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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1일부터 14일까지, 4일간에 걸쳐 열린 제18차 봄철 평양국제상품전람회에 다녀왔다. 이 전람회는 평양시 서성구역에 있는 3대혁명전시관 새기술전시관과 중공업관에서 열렸다. <오마이뉴스>를 통해 지난 5월 전람회 현장을 전하고자 한다. - 기자 말

[대동강건재 무역회사] 북 건축 현장에 가면 이곳 제품이 있다

대동강건재 카탈로그. 이 업체가 만드는 제품들이 수록돼 있다.
 대동강건재 카탈로그. 이 업체가 만드는 제품들이 수록돼 있다.
ⓒ 김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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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우리 일행이 찾은 곳은 대동강건재무역회사였다. 이 업체는 각종 제품 설명서를 정성스럽게 만들어 관람객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자갈, 모래, 시멘트서부터 울타리, 야외 의자, 건물 보도블럭, 플라스틱관, 문틀과 창문, 시멘트 혼합기(믹서), 각종 철근 빔, 각종 대형 기중기를 포함한 건설 기계, 용접용 산소와 아세칠렌 등 건축에 필요한 모든 제품을 취급하고 있었다. 대동강건재의 제품이 평양을 비록한 북 각지의 건축 현장에서 널리 쓰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천리마 타일 공장] 옛날 기와를 복원한 곳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대리석(규격 1400 x 2300  65달러/평방미터), 내벽 장식(규격 300 x 450  8.78달러/평방미터, 0.8달러/장), 외벽타일(규격 60 x 200, 3.6달러/평방미터), 내벽타일(규격 300 x 450, 6달러/평방미터).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대리석(규격 1400 x 2300 65달러/평방미터), 내벽 장식(규격 300 x 450 8.78달러/평방미터, 0.8달러/장), 외벽타일(규격 60 x 200, 3.6달러/평방미터), 내벽타일(규격 300 x 450, 6달러/평방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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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강건재의 규모가 너무 방대해져서 일부 사업을 분리해 독립한 회사가 바로 천리마타일 공장이다. 2013년도에는 대동강타일이라고 불렸는데, 이제는 천리마타일로 바뀌었다. 북에 많은 석회석과 대동강 하류에 퇴적된 모래를 이용해 인조 대리석과 각종 타일 및 기와를 생산한단다.

작업 라인은 CNC화 돼 중앙 조종실 컴퓨터로 작업을 수행한다. 나는 그 현장을 지난 2012년 북한 방문 당시 견학한 적이 있었다. 석회석과 모래가 원료이기 때문에 공장 안에 먼지가 많이 날리지 않나 예상했었는데, 2012년 방문 당시 공장 안은 무척 청결했다. 당시 우리 일행은 공장 안을 카드로 이동하며 설명을 들었다. 공장이 무척 컸기 때문이다. 평양 민속촌의 고구려, 백제 기와를 이곳에서 복원했다고 한다.

지난 2012년 필자가 방문한 천리마 타일 공장 내부 모습.
 지난 2012년 필자가 방문한 천리마 타일 공장 내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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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신의주 황금평 개발 계획과 평양시내 10만 세대 살립집 건설 계획이 발표되면서 북은 고무 플라스틱 제품을 남에 요청한 적이 있다. 대신 북은 남이 해외에서 수입하는 광산물을 넘겨주겠다는 제안을 한 바 있다. 남북 최고 지도자가 서명한 남북 경제협력 내용이 담긴 10.4 선언(2007)이 나온 지 얼마 안 됐을 때라 상부상조에 대한 기대가 컸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그 제안을 거절했다. 이후 북은 계획대로 살림집 건설을 진행했다. 2012년 북은 현대식 44층 창전아파트 단지를 완공했다.
   
만약 남이 북의 제안을 받아들여 남북경제협력이 지속됐더라면 어떤 결과가 도출됐을까.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 평양상품전람회장에 남과 북이 합작해 만든 최고 품질의 건축자재가 출품되지 않았을까. 그리고 동북3성과 연해주의 건설업체들로부터 제품 구입 문의를 받지 않았을까.

또 다른 상상도 가능하다. 해주-인천 뱃길은 원자재와 제품을 실어나르는 뱃길이 되고, 관광 등 인적 교류도 활성화돼 군사적 긴장이 완화됐을 것이다. 그렇다면 관광객을 태운 여객선이 아름다운 백령도를 바라보며 달리고, 남과 북의 어부들은 연평도 어장에서 풍어가를 부르며 만선 귀항을 하게 되지 않았을까.

아쉬움과 분노가 고개를 든다. 나는 관람회장 천정을 응시하다가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의 꿈은 반드시 이뤄지고 말 것이다'라는 믿음을 되새기며 다음 전시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섬유, 의류 관련 업체의 전시대에도, 화장품 회사 전시대 앞에도 관람객들이 많았다. 정보화 시대답게 조선컴퓨터회사뿐만 아니라 능라도정보기술사 등 여러 업체에서 정보화산업제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조명등 회사도 있고, '불장식'이라는 회사도 있다. 아무래도 두 단어가 같은 뜻으로 혼용되는 것 같다.  

전람회장에서 본 의류무역 회사 전시대.
 전람회장에서 본 의류무역 회사 전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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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람회에서 참관한 화장품 회사.
 전람회에서 참관한 화장품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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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 관련 업체의 전시대도 참관할 수 있었다.
 정보통신 관련 업체의 전시대도 참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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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회장에서 만난 '불장식' 회사. 조명등과 불장식, 두 단어가 혼용되는 듯했다.
 관람회장에서 만난 '불장식' 회사. 조명등과 불장식, 두 단어가 혼용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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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농아연맹의 북 주재원 바바라 운터백

상품전람회장에 세계농아연맹 전시대가 있었다. 전람회장 성격에 맞지 않는 듯해 호기심이 인다. 무슨 사업을 하는가 물었더니 자신들의 사업 홍보를 위해서 여기만큼 좋은 곳이 없다며 사업 홍보 차 나왔다고 한다.

이들은 어린이 농아 조기 치료의 중요성을 홍보하려고 나왔다. 그리고 평양에 치료시설을 건립할 계획이다. 북 주재원 바바라 운터백 박사는 10년 이상 평양에 상주하면서 모국 독일과 연계하고 있다고 한다.

바바라 운터백 박사는 역으로 내게 질문을 던졌다. 현재 북과 미국의 사업길이 막혀 있는데 왜 이곳에 왔느냐는 것. 나는 "현재 북미간에 수익 사업은 할 수 없지만, 언젠가 사업이 가능한 날을 앞당기기 위해, 그 날을 준비하기 위해 상대방을 만나고 이해하고 싶어서 왔다"라고 답했다. 그런데 현 시점에서 가능한 사업이 있긴 있다. 나는 라진에 염소와 양 500마리 정도 사육할 작은 목장을 해볼 계획이다.

세계농아연맹 북 주재원 바바라 운터백(사진 맨 오른쪽).
 세계농아연맹 북 주재원 바바라 운터백(사진 맨 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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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계획을 말해줬더니 바바라 운터백 박사는 세계농아연맹에서 북의 농아들을 위해 부직포 공장을 세울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부직포 생산에 양털이 필수란다. 만약 내가 목장을 연다면 양털을 버리지 말고 세계농아연맹에 달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아직 사업을 시작도 안 했는데, 김칫국 마시는 격이다. 그래도 진지한 소망을 깨고 싶지 않아서 '목장을 열게 되면 그리 하겠다'고 답했다.

우리 일행은 전람회장을 3일간 관람했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해 다 돌아보지 못했다. 지난 전람회와 비교해봤을 때 달라진 점이 보인다.

첫째는 인민 생활과 직결된 경공업 소비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북에서 현재 왕성하게 진행하는 건축 열기와 맞물려 건축 관련 제품이 다양하게 전시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새기술관 앞 화물 차량의 대폭적인 확대도 이런 열기와 연관이 있다고 보여진다.

나는 한국 출신 재미동포라서 그런지 북에 여행을 오면 여러 가지 다른 점을 발견한다. 그간 남쪽 정서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리라. 평양에 도탁하면 우선 간판 색깔이 다르다. 또한 주민들의 억센 말투도 생경하다. 하지만 생소한 것이라고 해서 내가 가진 문화적 배경을 절대화하지는 말아야 한다. 상대방의 그것과 나의 그것을 마음 편하게 비교해보는 습관은 인생에 많은 것을 안겨줄 것이다.

올해로 분단 70년. 너무 길다. 1945년에는 이렇게 분단이 오래 갈 줄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나는 남과 북을 내 조국으로 알고 모두 사랑한다. 통일이 되기에는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이미 합의한 6.15 공동선언과 10.4 정신으로 돌아가 민족간 대결을 끝내고 평화롭게 살기를 간절히 원한다. 경제적인 풍요는 평화의 뒤를 따라오게 돼 있다. 남북이 평화를 이루고 협력하면 온 민족이 넉넉하게 잘 살게 되리라고 확신한다.

(* 다음 글에서는 전람회장에서 본 자동차 전시장을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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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평양에서 '북한산 비아그라'를 만났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수복님은 6·15공동선언실천뉴욕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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