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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통곡과 슬픔 그리고 그리움이 가득한 교실에 어떤 학부모가 자기의 자식들을 앉히고 싶을까? 학교 입장에서도 이제 고등학생 되는 애들한테 이건 너무 잔인한 생각 아니야?"

세월호 참사 591째 되던 지난 11월 27일. 안산 단원고를 둘러보던 시민 이혜린씨가 말했다. 단원고 희생자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2학년 교실 10개와 교무실 1개를 아이들의 졸업에 맞춰 외부 추모 공간으로 옮기고 신입생을 받겠다는 경기도교육청과 단원고 측의 입장을 듣고 꺼낸 첫마디다.

단원고 추모 교실, 오는 1월 철거

2학년 7반
▲ 단원고 2학년 7반
ⓒ 윤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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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2일 경기도 교육청과 단원고 측은 내년 1월 11일 졸업식을 기점으로 단원고 2학년 교실과 교무실(아래 416교실)을 철거한다고 밝혔다. 신입생을 받을 공간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다.

동시에 학교 측은 단원고 앞 도로 쪽 땅을 매입해서 단원고 부지를 넓힌 후 416 민주시민교육원 건물을 짓겠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유가족 측에 전달했다. 건물이 지어지는 2년여의 시간 동안에는 안산교육지원청 별관에 추모 공간을 임시로 마련하겠다고 한다.

유가족 측은 지난 9월초 교실 존치 문제가 논란이 되자 단원고 내에 교사를 증축하고 416교실을 재학생들의 수업 공간과 차단하는 것을 골자로 제안했다. 하지만 경기도교육청과 단원고 모두 응답이 없었다. 그러다 최근 나온 대책은 예산이 편성되지도 않았고, 건물 부지 근처의 민원도 해소되지 않아 유가족들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당황하고 있다.  

심지어는 경기도 교육청과 단원고, 일부 재학생 학부모들과 교실 존치를 두고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음산하고 혐오스러운 교실 때문에 학생들이 수업에 지장을 받는다" 등의 항의를 받아 상처가 깊다. 오는 1월을 기점으로 옮겨진다는 단원고 교실을 보존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격론도 만만치 않다.

트위터 이용자 '네티즌수사대 자로'씨는 이날 한 전화 인터뷰에서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가 남아있는 상태에서 단원고 교실 존치의 문제가 화두에 오른다는 것조차 불쾌하다"고 말했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라는 호랑이의 꾐에 하나씩 넘겨주다가 팔, 다리, 몸통까지 먹혀버린 엄마, 결국 호랑이는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삼남매 중 막내까지 먹어버리고 남은 두 남매는 동아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 달과 별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세월호 형국이 딱 그 모양이다. 구조 과정을 봐서도 그렇고 모든 것을 유가족들에게 뜻에 맞춰 해주겠다고 대통령까지 나서서 그러지 않았나? 그 후 쳐다보지도 않았다. 유가족들을 매도하고 소외시키는 것도 모자라 아이들의 기억이 남아있는 마지막 장소도 협의 없이 없애려하고 있다. 심지어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상식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

"인양도 안 됐는데 철거부터 논의... 두 번 상처주는 일"

교실 창틀에 붙은 추모 메시지
 교실 창틀에 붙은 추모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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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영 선생님과 아이들.
 전수영 선생님과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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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시연 엄마는 미수습자 가족들을 걱정했다. 현재 서울 홍익대학교 앞과 청운동에서 함께 피켓시위를 하는 다윤이와 은화의 엄마 아빠를 두고 한 말이다. 그는 "인양이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추모 공간 철거를 먼저 논의한다는 것은 그들에게 두 번 상처 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보낸 건데. 학교에서는 기다려줄 줄 알았어요. 또 이렇게 허둥지둥 하다보면 아이들의 흔적이 어느새 사라지겠죠. 우리는 항상 나중에 와서야 알게 돼요. 이렇게 살아본 적이 없으니까. 지금 당장도, 내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전문가가 없잖아요. 다 부모잖아요. 아무것도 못했어요. 울기밖에 못했잖아요.

차라리 참사 당시 우리 시연이를 데리고 오지 말 걸 그랬나. 끝까지 모두를 기다렸다 함께 올라온다고 했다면 더 작업을 빨리 해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당시에는 시신도 너무 많고 안산 장례식장도 꽉꽉 차서 지방까지 가서 장례식을 치러야 했던지라 너무 정신없었어요. 그 이후 저희에겐 매일이 같아요. 허둥지둥 대다가 어느 새 보면 외톨이가 되어있고 우리 아이들은 '지워져야할 존재'가 되어가죠."

리멤버0416 회원 권지인씨는 추모 공간이라는 것은 모든 일이 다 해결된 후에야 이야기해야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참 여러 갈래길을 만들어서 정신없게 하는구나. 술책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참사 이후 지금까지를 가만히 살펴보면 단원고 유가족들은 여러 가지 거짓된 협상에 발목이 잡혔어요. 이슈를 만들어내고 우물쭈물하고 시간을 지체하다가 지쳐나가 떨어질 때쯤 작은 거 하나 던져주고 유가족을 포기시켰어요. 단원고 교실 문제도 마찬가지예요. 2014년 4월 16일이라는 시간을 기점으로 304명의 가족들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가 보다, 그렇게 생각이 들어요."

단원고 2학년 1반 반장 미지 아빠는 시간이 갈수록 가슴 속에 세상에 대한 분노가 쌓여 숨을 쉬기 힘들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제 내 딸은 나만의 딸이 아니라고 생각해. 국민들이 여태까지 함께 해준 일인 만큼 이 문제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아이들이라고 생각하고 같이 생각해줬으면 좋겠어. 내 딸 미지는 이제 당신의 딸이라고 생각하고 같이 생각해주면 정말 고맙겠어."

이어 미지 아빠는 아무리 분노가 쌓여도 아이들을 가슴에 품은 엄마 아빠들은 세상을 미워할 수 없다며 미지의 언니로서, 오빠로서, 한 가족으로서 이러한 일들에 대해서 함께 고민하고 지켜나가기를 부탁했다.

단원고 교무실.
 단원고 교무실.
ⓒ 윤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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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복도
 단원고 복도
ⓒ 윤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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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ㅣ손지은 기자



태그:#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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