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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한 가을 햇살을 받으며 고속도로를 달리는 상쾌함은 동쪽바다를 향하는 나를 사뭇 흥분시키고 있었다. 무등산 자락에서 산과 하늘만 쳐다보며 살아온 나의 동해바다에 대한 동경이 크기도 할 뿐더러 33주년 결혼기념으로 나의 옆지기로 살아온 아내와의 동행이니 설레임은 클 수밖에 없었다. 

동해시 묵호항옆 바닷가 풍경
 동해시 묵호항옆 바닷가 풍경
ⓒ 임무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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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에 서있는 등대는 처음 찾아오는 여행객을 친근하게 맞아준다.
 항구에 서있는 등대는 처음 찾아오는 여행객을 친근하게 맞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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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시 묵호항 근처 펜션에 여장을 풀고 해변길 산책에 나서는데 갈매기들의 반김은 초행길의 어색함을 해소시켜줬다. 항구에 서 있는 등대 또한 친근함으로 다가왔다. 동해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추암 촛대바위는 처음 감상하지만 워낙 유명하여 눈에 익숙하다.

추암 촛대바위 앞 바다의 여명
▲ 촛대바위 추암 촛대바위 앞 바다의 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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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바람이 불어 닥치면 넘어질까 위태로운 자태로 우두커니 서있는 촛대바위에 서린 전설은 이렇다. 추암에 살던 한 남자가 첩을 얻은 뒤 본처와 소실 간의 싸움이 심해지자 하늘이 노해 벼락을 내려 남자만 남겨 놓았고 혼자 남은 남자의 모습이 촛대바위의 형상이라나 뭐라나 믿거나 말거나.

추암 촛대바위 앞 바다에서 해가 떠오르는 모습
▲ 촛대바위 일출 추암 촛대바위 앞 바다에서 해가 떠오르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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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대바위를 포함하여 주변을 능파대 라고 부르는데 조선 세조때 한명회가 이곳의 경치를 보고 미인의 가볍고 아름다운 걸음걸이를 비유하여 능파대라고 명명했다고 한다. 평범하게 살아온 나의 시선으로는 다소 의아스럽지만 이런 천하절경에 시 한수가 빠질 수 없겠지요. 무등산 가사문화권 정자 중에서 식영정(息影亭) 주인인 석천 임억령의 능파대(凌波臺)를 소개한다.

秦帝作長橋(진제작장교) 시황이 일출을 보기위에 놓은 돌다리가
歲久風濤決(세구풍도결) 오랜 세월 바람과 파도에 부서진 것인가,
壯士擲蜀筍(장사척촉순) 어느 장사가 촉나라 죽순을 던져
浮出龍王穴(부출용왕혈) 그 석순이 용왕굴에서 떠나온 것인지

해오름이 진행된 후 비춰지는 빛깔의 아름다움
▲ 다른 빛깔의 촛대바위 해오름이 진행된 후 비춰지는 빛깔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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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삭둥이 한명회의 상상력으로 표현한 미인의 걸음걸이인 촛대바위 주변 감상을 마치고 나니 출출한 뱃속을 채우고 싶어진다. 여행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그곳의 특별한 별미를 찾아 음미하는 식도락을 즐기는 것이다. 동해에서 최고의 계절 별미이며 지금은 없어서 못 먹는 '도치알탕' 일명 심퉁이를 찾았다.

못생겨서 고기 취급도 안하던 도치(일명 심퉁이) 요즘은 없어서 못먹는다.
 못생겨서 고기 취급도 안하던 도치(일명 심퉁이) 요즘은 없어서 못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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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과 알은 빼낸 뒤 육질을 알맞게 썰어 끓는 물에 살짝만 넣었다가 건져내면 쫄깃쫄깃한 숙회가 된다.
▲ 심퉁이 숙회 내장과 알은 빼낸 뒤 육질을 알맞게 썰어 끓는 물에 살짝만 넣었다가 건져내면 쫄깃쫄깃한 숙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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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치(심퉁이)는 다른 생선에 비해 많은 알이 있는데 탕으로 끓이면 톡톡 터지는 식감이 일품이다.
▲ 도치알탕 도치(심퉁이)는 다른 생선에 비해 많은 알이 있는데 탕으로 끓이면 톡톡 터지는 식감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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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퉁이는 겨울 바다 생선 중 아귀, 물매기와 함께 '못난이 삼형제'를 이룬단다. 커다란 입과 눈이 심퉁맞게 생겨 처음 본 사람들은 신기하게만 여길 뿐 이를 먹으려고 하지 않았단다. 맛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지만 바닷가 사람들은 심퉁이를 배를 가른 뒤 내장과 알을 꺼내어 손질하여 놓고 팔팔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숙회로 먹고, 내장과 알은 탕을 끓여 먹는데 직접 먹어보니 입속에서 톡톡 터지는 알의 감칠맛은 신비롭다고 해야 하나싶다.

묵호항에서 경매중인 도루목
 묵호항에서 경매중인 도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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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호항 경매사들의 치열한 경매장면
 묵호항 경매사들의 치열한 경매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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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동해안을 상징하던 도루목과 오징어의 어획량이 점점 줄어드니 듣보잡 생선들이 각광을 받게 됐단다. 그래도 아직 동해의 포구마다 오징어를 말리는 풍경을 볼 수 있어 정겹다. 경매장에서 거래되는 도루묵도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오징어를 말리고 있는 어민
 오징어를 말리고 있는 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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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잡이 배앞에 건조하고 있는 오징어
 오징어잡이 배앞에 건조하고 있는 오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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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한 절친 부부와 함께 주고받는 소주잔의 횟수가 거듭될수록 생전 처음 본 심퉁이의 쌍판이 아귀로 보였다가 물매기로 둔갑했다가 요사스럽게 아른거린다. 커다란 풍선처럼 보이는 심퉁이와 함께한 동쪽바다에서 술상밥상의 즐거움은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다.



태그:#추암촛대바위, #도치알탕, #심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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