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수와 김숙은 <님과 함께2>에서 커플 예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었다.

윤정수와 김숙은 <님과 함께2>에서 커플 예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었다. ⓒ JTBC


<우리 결혼했어요>(아래 <우결>) 류의 프로그램은 이미 시청자들의 관심을 얻기에 지나치게 식상한 형식이다. <우결>을 시초로 한 '가상연애' 프로그램은 꾸준하게 거의 비슷한 형태로 반복됐고, 그 결과 이야기에 한계가 생겼다. <우결>조차 2008년 처음 제작된 후 지금까지 방영되고 있는 현실이다. 일부 시청자들은, 이 프로그램에 대한 호감보다 염증을 느끼는 실정이다.

가상연애라는 설정은 처음에는 신선하게 다가오지만, 결국 프로그램을 위한 비즈니스일 뿐이다. 비즈니스가 끝나면 출연진들은 언제 둘 사이에 무엇이 있었느냐는 듯, 각자의 자리로 너무도 태연히 돌아간다. 서로 연락을 주고받는다는 출연진도 극히 드물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가상현실로 판타지가 시작되지만, 동시에 그 가상현실이 종료되는 시점에서 느껴지는 허망함도 배가된다.

프로그램은 그들의 감정을 '진실'로 포장하지만 실로 무엇보다 '가식'적인 둘의 관계는 시청자들을 기만하는 행위로 받아들여진다. 새로운 커플이 실제 연인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그들의 캐릭터를 찾을 때야, 시청자들의 관심은 다시 쏠린다. 가상임을 알면서도 '혹시나'하는 마음에 믿고 싶은, 시청자들의 이율배반적인 심리를 자극한다. <우결>이 계속 제작될 수 있는 이유다.

그러나 그들에게 관심을 쏟는 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있다. 그들은 결국 더 이상의 발전된 관계로 나아갈 수 없는 숙명적 한계가 있다. 출연진의 연인 같은 달콤함을 오래 즐기기에는, 그 맛은 너무 인위적이고 부담스럽다.

<우결>의 가식을 벗어던진 <님과 함께>의 김숙·윤정수

 <님과함께2>에 등장한 신개념 커플, 이들이 만들어 내는 웃음에는 묘한 풍자도 섞여 있다.

<님과함께2>에 등장한 신개념 커플, 이들이 만들어 내는 웃음에는 묘한 풍자도 섞여 있다. ⓒ JTBC


이런 상황 속에서 <님과 함께2-최고의 사랑)(아래 <님과 함께>)에 김숙과 윤정수가 등장했다. 그러나 이들에게 쏟아지는 반응은 기존 <우결> 류의 프로그램 안의 커플들에게 쏟아지던 관심과는 차별화된다. 기존 커플에게 쏟아지는 관심은 그들의 실제 연인 같은 케미스트리에서 기인했다. 그러나 김숙과 윤정수 커플은 그들이 만들어내는 상황과 개그, 그리고 독특한 설정에서 관심이 촉발된다. 그들은 식상해진 '커플 예능'을 비웃기라도 하듯, 트렌디하고 새로운 커플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김숙과 윤정수가 프로그램을 풀어가는 방식은 기존과는 전혀 다르다. 그들은 애초에 자신들이 '비즈니스 커플'임을 공언한다. 서로가 이상형도 아니며, 끌리지도 않는다는 말을 대놓고 한다. 서로 사랑에 빠지거나 필요 이상의 스킨십을 할 경우,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조항을 넣는다. 그 조항에 화색을 보이는 것은 파산신청을 한 전력이 있는 윤정수다. 윤정수는 "나 돈 없어"라는 말을 대놓고 김숙에게 하며 자신의 처지를 개그로 승화한다. 이보다 더 솔직할 수는 없다.

김숙은 더 하다. 김숙은 실질적으로 이 커플의 방향을 조정하고 있는 인물이다. "어디 남자가 돈을 내느냐"며 허세 가득한 남자들이나 할 말을 반대로 하거나, 살림을 남자에게 떠맡기려는 모습은 묘하게 풍자적이다. 깔끔한 윤정수에 비해 늘어놓길 좋아하는 김숙의 캐릭터는, 이야기를 진행하는 데 있어서 특유의 개그감을 선보이며 에피소드를 만든다.

대놓고 쇼윈도 부부를 자처한 그들은, 그들의 만남이 프로그램 때문이며 더는 발전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애써 부인하려 하지 않는다. 그렇게 시청자들의 뒤통수를 때린다. '이 모든 것이 설정이다'를 애써 감추고 부정하려 하는 <우결> 류의 얄미운 가식은 이들 커플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런 솔직함은 도저히 커플 예능에서 상상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통했다.

<님과 함께>가 기다려지는 프로그램이 될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했으랴. 그들은 인터뷰에서조차 "상대를 알았다면 출연 안 했을 것"이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자칫 위험 발언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비즈니스 커플'의 이야기를 개그로 승화시킨 것은 그들의 능력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다.

<님과 함께>의 현재 시청률은 2%대지만 공중파에서 방영되고 있는 <우결>이 3~4%의 시청률을 올리는 것을 생각해 보면 그리 낮은 시청률이라 할 수 없다. 더군다나 <님과 함께>의 윤정수-김숙 커플이 <님과 함께>의 화제성은 물론, 트렌디 이미지까지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은 괄목할만하다. '가상'이지만 '진심'이라는 이미지는 연인을 연기하다 프로그램이 끝나면 돌아서는 꽃미남·꽃미녀들이 아니라 김숙과 윤정수처럼 만드는 것이 아닐까.

○ 편집ㅣ곽우신 기자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숙 윤정수 님과함께2 최고의 사랑 우리 결혼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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