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수도 서울에 이은 대한민국 제2의 대도시이다. 야구·축구·농구 등 부산을 연고지로 하는 수많은 프로 스포츠 구단이 몰려있기도 하다. 하지만 부산 스포츠 팬들에게 2015년은 지우고 싶은 해가 될 듯하다. 공교롭게도 부산 연고의 스포츠팀들이 나란히 동반부진의 악몽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먼저 부산의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를 보자. 오죽하면 부산을 가리키는 '야구의 도시'라는 수식어가 유명할 정도다. 그러나 부산 연고의 롯데 자이언츠는 올해도 8위에 그치며 3년 연속 가을 잔치 진출에 실패했다.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해 CCTV 사찰 파문 등으로 곤욕을 치르며 성난 팬들로부터 보이콧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이후 롯데는 올 시즌 새 출발을 선언했으나, 또다시 기대 이하의 성적에 그치며 사령탑 이종운 감독이 한 시즌 만에 경질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프로 원년부터 역사를 이어온 롯데는 92년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을 끝으로 23년째 무관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국내 프로야구 역사상 최장기간 우승 실패 기록이기도 하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롯데가 다음 시즌 전력보강에 대한 확실한 투자와 변화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이다. FA 시장에서 송승준(잔류), 윤길현, 정우람 등 '즉시 전력감' 선수들을 확보하며 약점이던 투수력을 보강했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던 황재균과 손아섭이 포스팅에서 '무 응찰' 수모를 당하고 팀 잔류가 확정되면서 타선에서도 전력 유출을 막았다. 롯데는 다음 시즌 조원우 신임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며 팀 재건에 한층 박차를 가하게 됐다.

부산 아이파크 강등, 야구와 농구·축구도 부진

부산은 야구에 이어 올해 축구에서 또 다른 불명예 기록을 이어갔다. 부산 아이파크는 수원 FC와의 승강 플레이오프 1·2차전에서 합계 0대3으로 완패하며 다음 시즌 K리그 챌린지(2부)로 강등당했다. K리그에 강등제가 도입된 이래 시민구단이 아닌 기업구단으로서는 사상 최초의 강등이다.

야구에 비하여 축구는 부산에서 인기 스포츠는 아니다. 하지만 부산도 한때 뜨거운 축구 열기를 자랑하던 시절이 있었다. 부산 팀이 K리그 정상에 오른 것만 무려 4차례다. 창단(1983년) 후 첫 시즌이던 1984년 처음으로 한국 프로축구를 평정한 데 이어 1987, 1991년에도 잇달아 정상에 올랐다. 최고의 전성기로 꼽혔던 1997년에는 아디다스컵, 프로스펙스컵, K리그를 모조리 휩쓸며 '트리플 크라운'의 대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1986년에 한국 클럽으로는 최초로 아시안클럽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영광의 기록이다. 지금은 한국 축구의 전설이 된 안정환 같은 K리그 최고 스타들을 배출한 것도 바로 부산의 전성기였다.

하지만 모기업이던 대우그룹이 2000년 현대산업개발에 인수된 이후 부산은 투자 소홀로 인한 성적 하락과 대중의 무관심 속에 점점 몰락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이후 부산이 올린 눈에 띄는 업적은 2004년 FA컵 우승과 2005년 전기 리그 우승 정도다. 오히려 대부분 기간을 K리그에서 중·하위를 맴도는 '동네북'으로 전락했다. 성적 자체보다도 잦은 감독 교체와 파행 운영 등 불미스러운 사건·사고와 구설수로 화제에 오르내리는 경우가 더 많았다.

2부리그 가는 부산 아이파크 지난 5일 오후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5'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 수원FC 경기와 경기에서 패한 부산 아이파크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아쉬워 하고 있다.

▲ 2부리그 가는 부산 아이파크 지난 5일 오후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5'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 수원FC 경기와 경기에서 패한 부산 아이파크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아쉬워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번 강등으로 부산은 K리그 역사에 오점을 남겼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기업 구단으로서 최초로 강등 당한 것은 물론이고, K리그 우승팀 출신이자 대한축구협회 회장(정몽규 구단주) 소유 구단으로서 2부리그로 추락했다는 것도 역시 K리그 역사상 최초다. 그야말로 '불명예 트리플 크라운'이 아닐 수 없다.

더욱 슬픈 것은 이번 강등으로 가뜩이나 위축된 부산의 축구 열기가 더욱 쇠락할 것이라는 우려다. 부산 축구팬들은 이번 사태가 '예고된 인재'라고 입을 모은다. 2000년대 이후 부산에서는 축구단에 제대로 된 투자나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고 기업구단임에도 시민구단보다 못한 팀 운영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강등은 결국 시기의 차이였을 뿐, 10년 넘게 누적된 부산의 구조적인 문제가 쌓여서 터진 것이라는 평가다.

마지막으로 프로농구다. 부산 KT 소닉붐은 지난 14~15시즌 23승 31패의 성적으로 6강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다. 더 큰 수난은 시즌 후에 터졌다. 또한 지난 시즌까지 KT 사령탑을 역임했던 전창진 전 감독이 승부조작에 연루된 혐의로 경찰수사를 받으며 논란에 휩싸였다. 전감독이 승부조작에 관련 혐의를 받은 경기들이 모두 KT 시절에 치러졌던 경기들이라 구단 역사에도 큰 오점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KT는 올 시즌 조동현 신임감독 체제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시즌도 12승 14패로 7위에 그치며 험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올시즌도 리빌딩에 주력하며 우승 전력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사다난했던 2015년은 부산 프로스포츠 역사에는 수난사로 기억될 만한 1년이었다. 다른 연고지에 비하여 유난히 크고 작은 사건들이 많았던 부산 팬들이 내년에는 스포츠로 인하여 웃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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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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