스쿠니 신사 화장실의 사건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왔다"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전씨는 이번 사건의 수사 본부에서 경시청 본부로 옮겨진 상태다.
지난달 23일 일본 도쿄 지요다 구 소재 야스쿠니 신사의 남자 공중 화장실에서 한 차례 폭발음이 들리는 사건이 발생, 경찰은 현장에서 디지털 타이머, 금속 파이프 묶음, 한글이 적힌 건전지 등을 발견했다.
이어 경찰은 폭발 전후로 화장실 인근 폐쇄회로(CC)TV에 찍힌 전씨를 발견하고 그가 숙박한 호텔과 출입국 기록을 추적,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아내고 용의자로 지목했다. 전씨는 21일 일본에 입국해 사건이 발생한 23일 귀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사건이 발생한 화장실에 떨어진 담배꽁초와 전씨가 머물던 호텔에 남겨진 담배꽁초에서 발견된 DNA가 서로 일치한 것을 확인하는 등 전씨의 혐의를 증명할 단서를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경시청도 입국 경위 몰라... 왜 자진 입국? 일본 정부와 경시청도 전씨의 입국 경위를 모르고 있었다는 점에 비춰 볼 때 정확한 입국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 아사히 방송 계열 ANN 뉴스에 따르면 경시청 관계자는 "(전씨가) 설마 자진해서 다시 올 줄 몰랐다"라며 놀라워했다.
일본 언론이 용의자로 한국인을 지목하며 이미 전씨의 신상이 보도됐으나, 일본 정부가 용의자 입건이나 체포를 위해 한국 정부에 공식으로 신병 인도를 요구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전씨가 전격 입국한 것이다.
특히 전씨가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이날 귀국편 항공권을 함께 예약해둔 것으로 볼 때 자신의 체포를 예상하지 않았을 것이 유력하다. 일각에서는 한국이나 일본 정부가 전 씨의 입국에 개입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지만 확인된 사실은 없다.
전씨의 어머니는 NHK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아들이 체포된 것을 방금 알았다"라며 "아들이 왜 체포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런 사건을 일으킬 성격이 아니다"라며 "애국주의자도 아니고, 성실하게 살아온 평범한 아들"이라고 설명했다.
NHK에 따르면 전씨는 전북 군산에서 5년 넘게 공군 부사관으로 복무하다 올해 3월 전역했다. 전역 후에도 군산에서 혼자 생활해왔으며, 이웃이나 친구 등 외부와의 소통을 거의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수사 결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도쿄 주재 대사관을 통해 일본 경시청으로부터 한국인 용의자를 체포했다는 연락을 받고 담당 영사를 파견했다"라며 "수사 결과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정례회견에서 "용의자 체포 사실을 보고받았다"라며 "수사가 진행 중이므로 언급을 자제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전씨가 묵었던 호텔 측도 일본 언론의 취재 요청에 "숙박한 것은 맞지만 자세한 설명은 할 수 없다"라고 답했다.
한국과 일본은 지난 2011년 12월 야스쿠니 신사의 정문에 화염병을 던진 뒤 한국에 입국한 중국인 류창에 대해 일본의 신병인도 요구를 한국 법원이 정치범이라는 이유로 거부를 결정하면서 외교적 마찰을 겪은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씨가 일본으로 자진 입국했고, 경시청이 곧바로 체포하면서 최소한 용의자의 신병 인도를 둘러싼 외교적 마찰 가능성은 사라졌다는 것이 양국 여론의 공통된 시각이다.
다만 앞으로의 수사 과정에서 전씨의 발언이나 일본 정부의 수사 방향, 용의자에 대한 처분 등을 놓고 양국 관계가 또 다른 마찰을 겪을 수도 있어 상황을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