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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국가(IS) 테러로 89명이 숨진 프랑스 파리 바타클랑 공연장 주변에 15일 정오께(현지시간) 추모객들이 가져다 놓은 꽃이 쌓여 있다.
▲ 파리 바타클랑 공연장 앞 추모 현장 이슬람국가(IS) 테러로 89명이 숨진 프랑스 파리 바타클랑 공연장 주변에 15일 정오께(현지시간) 추모객들이 가져다 놓은 꽃이 쌓여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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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을 연일 채우는 이름이 있다. 경제면, 사회면, 정치면, 국제면을 가리지 않는다. 바로 IS 말이다. 11월에 그들이 파리와 베이루트에서 자행한 테러로, 수많은 사람들이 흘린 눈물이 기사를 장식했다. 곧 다른 지역에서도 테러를 이어갈 것이란 선언과 이들에 대한 공포가 한쪽의 지면을 메웠다. 박근혜 대통령은 IS와 자국의 시민을 등치해 시민들의 비판을 샀으며, 프랑스에서는 IS의 기지가 있는 곳을 향해 폭격을 단행했다는 소식 역시 국제면을 장식했다.

보도가 쏟아지는 가운데, 한국언론이 저지른 큰 실수가 있다. 언론은 오래전부터 그들을 IS(Islamic State), 즉 이슬람 국가라고 불러왔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표현이다.

그들이 '칼리프 선언'을 했던 지난해 6월 29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이 테러집단의 대변인 아부 무함마드 알-아드나니는 중대 선언문을 공개했다. 4개 국어로 녹음된, 30분가량의 음성이었다. 이들은 시리아와 이라크의 영토 일부를 침탈한 뒤 '칼리파 국가'를 주장했다. ISIS, 혹은 ISIL이라고 혼용하던 그들의 명칭 역시 지역명을 뺀 IS(Islamic State, 이슬람 국가)로 바꾸었다.

알-아드나니는 이것이 사도 무함마드가 약속한 칼리파 제도의 부활이며, 이슬람법을 기반으로 한 '진정한 이슬람 국가'의 수립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전 세계 무슬림들에게 "칼리프의 말에 귀 기울이고 복종하라"고 명령했다. 민주주의를 포함한 서방의 모든 제도를 거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의 정당성을 부인했던 수많은 무슬림들은 잔인하게 공격당했다. 11월, 베이루트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I가 아니다

IS가 발행하는 영문잡지 '다비크'.
 IS가 발행하는 영문잡지 '다비크'.
ⓒ 다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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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질문이 필요하다. "IS는 과연 IS인가." 이들을 이슬람이라고 인정할 수 있을까. 반쯤은 그렇다. 이들은 쿠란을 따르는 것처럼 보이니까. 그러나 이들은 무슬림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스스로 그렇다고 칭할 뿐이다.

이들이 내세우는 정당성이란 무엇일까. 이들의 수장 알-바그다디가 무함마드와 같은 부족인 쿠라이시(Quraysh)의 후손이라는 것 유일한 근거일 뿐. 그것도 실체를 들여다보면 사실과 멀다. 무함마드와 같은 쿠라이시(Quraysh) 부족의 후손이기는 하나, 쿠라이시 부족의 후손은 차고 넘친다. 이것만으로 그 정당함을 주장하기엔 턱도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칼리프의 계승권을 가진 것은 다른 이라는 것이 이슬람 학계의 정설이다. 무함마드의 직계 후손이며, 요르단을 통치하고 있는 압둘라 이븐 후세인 2세가 그렇다. 압둘라 2세는 정통성을 가지지 못한 이들이 칼리프를 선언하며, 자신의 국민을 죽인 것에 분노했다. 그 분노의 결과가 바로 지난 2월의 폭격이었다.

그럼에도 IS라는 표현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은, 이들이 이슬람을 대표하는 유일한 국가라는 인상을 갖게 한다. 이들이 무슬림 중에서도 소수인 와하브파라는 사실은 잊힌 채 말이다. 이런 이유로, 일본에서는 이들을 이슬람국이라고 칭하다 터키를 비롯한 이슬람 국가들에게 항의를 받은 일도 있었다.

S도 아니다

뿐만 아니다. 그들을 국가(State)라고 보기도 어렵다. 우선 그들이 국가로 선포하며 점유한 지역을 보자. 시리아와 이라크다. 시리아와 이라크는 오랫동안 내전을 겪고 있는 분쟁지역이다. 물론, 그에 대한 점유 역시 테러를 비롯한 폭력으로 이루어졌다. 명백한 불법이었다. 따라서 이곳을 섣불리 영토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공론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역시 이들은 그저 테러리스트 집단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일부 극단주의자들을 제외하고, 그 누구도 이들을 국가라고 이야기하지 않은지 오래다. 이들 역시 자신들을 제외한 어떤 누구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 유머 포인트랄까.

장 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는 시민들이 원하는 바에 따라 정부가 구성되고, 운영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사회계약설을 제기한 존 로크(John Locke)의 주장을 보자. 자연 상태에 놓인 개인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개인의 권리를 양도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국가이다. 그러나 IS는 어떤가. 그들의 점유지 안에서는 정부가 원하는 바에 의해 시민이 구성되고, 운영된다.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는커녕, 국민들을 전쟁터로 내몰고 있다. 이것을 과연 '국가'라고 볼 수 있을까.

그렇기에 그들은 I가 아니며, S도 아니다.

ISIL 그리고 ISIS

그렇다면 한국에서 이들을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까. 우선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대다수 영미 언론들은 ISIS(Islam State of Iraq and Syria)라는 표기를 사용해 왔다. 이들이 스스로를 국가로 선언하기 이전의 명칭을 계속해 사용함으로써, 국가 지위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한국 정부와 외교부의 공식입장은 이들을 ISIL(Islam State of Iraq and the Levant)이라 칭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공식 석상에서 그들을 ISIL(아이슬)이라 칭한 바 있다. 외교부는 ISIL을 명칭으로 택한 데 별 이유가 없다는 입장. 그러나 이미 대국민연설에서 ISIL이라 그들을 칭한 적 있는 미 오바마 정부의 입장을 따른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 또한 존재한다.

일각에서는 오바마가 이들을 ISIS가 아니라 ISIL이라고 칭하는 데에는, 그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워싱턴 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한 소식통은 "오바마 대통령은 시리아를 공습하는 순간 시리아의 현 아사드 정권을 돕는 것을 알고 있기에 굳이 시리아를 연상시키는 ISIS라는 머리글자를 쓰고 싶지 않을 것"이라 이야기한 바 있다.

ISIS, ISIL이라는 명칭은 조금의 차이는 있지만, 이들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며, 칼리프 국가에 대한 선언 역시 무의미함을 뜻하는 것에서는 동일하다.

불화의 씨앗, 다에시

11월 파리 테러 이후 서방언론 및 정상들은 극단주의 세력들을 다에시(Da'esh)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다에시는 이전에 아랍권에서 주로 사용되던 명칭. ISIS 혹은 ISIL의 이슬람식 표기인 '알다울로 알이슬라미야 알이라크 알샴'(al-Dawla al-Islamiya al-iraq al-Sham)의 이니셜을 따와 연결해 만든 이름이다.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은 그들을 다에시라고 칭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다에시라는 단어가 아랍어로 '짓밟다' 혹은 '불화의 씨앗'이라는 말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때문에 극단주의 세력은 점유지 안에서 다에시라는 표현을 사용할 경우 혀를 자르겠다는 엄포를 내놓기까지 했다. 한겨레의 25일 보도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이들을 자극하는 것을 피하고자 다에시라는 호명을 피한 것으로 보인다.

어떤 명칭을 사용할지는 각자의 입장에 따라 갈리겠지만, 단 하나는 분명하다. IS(Islamic State)라는 이름을 더는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 그것은 그들의 국가로서의 지위를 인정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아직까지도 이들을 IS라고 칭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만행에 분노하고, 테러를 비판한다면 이제는 그들을 국가라고 부를 수는 없는 일이다. 이슬람 국가, IS는 없다. 쿠란을 핑계 삼는 극단주의의 조폭들만 있을 뿐이다.


○ 편집ㅣ장지혜 기자



태그:#ISIS, #IS, #ISIL, #다에시, #테러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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