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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사카 국제 교류센터에 한복을 곱게 입은 어린 아이의 그림이 관람객들을 맞고 있었다.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오사카에서 열린 '2015 남북코리아와 일본의 친구 그림전'은 대한민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일본 그리고 중국 조선족, 재일코리안의 아이들의 그림을 하나에 장소에 전시함으로써 남북의 분단장벽 그리고 남북과 일본의 심리적인 거리감을 뛰어넘어 동북아지역의 평화를 기원하기 위한 행사였다.

이 행사는 2001년 도쿄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어져왔다. 올해는 오사카를 시작으로 도쿄, 히로시마, 후쿠오카 등 일본의 전역에서 순회 전시될 예정이다.

2015 남북코리아와 일본의 친구 그림전(오사카 전시회) 입구. 아이들의 전신 그림이 관람객을 환하게 맞이하고 있다.
 2015 남북코리아와 일본의 친구 그림전(오사카 전시회) 입구. 아이들의 전신 그림이 관람객을 환하게 맞이하고 있다.
ⓒ 김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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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14일, 행사장 내에는 어린이들의 그림이 가득했다. 동북아 여러 곳의 아이들이 그린 그림이 한 곳에 모여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의미는 작지 않다. 더욱이 국가 간의 관계가 매우 껄끄러운 상황에서 어린이들이 경계를 넘어 교류하고 있다는 것은 중대하고 진취적인 의미를 갖는다.

평화는 그 누구보다 아이들에게 필수적이어야 한다는 것이고, 그 평화는 정치사상적 차이를 넘어 인도적 차원에서라도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 특히 남과 북의 분단체제와 자국의 안보를 확립하기 위해 상대국과의 교류를 법률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정치적 어려움을 무릅쓰고서라도 상호협의, 그림 교환, 인적교류의 과정을 통해 행사를 성사시킨다는 것은 그만큼 동북아의 평화,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이 우리 아이들에게 절실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행사를 주관한 '친구전 2015 실행위원회'에는 북한 인도적 지원의 모임, KOREA 어린이 캠페인(아유스 불교 국제 협력 네트워크, 지구의 나무, 일본 국제 자원 봉사 센터), 코리아 NGO 센터, 재일본 한국 YMCA, 재일 코리안 청년 연합, 일본 기독교 협의회, 피스 ​​보트가 참여하고 있다.

'남북코리아와 일본의 친구 그림전'이 지금까지 진행되는 동안 재일동포 아이들이 북한에 방문하기도 했고, 2011년에는 일본의 아이가 평양을 방문해 북한의 아이들과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2006년까지 평양에서도 아이들의 그림이 전시됐으나 북·일 관계가 경색되면서 중단됐다. 그러다가 지난해 8년 만에 다시 전시할 수 있게 됐다.

'남북코리아와 일본의 친구 그림전' 실행위원회 홈페이지의 메인 그림
 '남북코리아와 일본의 친구 그림전' 실행위원회 홈페이지의 메인 그림
ⓒ 남북코리아와 일본의 친구 그림전 실행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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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친구 그림전의 주제는 '내 즐겨찾기'였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 학교에서 유행하고 있는 것 등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일본, 중국 조선족, 재일코리안의 아이들이 그린 그림이 전시되고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온 그림은 '친구전 2015 실행위원회'와 남북어린이어깨동무, 문화협동조합 C.ART가 공동으로 진행한 워크숍을 통해 삼례초등학교 등 한국의 학생들이 그려서 보낸 것이다. 유네스코의 도움을 통해서 북한 능라초등학교 등에서 아이들이 그린 그림이 도착했다.

그림 중 유독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작품들이 있었다. 일본 아이들의 그림에 대해서 북한의 아이가 소감을 보내온 글이었다. 글 옆에는 일본 아이들의 그림을 관람하는 북한 아이들의 모습과 그림을 보고 소감을 작성하는 북한 아이들을 찍은 사진이 함께 게재돼 있었다.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남과 북의 주민들은 안보상의 이유로 상호간 서신 교환, 회합, 통신이 금지돼 있다. 이를 어기면 중대한 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아이들의 그림은 분단의 경계를 넘어 서로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었다.

타국의 아이들이 서로의 그림에 대해서 소감을 보내는 모습을 보니 동북아는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그리 먼 곳이 아니었다. 이웃의 학교에서 보내온 그림을 보고 그에 대한 소감을 보내는 것처럼 어려운 일도 아닐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으로 중·고등학생들도 교류하고, 대학생들도 교류하고, 어른들도 교류한다면 서로가 가지고 있는 불신과 오해의 장벽은 사라지고 통일의 그 날도 한시라도 빨리 다가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 아이가 그린 그림에 대해서 북한의 아이가 소감을 작성하였다. 그림은 경계를 뛰어넘고 있었다.
 일본 아이가 그린 그림에 대해서 북한의 아이가 소감을 작성하였다. 그림은 경계를 뛰어넘고 있었다.
ⓒ 김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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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벽면에는 각 국의 아이들이 만든 전신 그림도 있었다. 그림 속 아이들은 각국의 문화를 보여주는 듯한 각기 다른 의상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모두 다 환하게 웃고 있었다. 관람객들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빛에는 평화를 바라는 아이들의 간절한 마음도 담겨 있는 듯 했다.

전시장은 그림 속 아이들 그리고 관람객들의 미소로 가득찼다.

2015 남북코리아와 일본의 친구 그림전에 전시되어 있는 아이들의 전신그림 모음. 입은 옷은 각기 다르지만 모두다 환하게 웃고 있다.
 2015 남북코리아와 일본의 친구 그림전에 전시되어 있는 아이들의 전신그림 모음. 입은 옷은 각기 다르지만 모두다 환하게 웃고 있다.
ⓒ 김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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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남북코리아, #일본의 친구, #그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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