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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명(왼쪽) 경찰청장이 23일 오전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지난 14일 서울 광화문 도심에서 벌어진 대규모 집회와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상원 경찰청 차장.
 강신명(왼쪽) 경찰청장이 23일 오전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지난 14일 서울 광화문 도심에서 벌어진 대규모 집회와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상원 경찰청 차장.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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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강신명 경찰청장은 최근 집회에서 경찰 물대포로 농민 백남기씨가 부상을 입은 일을 두고 "인간적으로는 충분히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사과는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이날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는 경찰의 과잉진압 논란이 불거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회를 두고 전체회의를 열었다. 당시 직사 물대포에 맞은 농민 백남기씨가 10일째 의식이 없는 만큼 야당 의원들은 경찰의 공식 사과를 강하게 요구했다. 유감 표명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었다.

당시 경찰의 대응 규모는 여느 때와 달랐다. 이날 동원한 병력만 284개 중대 2만여 명이었고, 물대포와 캡사이신 사용량은 각각 20만 2000리터, 651리터에 달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임수경 의원은 경찰이 지난해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최루액 파바(PAVA)도 440리터나 썼다며 "이래도 과잉진압을 안 했다고 하냐"고 말했다. 같은 당 진선미·김민기 의원은 경찰이 차벽을 설치, 집회 참가자를 자극한 것이 원인을 제공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야당 의원들의 질타에도 강신명 청장은 꿋꿋하게 과잉진압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과잉진압은 단순히 수치상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불법 폭력시위가 얼마 정도였나에 비례해 생각해야 맞다"고 말했다. 또 백남기씨 일 등에 사과해야 한다는 지적에는 "명확한 사실관계를 위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답을 되풀이하며 거부했다.

"결과만으로 판단하는 건 비이성적... 동의할 수 없다"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린 지난 14일 오후 서울 종로1가 종로구청입구 사거리에 설치된 경찰 차벽앞에서 69세 농민 백남기씨가 강한 수압으로 발사한 경찰 물대포를 맞은 뒤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시민들이 구조하려하자 경찰은 부상자와 구조하는 시민들을 향해서도 한동안 물대포를 조준발사했다.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린 지난 14일 오후 서울 종로1가 종로구청입구 사거리에 설치된 경찰 차벽앞에서 69세 농민 백남기씨가 강한 수압으로 발사한 경찰 물대포를 맞은 뒤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시민들이 구조하려하자 경찰은 부상자와 구조하는 시민들을 향해서도 한동안 물대포를 조준발사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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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가 중한 것만 갖고 무엇이 잘됐다 잘못됐다 판단하는 것은 이성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중상을 입은 백남기씨 일은) 저희도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과 (사과는) 별개 문제입니다."
"단순히 상황만 보고 (지침) 위반이라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백씨가 부상 입은) 사실은 있지만, (경찰이 지침을) 준수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 모든 행위에는 기대 가능성이 있어야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강 청장은 경찰이 계속 물대포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도 말했다. "경찰관의 신체에 위해를 가하는 상황에서 살수까지 금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이유였다. 그는 또 경찰 내부 지침에 ▲ 도로를 점거하거나 ▲ 차벽 등을 망가뜨리거나 ▲ 경찰을 폭행하면 경고 없이 직사 살수를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는 점을 꼽으며 "지침은 보통의 시위대에게 적용하는 것이지 이미 쇠파이프를 든 사람에게도 적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했다.

또 다른 논란거리, 차벽 설치 역시 적법했다는 주장 역시 그대로였다. 강 청장은 "11월 14일 오후 2시 53분부터 세 군데에 차벽을 설치했는데, 시위대가 2시 25분부터 폴리스라인 두 개를 침범했다"며 "집회·시위가 아니라 (청와대 방향으로) 진격할 목적이라 부득이하게 설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경찰이 차벽 위에서 집회 참가자들에게 식용유를 뿌리고 버스 바퀴 틈에 실리콘을 바른 일도 "얼마나 다급했으면 그렇게까지 했겠냐는 차원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그는 "적정한 시점에 백남기씨 병문안을 가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또 14일 집회 때 직사 물대포에 맞은 또 다른 부상자 최아무개씨가 병원으로 옮겨질 때 경찰이 구급차를 향해서도 물대포를 쏜 일, 최씨 등의 피해 상황을 파악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 편집ㅣ박순옥 기자



태그:#물대포, #경찰, #민중총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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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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