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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공식, 비공식 여론조사들이 난무하고 있지만, 현장의 목소리만큼 정확한 여론은 없다. <오마이뉴스>는 내년 총선에서 가장 뜨거운 지역으로 예상되는 광주.대구.부산의 민심을 들어보기 위해 세 곳을 미리 다녀왔다. [편집자말]
광주 동구 금남로 옛 전남도청 앞 광장. 최근 문화의 전당으로 조성된 이 건물은 5.18 광주민주화항쟁 당시 시민들이 최후까지 싸웠던 곳이다. ⓒ 남소연
싸늘했다. '야권의 심장' 광주는 차갑게 식어버렸다. 민심을 잃은 건 문재인 대표만이 아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을 비롯해 야권 전체에 시선이 곱지 않다. 바람도 한 점 불지 않는다. 천정배, 박주선, 박준영 등 신당 세력은 아직 존재감이 없다.

'호남 민심'은 그 누구의 편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상태다. 대중은 비판을 넘어 경멸, 경멸을 넘어 무관심으로 가는 와중에 야권은 각종 여론조사의 숫자를 놓고 민심을 논한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18일과 19일, 이틀 동안 광주 전역을 돌며 야권을 향한 민심을 들었다. 그 첫 일정으로 문재인 대표의 조선대학교 특별강연 현장을 찾았다. 문 대표의 들쭉날쭉한 호남 지지율이 이슈가 되고 있었다.

13일 한국갤럽의 조사에서는 지지율이 5%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9%) 보다도 낮았다. 반면 이틀 뒤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21%로 박원순 서울시장(22.1%)과 오차범위 안에서 2위를 기록했다.

이날 특강 현장에서도 상반된 모습이 연출됐다. 30여 명의 지지자들이 "대표님 사퇴하면 야당이 망합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문 대표를 환영했다. 또 강연 전 잠시 카페에 들려 4명의 학생들과 사진을 찍고 대화를 나누는 훈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행사에는 당 대표의 방문임에도 지역에서 현역의원이 아무도 동행하지 않았다. 카페에서도 문 대표 옆에 앉은 학생들을 제외하고 다른 많은 학생들은 관심이 없었다. 문 대표 주변에는 기자들만 모여 있었다.

문 대표 역시 강연에서 자신의 지지율을 언급했다. 그는 "김무성 대표보다 못하다는 결과가 나오고, 그 다음에는 훨씬 많은 샘플 조사에서 상반된 결과가 나왔다"라고 말했다.

"지금 시기에 대선 지지율은 큰 의미가 없다"라고 했지만, 문맥에는 아직 호남 민심이 자신을 등진 것이 아니라는 감정이 묻어 나왔다. 그러면서 호남 민심 이반의 원인으로 "야당답지 못하고,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꼽았다.

이틀 동안 진행된 <오마이뉴스>의 민심탐방은 여기에 초점을 맞췄다. 문재인 대표를 향한 민심의 진실은 무엇일까? 문재인이 아니라면 대안은 무엇인가? 또 광주 시민들이 바라는 야권의 모습은 무엇인가?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마치 여론조사에서 응답률이 한 자리수에 그치는 것처럼 열 명을 만나도 답을 하는 사람은 한 두명 정도였다. 대부분은 답변을 거부하거나 "관심없다, 잘 모른다"라고 말했다.

전남대학교와 조선대학교 등 대학가, 금남로(구도심)와 상무지구(신도심), 양동시장과 말바우시장, 수안지구-풍암지구(아파트 단지 밀집지역)에서 접한 민심을 가감 없이 전한다. 다만 일부 거친 표현은 원활하게 전달하기 위해 위해 윤문했다.

[도심] "몰라서가 아니라 미워서 정치 얘기 안 한다"
'야당의 독무대'라 불리던 호남 지역의 민심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내년 4월 20대 총선을 앞두고 찾은 광주 충장로는 궂은 날씨 탓인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 남소연
김아무개(36·남·직장인)

"문재인 대표를 너무 흔드는 거 아닌가? 솔직히 지금 야당이 못하고 있는 게 문 대표 때문인지 모르겠다. 사퇴하라고 하는 사람들이 사퇴해야 한다. 그 사람들 나가서 당 만들고 선거 치르면 당선되기 어려우니까 당에 남아서 자리 내놓으라고 뻗치고 있는 거다.

문 대표도 둘러서 말 할 게 아니라 그런 사람들한테 강하게 나가라고 말해야 한다. 막말로 지금 호남에서 훌륭한 정치인이라고 할 사람이 누가 있나."

- 신당의 영향력은 얼마나 될 거 같나?
"이쪽(호남)에서는 좀 영향력이 있을지 몰라도 수도권이나 다른 곳에서는 어림도 없을 거다. 문 대표가 욕을 좀 먹는다고 해도 총선에 가면 사람들이 또 달라진다. 저기(새정치연합)에 박원순, 안희정 다 있는데 같이 망하자고 할 사람은 없다."

조아무개(29·남·직장인)

"문재인 대표 행보를 보면 보여주기 위한 것 같다. '문·안·박 연대'를 이야기하는데 그것도 같은 행보인 것 같다. 사람이 지나가면 발자국이 남아야 하는데 그게 없다.

하지만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민심이 여당에서 멀어졌다고 본다. 총선에서 새누리당을 꺾지는 못해도 비등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빨리 마음을 모아 여당의 독주와 정권의 민주주의 탄압을 행동으로 막을 수 있게 움직였으면 한다."

김경태(55·남·택시기사)

"이제 관심도 없다. 지금 문재인이고 누구고가 문제가 아니다. 누가 나와도 찍고 싶은 마음이 안 들 것 같다. 지역에 예산도 안 떨어지는데 그나마 새누리당 사람 찍어야 광주가 조금은 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이제 여기 나오면 다 찍어준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정현 봐라. 예산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오는데. 광주에서 새누리당이 될 수도 있다. 사람만 괜찮으면."

- 그래도 아직 광주에서 새누리당이 당선 되기는 어렵지 않나?
"어렵기는 한데, 사람들이 새누리당이라도 도움이 되는 사람을 찍겠다는 생각을 한다는 게 중요하다. 또 막상 선거 때가 되면, 투표소 들어가면 달라질 수 있겠지만 매번 그러니까 정치인들이 만만하게 보고 있는 게 아닌가."

박아무개(27·여·직장인)

"악플보다 무서운 무플이다. 대선도 지고 선거도 다 지니까 이제 뭐라고 할 의욕도 없는 상태다. 문재인 대표뿐 아니라 야권 전반을 그렇게 여기는 분위기다. 희망이 있으면 욕이라도 할 거 같은데...

사람들이 정치 얘기 안하려고 하는 게 몰라서가 아니라 미워서다. 문재인 대표는 희망을 주지는 못하고 그런 감정만 만들었다."

[시장] "안철수가 삼식이가 아닌 이상 또 당하겠나"
내년 4월 20대 총선을 앞두고 호남 민심의 바로미터인 광주를 찾았다. 장날을 맞은 광주 말바우 시장의 밑바닥 민심은 어떠한 지 훑어보았다. ⓒ 남소연
김아무개(65·남·말바우시장 상인)

"문재인은 안 보이는 게 낫제. 인자 '민주당이믄 될 것이다' 하는 시대는 갔다고 봐야제. 문재인 대표도 문제가 있고, 당 자체도 식상하다고. 지금 현재 문재인 체제로는 안 돼. 테레비 나오믄 채널 돌려불 판인디. 아따 생각을 해봐요. 어떤 책임자든 실패를 했으믄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여. 다른 사람들은 버틸 줄 몰라서 그랬나.

나도 노무현한테 찬조금도 내고 거시기 했지만, 어디 문재인이 노무현이 따라간다고. 말도 안 되제. (문·안·박 연대는?) 그게 되겄냐고. 박원순은 지금 서울시장이고, 안철수는 문재인한테 한 번 당했으믄 됐제 또 당하겄어. 안철수가 삼식이가 아닌 이상. 워낙 문재인이 지금 힘드니까 꼼수를 써서 빗겨나가려고 하는 거여."

- 천정배 의원의 신당은 어떻게 생각하나.
"천정배 같은 경우도 어떤 세력이 결집하느냐에 따라 반응이 달라지겄제. 지금은 그냥 관망이여."

김아무개(61·남·양동시장 상인)

"문재인을 싫어하는 게 사람이 미워서가 아녀. 못하니께 싫제. 그 사람이 뭐 못난 사람인가. 지금 대표 고만두고 백의종군하면 또 대통령 선거 나갈 수 있제. 광주 사람들은 큰 사람을 좋아하는데, 문재인은 그게 안 되는 거 같어. 대표 그만두면 이제 끝난다고 생각하나 보제?

손학규 봐봐.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허나. 노무현이도 그랬제. 계속 부산 갔을 때 여거 광주 사람들이 노무현을 알았나. 근디 갑자기 대통령 허겄다고 나왔는데, 이게 괜찮으니께 대통령 밀어준거 아녀. 문재인은 지난번에 그렇게 밀어줬는데도 안 됐고. 그런데 또 하겠다고 하니 좋아할 수 있나."

- 천정배 의원의 신당은 잘 될 수 있을까?
"알 수 없제. 근디 우덜은 천정배라고 별로 다르게 보진 않어. 다 같은 사람들이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그려해도 대선 때는 결국 다 합쳐질 거니께."

광주 동구 금남로 옛 전남도청 앞 광장. 최근 문화의 전당으로 조성된 이 건물은 5.18 광주민주화항쟁 당시 시민들이 최후까지 싸웠던 곳이다. ⓒ 남소연

[대학가] "야당에 워낙 인물이 없으니 유승민 보인다"

유경남(35·남·전남대 사학과 박사과정)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으로 문재인 대표에 호감이 있다. 다만 노무현 이후에 기대했던 새로운 정치인지는 모르겠다.

새로운 의제를 제시하지 못했고, 그렇다고 정권 교체의 희망도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또한 여전히 한 명의 대표에 의존하는 체제다. 문 대표가 현재 상황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건가? 인물 중심의 정치는 더 이상 아니라고 본다."

김아무개(26·남·전남대 공과대학)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정부와 여당 분위기가 안 좋은데 야당이 통합도 못하고 있는 걸 보면 내년 총선이 걱정된다. 문재인 대표 체제에서 혁신위가 사실 실패했고, 그걸 봤을 때 뭔가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그런데 막상 찾으려니 대안이 없다. 문재인이 답은 아닌데, 다른 사람을 찾자니 더 '노답'인 상황이다."

- 관심있는 정치인이 있다면?
"유승민 의원이 생각난다. 보수의 새로운 모습을 본 것 같다. 야당에 워낙 인물이 없으니 거기까지 눈이 간다."

도선인(22·여·전남대 국어국문학과)

"야당이 여당을 견제해야 하지만 지금 모두 여당의 뜻대로 가고 있지 않나. 좀 더 야당답게 치고 나갔으면 좋겠다. 민중총궐기를 놓고 폭력시위냐 아니냐에 초점을 두는 거 같은데, 왜 사람들이 그 자리에 나왔는지에 집중했으면 좋겠다. 기대감이 떨어진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아직은 문재인 대표를 지지한다."

- 광주나 호남 정치인들을 어떻게 생각하나?
"광주가 민주화를 위해 큰일을 했다는 이유 때문에 이 지역 국회의원들도 민주적이고 민중의 목소리를 대변할 것 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광주' 출신이라고 하면 무언가 행동하는 데 앞장설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

이아무개(22·여·조선대 미술대학)

"사실 큰 관심이 없다. 지난 대선 때 안철수 후보에게 많이 기대했는데, 그 뒤로는 뭐가 뭔지 잘 모른다. 주변이 다 그렇다. 정치 얘기 잘 하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을 욕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한데 그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는 정확히 말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문재인 대표도 호감이었는데 지금은 욕하는 사람이 많다. 근데 문재인 대표한테 무슨 일 있어요?"

[아파트단지] "천정배 신당, 새정치연합이 무너지면 모를까..."

최아무개(38·여·직장인)

"문재인 대표 정말 답답하다. 야당에게 유리한 이슈가 많았다. 대선주자라면 카리스마도 있고, 나설 때는 나서는 모습도 보이고, 손해를 보더라도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문재인 대표는 전혀 그런 게 없다. 문재인 대표뿐 아니라 새정치연합에 기대조차 안하고 있다. 이렇게 가면 선거는 100% 망한다."

- 천정배 의원의 신당은 성공할 수 있을까.
"하아(한숨). 성공이라기보다 새정치연합이 와르르 무너져서 반사이익을 볼 수는 있을 거다. 총선 목전에 급조된 정당은 태생적 한계가 있다. 나중에 어떻게든 어디론가 흡수되지 않겠나."

박아무개(65·남·무직)

"오늘 문재인이 광주에 왔다더만 그거 쫓아왔는가? 뭐더러 쫓아 다녀. 이제 문재인으로는 안돼제. 지금 야당에 딱히 사람이 없어서 답답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꼭 문재인이 해야 한다는 건 말이 안 돼. 사람이 길이 없다고 생각했을 때도 길이 있어. 광주 사람들이 그걸 전할 방법이 없어서 그렇지, 지금 상태로 가면 여그는 죄다 무소속이 될 판이여."
○ 편집ㅣ장지혜 기자
태그:#문재인, #광주, #여론조사, #호남, #천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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