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셰임>의 한 장면 섹스중독의 쾌락은, 중독에 대한 부끄러움 보다 크다.

▲ 영화 <셰임>의 한 장면 섹스중독의 쾌락은, 중독에 대한 부끄러움 보다 크다. ⓒ (주)영화사 백두대간


브랜던(마이클 패스벤더 분)은 뉴욕에서 사는 삼십 대 직장인입니다. 그는 일견 평범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브랜던은 한 가지 비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건 바로 그가 섹스 중독이라는 점입니다. 어느 날, 브랜던의 여동생 시시(캐리 멀리건 분)가 그가 사는 아파트로 갑자기 찾아옵니다. 여동생이 언제까지 아파트에 머물지 모르는 상황에서 브랜던은 서서히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력을 잃기 시작합니다.

현대인은 다양한 중독 증세를 겪고 있습니다. 알코올, 카페인, 담배, 게임 등이 그 예입니다. 그중 스티브 맥퀸 감독의 영화 <셰임(Shame)>은 섹스라는 소재를 선택했습니다. 영화의 제목 그대로 중독의 쾌락 속에서 중독자가 느끼는 수치심과 죄책감이 다른 중독의 대상보다 더 강력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오늘부터 담배나 술을 끊겠다고 말하는 건 쉽지만, 섹스를 자제하겠다고 말하는 건 그렇지 않은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는 브랜던이 중독자가 된 원인을 알 수 없습니다. 영화는 이에 대해서 관객에게 직접 알려 주는 대신 안정적인 애착 관계보다는 일회적인 성관계에 탐닉하는 브랜던의 결핍된 내면을 보여 줍니다. 이때 브랜던의 여동생 시시에게 주목할 만합니다. 시시는 극 중에서 브랜던의 과거, 구체적으로 어린 시절을 알고 있는 유일한 인물이자 브랜던처럼 마음의 상흔을 가진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시시는 일정한 직업 없이 바에서 노래를 부르는 일로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어느 날, 뉴욕의 한 바에서 시시는 프랭크 시나트라의 명곡 '뉴욕, 뉴욕(New York, New York)'을 부릅니다. 시시는 원곡과는 달리 느릿한 박자로 노래를 부릅니다. 브랜던은 테이블 앞에 앉아 시시의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시시는 고향을 떠나 뉴욕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다는 내용의 가사를 애절한 목소리로 노래합니다. 노래를 듣던 브랜던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합니다.

시시가 바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영화의 가장 아름다운 장면 중 하나입니다. 상처받은 마음을 안고 몸만 훌쩍 어른이 된 남매가 서로의 아픈 심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결코 나쁜 사람들이 아니야, 상처받은 사람일 뿐이야."

시시의 말처럼 남매는 고통스러운 어제를 떠나 새로운 오늘을 살고 싶어 하지만 뜻대로 되지 못해 고통받고 있습니다. 영화는 이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봅니다. 마이클 패스벤더와 캐리 멀리건은 두 인물의 심정을 호소력 있게 연기합니다. 영화는 브랜던의 중독 극복 여부에 대해 열린 결말을 내놓는데 우리가 일말의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영화 <셰임>의 포스터 2011년 제작, 국내 개봉은 2013년 12월 24일이었다.

▲ 영화 <셰임>의 포스터 2011년 제작, 국내 개봉은 2013년 12월 24일이었다. ⓒ ㈜영화사 백두대간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하상미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aprilmono.blog.me)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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