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9일 한·아이슬란드 정상회담을 하려고 청와대를 방문한 올라퓌르 라그나르 그림손 아이슬란드 대통령을 영접하려고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9일 한·아이슬란드 정상회담을 하려고 청와대를 방문한 올라퓌르 라그나르 그림손 아이슬란드 대통령을 영접하려고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진실한 사람을 선택해달라"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깜짝 발언으로 새누리당 내부가 뒤숭숭한 분위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가 주도할 가능성이 높은 '물갈이' 공천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진박(진짜 친박)'과 '가박(가짜 친박)'이라는 신조어로 박 대통령을 향한 충성도를 감별하는 '웃픈(웃기면서도 슬프다는 조어)'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진박'은 확고한 사명감으로 임기 말 정부를 옹위하며 마지막까지 청와대의 의중을 잘 헤아릴 세력을 말한다. 최근 박 대통령이 언급한 '진실한 사람', '은혜를 잊지 않는 사람'이 곧 '진박'인 셈이다.

반면, '가박'은 박 대통령의 공천으로 의원이 됐지만, 이후 정부의 국정운영과 다른 목소리를 내며 청와대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세력을 뜻한다.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 등 시간이 흐르며 박 대통령과 멀어진 친박계 의원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진박'과 '가박'의 구분은 최근 여당 내부를 뒤흔들고 있는 물갈이론과 닿아있다. 친박계 핵심인 윤상현 의원이 지난 8일 유승민 의원(대구 동구을)의 부친인 유수호 전 의원 상가에서 TK(대구·경북) 지역의 물갈이 필요성을 공론화했고, 박 대통령은 이틀 뒤 "진실한 사람들만이 (총선에서)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라고 당부했다.

특히 친박계 현직 장관과 청와대 참모진이 내년 4월 총선에 뛰어들 채비를 본격 갖추면서, '진실한 사람' 위주로 대대적 물갈이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시절인 2012년 19대 총선 때도 현역 의원 25%를 공천에서 탈락시키는 물갈이를 단행한 바 있다. 결국 '박근혜표 전략공천'에서 선택받으려면 '진박' 안에 포함돼야 하는 것이다.

우주의 기운 느끼면 '진박', 유승민 부친 빈소 들르면 '가박'?

이런 가운데 카카오톡 등 SNS에서는 진박-가박 구별 기준이 담긴 출처 불명의 글이 나돌기도 했다. 이른바 '진박과 가박 자가진단법'으로, 20개의 항목 중 5개 이상이면 가박으로 분류된다. 항목은 "5.16은 쿠데타다" 등 박 대통령의 의중과 거리가 먼 내용 위주로 구성됐다.

이에 따르면, "사석에서 무대(김 대표)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말한 적 있다", "지난 원내대표 선거에서 유승민을 밀었다"는 항목에 해당하면 진단 자체를 중단해야 한다. 유 의원의 아버지 빈소에 조화를 보내거나 조문 갔을 경우에는 2개의 항목에 해당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판단한다. 김 대표는 공천 방식을 두고 청와대와 갈등을 겪은 바 있고, 유 의원은 지난 6월 국회법 파동 이후로 사실상 '가박'이 됐다. 박 대통령은 유 의원의 부친상에 조화를 보내지 않았다.

이외에도 "나는 진실된 사람이다", "우주의 기운을 가끔 느낀다", "특정인을 만나면 가끔 혼이 빠질 때가 있다" 등 박 대통령의 발언을 풍자한 항목들이 눈에 띈다.

비박계인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진박-가박 등 각종 친박 파생어가 속출하는 상황을 두고 "얼굴이 화끈거린다"라는 평을 내놨다.

김 의원은 12일 SBS 라디오 <한수진의 전망대>에 출연해 "진박-가박이 나온다는 자체가 너무나 부끄럽다, 지금 시대에 국민들께서 뭐라고 생각하실까"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또한 "결국 내년 선거는 국민에게 선택받고 유권자한테 심판 받는 것"이라며 "그것을 잊는다면 가짜 정치인"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쪽은 박 대통령의 '진실한 사람' 발언과 관련해 "경제와 민생을 향한 대통령의 뜻이다, 충정을 이해해 달라"라며 총선 개입설에 선을 그었다.


태그:#박근혜, #친박, #진박, #김무성, #유승민
댓글1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