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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진스님은 자신의 시와 음식이 이 세상 중생들과 함께하라는 부처님의 선물이라고 했다.
▲ 수진스님 수진스님은 자신의 시와 음식이 이 세상 중생들과 함께하라는 부처님의 선물이라고 했다.
ⓒ 방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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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산시 부석면 수도사(부석면)의 주지 수진 스님은 여러 가지 재주가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동안 시 쓰는 스님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이제는 시인 스님으로 바뀌었다. 얼마 전(지난 7일) 문학청년 신인상을 수상, 정식으로 등단했기 때문이다.

"동자승 시절 고은 시인이 저를 보고 시를 지었고, 그 시와 사진이 책에 실렸다고 하더군요. '중아 중아 까까중아! 충청도 아줌마 젖 먹고 무럭무럭 자라라' 하고 시를 지었는데 그 탓인지 여태껏 무탈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질긴 인연은 30여 년 후 "똥 쌀 놈아 젖이나 한 번 더 먹고 와"란 고은 시인의 대답으로 이어졌고, 시는 업보마냥 스님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도비산 자락에서의 수도생활은 영혼을 집어 삼켜버릴 만큼 치열했지만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곁에 시가 있어 위로 받을 수 있었다.

서산시여성문학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지역의 많은 시인들과 만날 수 있었고, 친분이 쌓여갈수록 시와 더욱 가까워졌다. 시인들과의 교류는 지난 시상식 때 대단한 위력을 발휘했는데 신인 시인의 등단에 이생진, 박무웅 시인과 같은 기라성 같은 선배들이 축하를 위해 참석하기는 매우 드문 일이었다.

수진 스님은 시를 통해 스스로의 정화는 물론 타인의 마을을 정화하는 일에도 힘쓰고 있다. 교정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재소자들의 황량한 마음을 보듬는 도구로 시란 장르를 사용했던 것이다. 시를 읽어줄 때 눈물을 흘리는 재소자들을 보면서 저들에게도 부처님이 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해 달라고 기원하고, 또 기원한다고 했다.

수진 스님은 요리하는 스님으로도 유명한데 어찌 보면 시 보다 먼저 인연을 맺은 것이 음식이다. 그것도 보통 음식이 아니라 사찰음식과 궁중음식으로 말이다. 스님으로 평생을 살았으니 사찰음식이야 그렇다 쳐도 궁중음식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왕손인 전주 이씨(양녕대군 파) 집안에서 태어났고, 음식을 담당하던 별좌시절 서울 '청룡사'에 머물게 됐는데 이 절에 궁녀 출신의 스님들이 많았습니다. 음식도 운명처럼 제 곁에 다가왔고, 지금까지 함께 하게 됐습니다."

화려한 궁중음식과 소박한 사찰음식을 두루 익힌 수진 스님의 음식은 소박하지만 기품이 있기로 유명하다. 스님이 쓴 시도 음식처럼 소박하다. 그러나 그 속에는 치열한 구도자의 숨결이 녹아있어 읽는 이들을 감동시키고 눈물짓게 한다.

자신의 슬리퍼를 물고 달아났던 견공을 쓰다듬으며 환하게 웃는 수진 스님이 세상의 중생들에게 앞으로 대접할 시와 음식이 궁금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서산시대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스님, #산사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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