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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일시 휴지기를 가졌던 정치권이 활동을 재개하는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은 곧바로 '문안박(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지도체제' 논란에 휩싸였다. 당 일부에서 문재인 대표가 공식 제안한 '문악박 체제'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이어졌지만, 반대로 다수의 호남 지역 의원과 비주류 측에서는 여전히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오영식 최고위원 사퇴와 흔들리는 지도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0일 오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주승용 최고위원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0일 오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주승용 최고위원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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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오영식 최고위원이 최고위원직을 사퇴해 이후 현 지도체제에 균열도 예상된다. 오 최고위원은 27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이은 선거의 패배, 당원과 국민의 감동을 이끌지 못한 혁신과정, 여전히 분열적 행태를 벗어나지 못한 당내 통합작업"에 책임을 지고 사퇴를 선언했다.

그는 '문안박 체제'와 관련해 "분점과 배제의 논리가 아닌 비전과 역할로써 실현되길 바란다"라며 "더 나아가 문안박 연대를 넘어 당의 새로운 세대교체형 리더십을 창출해 낼 수 있기를 강력히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선거 패배 직후도 아니고, 어정쩡한 시기에 갑작스럽게 사퇴를 선언한 것은 결국 '문안박 체제' 때문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앞서 문 대표가 '문안박 체제'를 제안했을 당시 오 최고위원은 "또 다른 지분나누기, 권력나누기 아니냐고 곡해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라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그러나 이날 사퇴는 사실상 '문안박 체제'에 길을 열어주는 모습으로 비친다. '문안박 체제'가 임시지도부로 역할을 하려면 현 지도부가 사실상 자리를 내려놓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승용 최고위원은 문 대표가 18일 광주에서 '문안박 체제'를 제안하며 일부 비주류 의원들을 향해 "공천권을 요구하는 사람"이라고 언급한 것에 사과를 촉구했다. 주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중진의원 연석회의로 열린 공개회의에서 "공개 최고위에서 어떠한 얘기도 하지 않고 비공개 최고위에서 발언하겠다"라고 말했다.

비공개 최고위가 끝난 후 김성수 대변인의 브리핑에 따르면 문 대표는 주 최고위원에게 "사전에 제대로 (최고위원과) 논의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사과한다"라며 "공천과 관련된 일부 표현은 당 안팎의 자성과 언론의 지적을 토대로 한 원론적인 언급이지 특정인이나 세력을 겨냥한 것은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또 '문안박 체제'가 호남을 배제했다는 지적에 "호남을 보완하는 문제는 앞으로 공동선대위 같은 것을 통해 하게 될 것"이라며 "문안박 연대에 어떻게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할 수 있는지, 최고위원들과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는 지금부터 중지를 모아야 할 사안들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 최고위원은 비공개회의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을 흔드는 의원들의 공천권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문 대표의 광주 발언과 관련해 "문 대표가 공개적으로 사과해야 한다"라며 재차 공개사과를 촉구했다. 또 문 대표가 비공개회의 석상에서 한 사과에 "그건 변명"이라면서 공식 사과를 재요청했다.

'문안박 체제' 놓고 둘로 갈라진 새정치연합

앞서 주 최고위원 등 호남의 다수 의원들은 '문안박 체제'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당내 호남 의원 23명 가운데 17명은 이날 성명에서 "호남 민심이 당과 멀어진 엄중한 상황에 대해 문제의식을 깊이 공유하고, 호남 민심 복원이 우리당의 최우선 과제라는데 뜻을 같이 하며, 향후 호남 민심의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표의 '문안박 연대'는 통합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그 절차에 있어서 지도부와의 협의가 없었고,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지도체제로서는 미흡하여 보완되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 18일 광주에서 문재인 대표의 '당 대표를 비판한 의원들은 공천권을 요구하는 사람'으로 간주한 폄훼성 발언에 대해 사과를 요구한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당 한 편에서는 '문안박 체제'를 지지하는 성명이 이어졌다. 김태년, 안규백 의원 등 새정치연합 소속 초재선 의원 48명은 이날 성명을 내고 "당의 지지율이 20% 대 초중반에서 요지부동이다"라며 "그 책임의 중심에는 문재인 대표가 있다. 원내대표의 책임도 무겁고 최고위원들의 책임도 가볍다 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갈등·대립·충돌을 극복하고 단합하는 길은 여러 갈래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길은 현실적이어야 하고, 구성원 대다수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라며 "이런 관점에서 우리는 '문·안·박 체제'가 그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지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대표가 당의 단합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겠다고 다짐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아직까지 '문안박 체제'에 의견을 밝히지 않고 있는 안철수 전 대표에게 "당을 위해서 나라를 위해서 대승적 결정을 해주기 바란다"라며 "안 전대표의 문·안·박 체제 참여가 혁신안 실현의 길이자 당의 단합으로 가는 길이다. 당원과 지지자들은 안 전 대표의 결단을 높이 평가할 것"이라며 참여를 촉구했다.

새정치연합 일부 원외 위원장들도 지지선언에 나섰다. 오중기 새정치민주연합 경북도당 위원장은 이날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표의 문안박 지도부 구성 제안은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고심 끝에 내린 결단"이라며 "당의 혁신과 단합, 총선 승리를 위한 제안으로 적절하다는데 원외 위원장들이 의견을 모았고 취지에 공감한다"라고 밝혔다.

열쇠를 쥔 안철수는 고민 중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김한길 전 공동대표가 1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집모, 콩나물모임 주최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뭐가 문제인가' 토론회에 나란히 참석해 대화 나누고 있다.
▲ 안철수-김한길, 뭐가 문제?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김한길 전 공동대표가 1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집모, 콩나물모임 주최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뭐가 문제인가' 토론회에 나란히 참석해 대화 나누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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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문안박 체제'를 놓고 양분된 당을 수습할 열쇠는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쥐고 있다. 안 전 공동대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장례가 끝난 후 입장을 밝히겠다"라고 말해왔다. 안 전 공동대표가 수용하면 당의 내분은 빠르게 수습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거부할 경우에는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높아지고 탈당과 분당의 우려도 커질 전망이다.

안 전 공동대표는 빠르면 오는 29일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을 전망이다. 당 일각에서 안 전 공동대표가 탈당이나 분당을 선언할 수도 있다는 예상을 내놓고 있지만, 안 전 공동대표 측은 "그럴 일은 없을 것"라며 "당의 통합을 위한 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선을 그었다.

여태까지 안 전 공동대표가 '문안박 체제'에 비판적인 태도를 유지했다는 점에서 문 대표의 제안을 그대로 수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다만 혁신위원장, 인재영입위원장 등 그동안 당내에서 요구 받았던 자리를 계속 고사했던 것이 부담이다. 이번에 대표의 권한을 나누겠다는 제안까지 거부할 경우 '당 혁신을 책임지지 않는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안 전 공동대표가 문 대표의 제안에 '예스'냐 '노'냐를 분명하게 밝힐 것 같지는 않다"라며 "어떤 경우에도 당이 상당히 혼란스러워 질 수 있다, 그동안 자신이 고민해 왔던 방안을 내놓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 편집ㅣ장지혜 기자



태그:#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문안박, #오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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