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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태 경기도 학생인권 옹호관은 “도교육청의 개인정보 서약서는 양심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 개인정보 취급자 서약서 김민태 경기도 학생인권 옹호관은 “도교육청의 개인정보 서약서는 양심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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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교육청(아래 도교육청, 교육감 이재정)이 또다시 국가 인권위에 제소당할 위기에 처했다.

경기교육청은 소속 교직원 15만여 명에게 음주운전 근절 실천 서약서를 강요하는 공문을 시행해 인권단체들로부터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를 당한 바 있다. 그런데 도교육청이 또 다른 '서약서' 작성을 강요해 인권침해 논란이 다시 일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지역 인권단체들은 도교육청을 인권위에 제소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관련기사: "음주운전시 처벌 감수" 경기교육청 '서약서' 논란 / '음주 근절 서약서' 경기교육청, 인권위에 제소 당해).

도교육청은 지난 10월 초 공문을 통해 개인정보보호 실태 점검을 이유로 소속 교직원들에게 '개인정보취급자 서약서(아래, 개인정보 서약서)'를 작성해 제출하라고 했다. 이는 학교에서 다루는 학생이나 학부모 등의 개인정보를 철저히 관리하라는 취지로 초중고교에서 학생들의 기본적인 개인정보를 다루는 교직원들이 모두 서약서 제출 대상자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 서약서는 헌법상 양심의 자유 침해 논란이 발생한 도교육청의 음주운전 근절 실천 서약서와 동일하게 인권 침해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개인정보 서약서에는 개인정보와 전혀 상관없는 "업무상 비밀 등 각종 정보에 대하여 일체 누설하지 않겠다"는 내용까지 포함하고 있어 포괄적 복종 서약이라는 비판까지 일고 있다.

개인정보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내용까지 모두 입을 다물게 함으로써 내부의 비리 등 부적절한 것까지 침묵하게 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것이다. 이같은 내용을 전혀 관련성이 없는 개인정보 서약서에 끼워 넣어 강제 서약을 하도록 한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라는 주장이다.

또 해당 공문에서 점검항목의 하나로 '개인정보취급자에 대한 보안서약서 징구 여부'를 제시하면서 개인정보보호법 제28조(개인정보취급자에 대한 감독)를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해당 법률 어디에도 개인정보취급자에 대한 보안서약서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은 없다.

도교육청이 법률에도 없는 내용을 마치 법률에 근거한 것처럼 속여 '개인정보취급자에 대한 보안서약서 징구 여부' 항목을 만들어 서약서를 쓰도록 강제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부분이다.

또 개인정보 서약서에는 음주운전 근절 실천 서약서에서 논란이 된 바와 마찬가지로 해당 서약의 내용을 위반할 경우 민형사상의 책임과 징계 등의 불이익 감수를 서약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준법서약서와 같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세 번째 논란의 핵심이다.

도교육청이 법률에도 없는 내용을 마치 법률에 근거한 것처럼 속여 ‘개인정보취급자에 대한 보안서약서 징구 여부’ 항목을 만들어 서약서를 쓰도록 강제했다.
▲ . 도교육청이 법률에도 없는 내용을 마치 법률에 근거한 것처럼 속여 ‘개인정보취급자에 대한 보안서약서 징구 여부’ 항목을 만들어 서약서를 쓰도록 강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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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논란과 지적에 대해 도교육청 행정관리담당관 정보화 기획 담당 천병선 주무관은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

"개인정보 서약서를 받는 것은 학생들의 개인정보 유출을 막고 교직원 등의 개인정보 취급자를 관리·감독 하기 위한 것으로 작년초 행자부에서 가이드라인을 받아서 참고해 만들었다. 문제가 된 부분에 대해 인권적 측면에서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 부분을 놓친 것은 죄송하게 생각한다. 해결방안을 찾아보겠다."

법률에도 없는데 법률 조항을 근거로 들어 보안서약서를 확인하는 점검항목을 왜 만들었느냐는 질문에 천 주무관은 처음엔 "업무를 맡은 지 얼마 안됐다"고 대답했다. 업무를 맡은 지 얼마 안 돼 잘 모른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다시 기자에게 메일로 '행자부의 표준 개인정보 보호지침'과 '교육부 개인정보 보호지침'을 보내와 개인정보 서약서를 받았다고 제시했다.

천 주무관이 제시한 해당 지침은 "개인정보처리자는 개인정보취급자로 하여금 보안서약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등 적절한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지침은 개인정보 보안에 대한 약속을 한다는 의미일 뿐 법적 처벌이나 징계 등을 감수하겠다는 서약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김민태 경기도 학생인권 옹호관은 "도교육청의 개인정보 서약서는 위반시 불이익의 확인이나 교육청의 처벌 의지를 확인하는 방식이 아니라, 준법을 서약하고 처벌 감수를 강요하는 방식이므로 양심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도교육청이 도내 전교직원을 상대로 음주운전 근절 서약서를 쓰도록 강요한 것을 양심의 자유 등을 침해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넣은 경기도인권교육연구회 안금옥 회장은 "도교육청의 서약서 강요로 학교 현장에 갈등이 잦다. 당장 공문을 시행해 이미 받은 서약서는 모두 폐기하도록 하고 아직 서약서를 받지 않은 학교에서는 이를 중단하도록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안 회장은 도교육청의 처리 과정을 지켜보면서 인권위 제소 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한편 현재 인권위에서 조사를 진행 중인 음주운전 근절 서약서 강요와 관련해 <오마이뉴스> 보도 이후 지난 9월 21일 도교육청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유인태 의원이 이재정 교육감에게 "교원들에 대해 음주운전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하도록 한 것은 교권·인권 침해의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태그:#이재정, #경기도교육청, #인권, #서약서, #인권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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