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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4일 경찰은 고압의 물대포로 맨손 상태인 69세 농민을 조준했습니다. 그가 의식을 잃고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쓰러져도 경찰은 계속 물대포를 쏘아댔습니다. 그를 도우려 다가간 이들에게도 조준은 계속되었습니다. 현장 동영상이 SNS와 포털사이트에 나타나면서 민주주의를 걱정하는 여론이 대단합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그날 절규하듯 요구사항을 외친 국민을 향해 꽁꽁 얼어붙은 칼날 같은 말을 토해냈습니다. 집회에 참가한 국민들을 테러리스트, 'IS'로 규정했습니다.

1차 민중총궐기가 끝난 후 새누리당의 아성, 대구 청춘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대한민국의 현실에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는 10대, 20대, 30대 청춘들이 오는 12월 5일 2차 민중총궐기 때 서울로 상경하지 못하는 청춘들을 모아 대구 학생총궐기를 열기로 했습니다. 11월 말 누군가 트위터에서 제안하자, 짧은 시간에 50여 명이 모였고 재능기부로 집회를 준비 중입니다. 대구에서 학생 총궐기 집회를 개최하는 청춘들을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 기자 말

"서울 상경 어려운 우리, 대구에서 뭐라도 해보자"

토론하며 처음 하는 피켓 만들기도 진지하다.
▲ 12월5일 대구 학생총궐기 준비에 한창인 스태프들. 토론하며 처음 하는 피켓 만들기도 진지하다.
ⓒ 조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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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대구에도 제법 세찬 바람이 손가락 끝에 차갑게 와 닿는다. 날씨가 흐렸던 지난 3일 오후 대구 학생총궐기를 준비하는 청춘들을 만났다. 앳된 얼굴에 눈빛은 보석처럼 반짝였다.

트위터에서 오는 5일 대구 학생총궐기 준비를 위해 스태프를 자처한 청춘들은 당일 집회에 사용할 피켓을 만들고 있었다. 아르바이트와 학업으로 바쁜 이들이 무엇 때문에 분노하게 되었는지, 새누리당의 아성인 대구에서 왜 학생총궐기를 진행하려고 하는지 몹시 궁금했다. 실무 준비로 바쁜 와중에 틈틈이 인터뷰를 진행하였다(이들 활동을 제약할 수도 있어 익명을 사용했다).

- 우선 만나서 반갑습니다. 학생 총궐기를 준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청춘1 : "대구 학생총궐기는 지난 11월 14일 광화문에서 진행한 1차 민중총궐기 때 경찰의 과잉 진압을 보고 분노한 사람들이 트위터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면서 시작되었어요. 비민주적이며 폭력적인 정부의 대응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를 감추지 못했고 안타까움을 토해냈어요.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역에서도 시위를 한 번 열어보자는 많은 의견들이 오고 갔어요. 그래서 대구를 포함해 부산, 경주, 천안, 강원, 제주, 공주, 대전, 광주 각자의 지역에서 총궐기를 준비해보자고 의견이 모아졌죠.

사실 저희 청년들은 엄청 바빠요. 스펙 쌓느라, 아르바이트 하느라…. 민주주의에 대한 고민은 있지만, 막상 토요일에 상경하려니 참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서울은 못 가지만 무엇이든 함께 의견을 표현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지역 학생총궐기를 준비했어요. 2차 민중총궐기가 열리는 12월 5일 오후 4시. 대구 한일극장 앞에서 서울과 동시에 총궐기를 진행합니다. 지역에서 총궐기를 하려는 이유는 바로 가까이에서라도 함께 행동해보자는 마음이에요."

- 그렇군요. 저도 트위터를 통해 대구 학생총궐기의 주요 요구안을 보았습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계획 폐기,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및 온전한 인양, 노동개악 중단, 차별금지법 제정 등 총 4가지 요구를 내걸었던데, 이 4가지를 주요 주제로 올린 이유가 있나요?
청춘2 : "우선 지난 1차 민중총궐기 대회의 11대 요구안 중에서 4가지를 선정했어요. 트위터에서 많은 의견을 들으면서 선정하였죠. 우선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10대들의 열망이에요. 저희가 트위터에서 모였는데 10대들이 정말 많거든요. 노동개악 중단은 저와 같이 비정규직이거나 알바생 혹은 취업을 준비하는 20, 30대들의 요구이고요.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은 우리 모두의 문제잖아요. 세대를 넘어서 모든 분들이 진실을 알고, 제대로 인양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어요. 차별금지는 인권 측면에서 함께 넣었어요. 69세 농민을 향한 경찰의 살인적 폭력은 물론, 장애인 등 각종 소수자들이 우리나라에서 굉장한 차별과 억압을 받고 있다고 생각해요."

"열세 살도 나라 걱정하는데 정부는 뭐하는 건지"

처음 만든 피켓을 만들고 한 컷.
▲ 처음 만든 피켓을 든 대구 학생총궐기 준비모임 처음 만든 피켓을 만들고 한 컷.
ⓒ 조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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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 차벽으로 광화문 일대를 원천봉쇄하고, 고압 물대포를 시위대에게 직사하는 등 정부가 민중총궐기 시민들을 테러범 취급하며 집회 자체를 불허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청춘3 : "사실 평소에는 정말 평범하게 살았어요. 지역에서도 총궐기를 만들어보자는 트윗을 보고 스태프를 자청한 것도 1차 민중총궐기에서 물대포를 살인적으로 사용하는 경찰의 대응을 보고 엄청 분노했거든요. 특히 부상자를 싣고 가는 응급차를 향해서 물대포를 조준하는 걸 보고는 참을 수가 없었어요. 이건 살인미수 아닌가요? 차벽도 위헌이라는 목소리가 있는데, 거기에 사람에게 그런 엄청난 물대포를 어떻게 쏠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사실 경찰이 그런 식으로 집회를 원천봉쇄하니까 집회 참가자들이 집회를 성사시키려고 한 거잖아요.

누가 준법 정신 운운하는 건지, 우리 정부와 경찰은 너무 뻔뻔한 것 같아요. 헌법에는 집회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쓰여 있어요. 기본권을 먼저 침해한 것은 박근혜 정부잖아요. 신고제인 집회를 허가제처럼 사용하려는 것도 정부고요. 집회를 원천봉쇄하는 게 범법 아닌가요? 복면금지법은 아직 국회에서 통과되지도 않았는데 복면을 쓰고 시위에 참가하면 무조건 기소하겠다고 하는 것도 순 억지인 것 같고요."

- 정말 화가 많이 난 것 같군요. 그럼 대구 학생총궐기를 준비하면서의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소개 부탁드려요.
청춘1 : "사실 우리는 대구의 여느 집처럼 보수적인 부모님을 두었답니다. 뉴스 보다가 사회적인 내용이 나오면 정말 부모님과 신경전이 대단하답니다. 답답하기도 하고 우리 대구도 좀 변했으면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그런데 그런 목소리를 내 본 경험이 없었어요. 처음 스태프로 참가해서 집회를 만들려고 하니 앞이 깜깜하더라고요. 집회 순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누구랑 준비해야 할지, 연설문은 써야 하는지, 집회신고는 어떻게 하는지…. 저희에게는 하나하나가 다 처음이고 힘든 과정이었어요."

청춘2 : "전 대학생인데 주변 친구들과 가끔 나라 걱정을 할 때가 있어요. '큰일이다', '민주주의가 아닌 것 같다', '헬조선이다' 이러면 많이들 공감하지만, 막상 행동하자며 집회 같은 곳에 가자고 하면 한두 명 외에는 모두 도망가요.

저는 비정규직, 인턴 같은 우리 장그래들이 과도한 경쟁을 강요당하는 현실을 자기 탓으로 돌리지 않았으면 해요. 자신이 못나서가 아니라 사회가 못나서 그런 것인데, 바보처럼 자기 탓만 하고 있으면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아요. 친구들이 현실을 제대로 응시했으면 해요. 내가 왜 이렇게 힘든지, 그 근본 원인을 생각해보자는 것이죠. 내 탓도, 네 탓도 아니에요. 바로 사회와 정부의 잘못이거나 실수가 만든 것이죠. 그래서 함께 행동하고 외쳤으면 해요."

청춘3 : "총궐기를 준비하면서 만 14세 미만 청소년은 참가 못하게 했어요. 아직 초등학생들이라 부모님 허락이 필요할 것 같아서요. 그런데 6학년 13살 친구가 참가하면 안 되느냐고 엄청 조르던 게 기억에 남아요. 13살도 이렇게 나라 걱정인데 도대체 정부는 뭐하고 있는 건지. 에휴."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청춘1 : "미디어에선 집회 시위의 폭력적인 측면만 부각해요. 그 주체가 시위 참가자든 경찰이든 마찬가지로요. 저희는 집회의 일부분만 보지 말고 본질을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 13만 명이 거리에 나왔는지, 그들이 외치고 절규하는 목소리가 무엇인지, 그 목소리가 본질이라고 생각해요. 노동자들은 무엇을 외치는지, 농민은 무엇을 외치는지, 청년들은 무엇을 요구하는지… 그런 것은 미디어에서 거의 다루지 않더라고요. 국민들 목소리는 안 듣고 본질을 흐리면서 폭력에만 모든 초점를 맞추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청춘2 : "다시 한 번 함께 행동해달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12월 5일 토요일 오후 4시 대구 한일극장 앞. 함께 해주세요. 학생총궐기지만 누구나 환영합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 발걸음 앞에 옅은 눈발이 흩날린다. 대구에서 총궐기를 준비하는 청춘들의 마음처럼 세상이 변할 수 있을지, 이곳 대구가 변할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굳게 주먹쥔 손 아래 청춘들의 민주주의 열망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 대구 학생총궐기 웹포스터. 굳게 주먹쥔 손 아래 청춘들의 민주주의 열망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 조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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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ㅣ손지은 기자



태그:#대구학생총궐기, #12.5, #민중총궐기, #대구,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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