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 살펴보는 김인식 감독 김인식 한국 야구 대표팀 감독이 2015 WBSC 프리미어 12 한국-일본 개막전 경기가 열리는 8일 오후 일본 삿포로돔 더그아웃에서 경기장을 살펴보고 있다.

▲ 경기장 살펴보는 김인식 감독 김인식 한국 야구 대표팀 감독이 2015 WBSC 프리미어 12 한국-일본 개막전 경기가 열리는 8일 오후 일본 삿포로돔 더그아웃에서 경기장을 살펴보고 있다. ⓒ 연합뉴스


한일전의 무게가 주는 부담감은 역시 컸다. 한국 야구가 숙적 일본에 영봉패를 당하면서 험난한 출발을 알렸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야구 국가대표팀은 8일 일본 삿포로돔에서 열린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 12' 일본과 개막전에서 0-5로 패배했다. 이날 패배로 프로가 참가한 1998년 이후 국제대회에서 일본과 상대 전적은 19승 21패로 조금 더 벌어졌다.

모든 면에서 불리했던 한국, 결국...

손아섭, '아쉽다' 지난 8일 오후 일본 훗카이도 삿포로돔에서 열린 2015 WBSC 프리미어 12 한국-일본 개막 경기. 2회 말 무사 1루 때 한국 손아섭이 마츠다가 친 공을 쫓고 있다.

▲ 손아섭, '아쉽다' 지난 8일 오후 일본 훗카이도 삿포로돔에서 열린 2015 WBSC 프리미어 12 한국-일본 개막 경기. 2회 말 무사 1루 때 한국 손아섭이 마츠다가 친 공을 쫓고 있다. ⓒ 연합뉴스


사실 시작부터 모든 면에서 한국에 불리했던 승부였다. 일단 객관적인 전력 면에서 한국은 일본보다 분명히 열세였다. 한국은 이런저런 이유로 해외파를 포함한 베스트멤버들이 많이 합류하지 못했다.

물론 일본도 전력 누수는 있었지만 이미 자국 리그만으로도 두꺼운 선수층을 자랑하는 데다 주최국으로서 홈 어드밴티지까지 안고 있었다. 다른 조별리그 경기들이 모두 대만에서 치르는 것과 달리 굳이 개막전만 따로 일본에서 편성한 것이나 한국을 상대로 맞춰놓은 것은 흥행을 염두에 둔 것이기도 하지만, 홈에서 한국을 제물로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의도성이 어느 정도 엿보이는 대목이다.

한국은 올해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일정이 길어지면서 대표선수들이 모두 모여 손발을 맞출 시간이 극히 부족했다. 4, 5일 쿠바와 고척돔에서 평가전 형식의 '슈퍼시리즈'를 치르고 대회 개막 이틀 전인 6일에야 일본으로 출국했다. 개막을 앞두고 이틀 전에야 일본에 입국해 적응할 시간이 부족했다. 일본과의 첫 경기를 앞두고 현지 적응 훈련조차 하지 못하고 경기 당일에야 삿포로돔에 입성할 정도였으니 선수들에게 가뜩이나 낯선 환경에 부담스러운 일본을 상대로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기를 기대하기란 처음부터 어려웠다.

우려한 대로 일본은 홈 어드밴티지를 십분 누렸다. 삿포로돔은 애초 축구장으로 설계된 구장이라 파울존이 다른 구장들보다 2~3배가량 넓고, 인조잔디라 불규칙한 바운드가 많다는 것이 특징이었다. 초반 실점의 빌미가 된 2회 말 연이은 수비실수도 결과적으로 한국 선수들이 첫 경기를 치러보는 삿포로돔의 환경에 대한 적응이 부족했던 데서 비롯됐다.

선발 김광현이 선두 타자 나카다 쇼를 헛스윙으로 잡아내고도 바운드된 공이 3루 쪽으로 튀었다. 넓은 파울 지역 덕에 나카다는 낫아웃 삼진으로 출루했다. 후속 마쓰다 노부히로의 타구도 우익수 손아섭의 슬라이딩 캐치를 시도했지만, 인조잔디의 반발력에 걸려 제대로 미끄러지지 못했다. 여기에 히라다 료스케의 내야 땅볼은 3루수 허경민의 수비실책까지 겹쳐서 결국 안 줘도 될 점수를 졸지에 2점이나 내줬다.

물론 외부 환경이나 불운 탓만 하기에는 엄연한 실력 차도 존재했다.

객관적으로 열세였던 전력, 하지만 실망할 필요 없다

삼진 아웃 당한 허경민 8일 오후 일본 훗카이도 삿포로돔에서 열린 2015 WBSC 프리미어 12 한국-일본 개막 경기. 5회 초 무사 1·2 루 때 한국 허경민이 삼진 아웃 당한 후 아쉬운 표정을 지은 채 더그아웃으로 들어서고 있다.

▲ 삼진 아웃 당한 허경민 8일 오후 일본 훗카이도 삿포로돔에서 열린 2015 WBSC 프리미어 12 한국-일본 개막 경기. 5회 초 무사 1·2 루 때 한국 허경민이 삼진 아웃 당한 후 아쉬운 표정을 지은 채 더그아웃으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올 시즌 일본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에이스이자 삿포로돔을 홈구장으로 쓰는 니혼햄의 간판스타 오타니 쇼헤이는 압도적인 투구로 한국 타자들을 무력화했다. 94년생의 어린 투수인 데다 국제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 이 변수로 지적되었지만 편안한 홈구장을 등에 업고 오타니는 6이닝 동안 2피안타 2사사구 탈삼진 10개를 기록하며 마음껏 자신의 기량을 뽐냈다. 최고 구속이 161km에 이르렀고 승부구로 활용한 포크볼의 구위와 제구력도 위협적이었다.

한국은 이날 7안타를 뽑아냈지만, 결정력이 부족했다. 한국은 오타니를 무너뜨릴 수 있었던 가장 좋은 기회였던 5회 초 박병호의 2루타와 손아섭의 볼넷으로 무사 1·2루 찬스를 만들었으나, 이후 허경민의 보내기 번트를 실패를 비롯하여 강민호-나성범까지 후속 세 타자가 모두 삼진으로 허무하게 물러났다.

오타니가 물러난 이후 한국은 일본 불펜진을 상대로 8·9회 두 이닝 연속으로 만루 찬스를 잡았다. 그러나 8회 2사 만루에서 김현수가 일본 노리모토 다카히로에게 3구 삼진으로 허무하게 물러났다. 9회에는 3연속 안타로 무사 만루 기회를 얻고도 하위타선에서 황재균-양의지-김상수가 줄줄이 삼진과 범타로 물러나며 결국 한 점도 만회하지 못했다.

승패를 떠나 한국도 최소 3번 이상의 득점권 찬스를 잡았지만 1점도 올리지 못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대목이다. 오타니와 노리모토 등 150km대 이상의 속구를 던지는 파워피처들에게 약한 면모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반면 한국 마운드는 어땠을까. 선발 김광현은 2.2이닝 5피안타 2실점으로 허용하며 3회를 채우지 못하고 2사 1·3루 위기에서 교체됐다. 구위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일본 특유의 현미경 야구에 분석 당하며 교체 시점에 벌써 투구 수가 67개로 많았다.

한 박자 빠른 투수교체를 선택한 김인식 감독은 이후 여러 투수를 한꺼번에 투입하는 벌떼 전략으로 맞섰으나 구원진도 잇달아 실점을 허용하며 빛이 바랬다. 조상우에 이어 등판한 3번째 투수 차우찬이 5회 2사 후에만 연속 출루를 허용하며 적시타를 얻어맞고 추가 실점했다. 6회에는 정우람이 사카모토에게 이번 대회 첫 홈런을 허용했고, 8회에도 조무근이 적시타도 한 점을 더 내줬다. 한국은 이날 5명의 투수를 동원했는데 0.1이닝만 던진 두 번째 투수 조상우 외에는 모두 실점을 허용하며 불펜 싸움에서도 밀렸다.

2009년 한화 지휘봉을 내려놓은 후, 감독으로서는 6년 만에 현장으로 돌아온 김인식 감독의 경기운영 능력은 공백기를 고려하면 무난했다. 경기 내내 일본의 기세에 눌려 끌려가는 상황에서도 한 박자 빠른 투수교체로 대량실점과 불필요한 마운드 소모를 최소화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하지만 타순 운용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김인식 감독은 경기감각이 떨어진 황재균 대신 포스트시즌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서 주전 3루수로 낙점된 허경민 카드를 내세웠다. 그러나 허경민은 수비실책과 보내기번트 실패 등 공수에서 모두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였다. 적시타가 좀처럼 터지지 않는 상황에서 과감한 대타 카드나 작전 야구가 잘 먹히지 않았다.

물론 실망만 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전력과 환경에서 핸디캡을 감수하고 시작한 승부였고 가장 부담스러운 일본을 상대로 일찍 쓴맛을 본 것이 오히려 선수단의 동기부여를 높이는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비록 적시타는 없었지만, 중심타선이 4안타를 합작해내며 타격감각을 끌어올린 점. 일본 불펜 투수들을 상대로 경기 후반 안타와 볼넷을 집중하며 찬스를 만들어낸 점은 이후의 경기들을 고려하면 그나마 희망적인 요소다. 투수진 역시 크게 무너지지 않았고 구위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한국은 9일 대만 타이베이로 이동해 11일 도미니카공화국, 12일 베네수엘라, 14일 멕시코, 15일 미국과 차례로 조별예선을 이어간다. 낯선 환경에 적응할 틈도 없이 한국-일본-대만 그리고 다시 일본을 오가야 하는 빡빡한 일정은 대표팀의 가장 큰 변수다. 앞으로 줄줄이 넘어야 할 상대들도 모두 일본 못지않은 강적들이다. 남의 잔치에 들러리로 머물지 않기 위해서는 아무리 불리한 변수들이라도 오직 실력으로 극복해야 한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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