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10대에 데뷔한 가수 주(JOO)는 어딜 가나 막내였다. 갓 데뷔한 신인이라 모든 이들이 어렵게 느껴져서 말수도 적었고, 솔로 가수인 탓에 멤버들과 함께 하는 다른 이들에 비해 괜히 주눅 들어 있기도 했다. 남들은 "일찍 꿈을 찾아서 좋겠다"고 했지만, 어린 나이에 사회에 발을 들였기에 일상적인 삶을 포기해야만 했다. 무엇보다 아쉬웠던 것은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르게 시간이 흘러갔다는 점이다.

음악이 좋았고, 노래하는 것이 좋았다. 그러나 성장통은 생각보다 길었다. 5년이라는 공백이 생각보다 빨리 지나갔다지만, '활동을 계속 할 수 있을까', '가수라는 길이 정말 나와 잘 맞는걸까' 고민했다. 한편으로는 겁도 났다. '다시 나가도 사람들이 나를 기억해줄까?' 함께 활동했던 가수들이 나오면 반가웠고, 가수가 되고 싶었던 동생이 꿈을 이루는 모습을 보고 '나도 같이 활동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JYP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이 끝나고 새롭게 둥지를 튼 울림엔터테인먼트에서 신곡을 내게 된 것. '울고 분다'를 발표한 주는 2015년 그렇게 제2의 시작을 했다. "생각보다 빨리 기회가 온 것 같다"고 미소 지은 주는 "<엠카운트다운>이 첫 방송이었는데 상암동 CJ 건물에 처음 가봤다"면서 "낯설고 긴장도 많이 했지만, 가수로서 오랜만에 서는 무대에 울컥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늘 혼자였던 그가 뮤지컬에서 맛본 것 - 타인과 함께 하기

 가수 주(JOO)

ⓒ 울림엔터테인먼트


공백 기간 동안 가수로 활동하지는 않았지만, 주는 꾸준히 무대에 섰다. 학교(동국대학교 연극학과)에 다니면서 1년에 한 편씩 뮤지컬을 했다. <캐치 미 이프 유 캔>, <풀 하우스> 등을 공연하며 그는 '가수 주'가 아닌 '뮤지컬 배우 정민주'로 살았다. 솔로 가수이기에 무대에서 늘 혼자였던 그는 뮤지컬을 통해 사람들과 부대끼며 함께 하는 즐거움을 알게 됐다. 조금은 부담감을 내려놓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뮤지컬이 재밌더라고요. 가수로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많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서 공연을 꾸준히 했어요. 그래서 앨범을 빨리 내고 싶다는 생각을 못 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발라드 가수이다 보니까 사람들이 다 좋아할 만한 노래를 만나야 하는데 그럴만한 곡을 만나기도 쉽지 않았고요. 5년 동안은 그럴 만한 노래가 없었어요. 정말 감사하게도 새로운 식구들과 일하게 된 지 얼마 안 돼서 좋은 노래가 나왔네요."

'울고 분다'를 처음 듣고, 주는 소름이 돋았다고 했다. '나를 위해서 만든 곡이구나'라는 느낌이 왔다고. 주는 "이 노래로 컴백해서 성공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이 노래는 내 목소리에 정말 잘 맞는다는 생각에 자신이 있었다"면서 "가사 자체가 한의 정서를 많이 담고 있고, 멜로디도 동양적인 스타일이기 때문에 나의 감성이 자연스럽게 묻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싱글 '울고 분다'는 주에게 오랜 공백을 깨고 나오는 출발점 같은 곡이다. 그는 "대중에게 다시 나의 존재를 알린 것만으로도 아쉬움은 없다"고 했다.

새로운 출발점 '울고 분다'... "나를 위해 만든 곡이구나!"

 가수 주(JOO)

ⓒ 울림엔터테인먼트


데뷔만 하면 탄탄대로가 펼쳐질 줄 알았다. 큰 사랑을 받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해외 활동도 활발하게 하는 가수가 될 줄 알았다. 머지않아 꿈과 현실의 괴리감을 느꼈다는 주는 "어린 나이였기에 그랬을 테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여서 꿀 수 있던 꿈이었던 것 같다"면서 "그래서 용감했던 것"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지난 시간을 "성장통"이라고 칭한 그는 "괴리감을 극복하고 지금까지 잘 살아온 내가 대견하다는 생각도 든다"고 미소 지었다. 20대를 지나오면서 생각의 폭도, 세상을 보는 눈도 넓어졌고.

그러나 이러한 성장통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동생이 가수가 되겠다고 했을 때, 누구보다 말렸을 법도 했다. 주의 동생은 그룹 비투비의 멤버 정일훈이다. 주는 "동생이 연습생 생활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데뷔까지 잘 버틸 수 있을까 걱정도 했지만 누구보다 더 응원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정일훈이 숙소 생활을 하는 탓에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컴백을 앞두고 주에게 가장 큰 힘이 된 존재 또한 동생이었다. 주는 "동생과는 말하지 않아도 공감하고, 이해하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그간의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그래도 노래를 포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주는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조급한 마음은 없다"면서 "평생 해야 할 일이니까 노래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것을 숙명으로 생각하고 내 길을 가겠다"고 덧붙였다.

회사에서 매일 열심히 연습하는 소속사 후배 러블리즈를 보면서 과거의 자신을 떠올린다는 그는 지난 5년간 예전엔 잘 몰랐던 자신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내면을 단단하게 다지고 다시 대중 앞에 섰다.

○ 편집ㅣ이병한 기자


울고분다 정일훈 울림 JY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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