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매일 쏟아지는 판결 기사, 법조계 소식. 하지만 흥미 위주의 기사로는 내막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도무지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할 때도 많습니다. 그래서 최신 법조계 소식을 쉽게 정리해서 소개합니다. 우리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판결, 법률, 법원·검찰 관련 소식 등 누구나 알아야 할 법률 정보를 알려드립니다. <간추려서 단번에 한 주간 법조계 소식>, 줄여서 <간단한 법>이 법을 보는 올바른 눈을 갖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 기자 말

<간단한 법> 열 한 번째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① 대법원, 상고법원 카드 접나
② 남편을 성폭행한 혐의, 강간죄로 기소된 여성
③ 일본 '야동' 회사가 한국 법원 찾은 까닭
④ 소녀시대는 SM만 사용할 수 있다?

대법원, 상고법원 카드 접나

'자유 평등 정의'가 새겨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자유 평등 정의'가 새겨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상고법원 도입에 사활을 걸었던 대법원이 한 발 물러선 걸까. 19대 국회 임기내 법안 통과가 여의치 않자 대법원이 상고특별재판부라는 새로운 카드를 내놓았다.

상고법원이란 대법원 외에 3심 사건을 처리할 별도의 법원을 말한다. 대부분의 3심 사건은 상고법원에 맡겨서 신속하게 재판하게 하고, 대법원은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사건이나 새로운 법리를 적용할 사건만 맡겠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최고 법원으로서 역할을 담당하겠다는 것이 사법부의 구상이다.

대법원은 "대법관 1인당 연간 3천 건을 넘게 처리하는 상황"이라며 절박함을 드러냈지만 여론은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았다. 법무부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고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가 공식 반대 입장인 것도 법원으로서는 큰 부담이다. 대한변협은 3심 사건 적체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대법관 12명 증원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상고법원 관련 법안을 심사하는 국회 법사위 법안 1소위가 관련 법안을 심의대상에서 제외해 회기내 처리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은 '상고법원 도입'이라는 원안 외에 대법원 안에 상고특별재판부 설치를 골자로 하는 수정안을 들고 나왔다. 현재는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3개의 소부나 전원합의체에서 처리하지만, 이와 별도로 상고사건을 처리할 관문인 특별재판부를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특별재판부 규모는 약 20~30명의 법관들로 구성될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재판부를 놓고 여론은 엇갈린다. "상고법원 무산을 막기 위한 대법원의 꼼수"라는 비판이 있는가 하면, "폭주하는 상고 사건처리를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어느 제도이건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가 전제되지 않는 한 당분간 사법부가 여론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기는 어려울 듯싶다. 

남편을 성폭행한 혐의, 강간죄로 기소된 여성

남편을 강간한 혐의를 받은 여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2013년 5월 대법원에서 부부강간 인정 판결이 나온 이래, 아내가 강간죄로 기소된 첫 사례다.

40대 여성인 심아무개씨는 부부관계가 원만치 않아 남편 A씨와 별거 중이었다. 검찰에 따르면 심씨는 다른 남성과 함께, 이혼을 협의하러 찾아온 A씨의 몸을 미리 준비한 끈과 테이프로 묶고 감금했다.

심씨는 A씨에게 '이혼의 귀책사유는 나에게 있다'는 취지로 말을 하게 만들어 녹음하고, 묶여 있는 A씨를 성폭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26일 심씨를 감금치상, 강요, 강간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 사건은 2가지 법률적 쟁점 때문에 주목받고 있다. 첫째 여성이 남성을 상대로 한 성폭행에 대한 법적 평가, 둘째 부부강간에서 성적자기결정권 침해 정도에 대한 판단이 어떻게 나올 것인지가 관건이다.

대법원은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부부 사이에서도 성적자기결정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정도에 이르렀다면 국가가 형벌권 행사를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로 부부강간을 인정한 바 있다.

일본 '야동' 회사가 한국 법원 찾은 까닭

지난 2014년 11월 13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인터넷과 SNS를 통해 아동음란물을 유포하거나 내려 받은 사람 117명을 적발했다. 이들 117명이 유포하거나 소지한 아동음란물만도 무려 10만 건에 달했다.
 지난 2014년 11월 13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인터넷과 SNS를 통해 아동음란물을 유포하거나 내려 받은 사람 117명을 적발했다. 이들 117명이 유포하거나 소지한 아동음란물만도 무려 10만 건에 달했다.
ⓒ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관련사진보기


'파일○○' '□□파일'과 같은 이름을 내건 웹하드 사이트의 단골 수익원은 무엇일까. 아마도 '야동' 아닐까 싶다. 그 중에서도 일본 야동을 올리고 내려받는 숫자는 하루 최소 수만 건은 되고도 남으리라.  

최근 일본 성인영상 제조업체들이 한국 법원을 찾았다. 이들은 "웹하드 사이트가 회원들의 저작권침해를 방조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만든 '야동'을 무단으로 업로드나 다운로드하는 행위를 막아달라"고 영상물복제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가처분이란 정식 소송이 결론날 때까지 발생할 손해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법원이 임시로 내리는 처분을 말한다.

서울중앙지법(50민사부 재판장 김용대)은 15일 일본 업체들의 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우선, "업체들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대부분 어떤 영상인지 확인이 어렵고, 현재 복제·전송되고 있다는 점이 소명되었다고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나아가 "남녀의 성행위 장면 등을 담은 음란 영상은 처벌대상인 이상, 영상의 저작권자가 적극적으로 저작물을 유통하는 것까지 보호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일본 업체들이 유통의 소극적인 금지에서 더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유통을 통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한다"며 기각했다.

이번 판단은 정식 판결이 아니다. 따라서 일본 업체들이 웹하드 사이트를 상대로 본안 소송을 제기할 경우 음란물의 저작권 침해여부와 손해배상 등을 둘러싸고 본격적인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소녀시대는 SM만 사용할 수 있다?

그룹 소녀시대
 그룹 소녀시대
ⓒ SM엔터테인먼트

관련사진보기


소녀시대는 소녀시대만 쓸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무슨 말이냐고?

소녀시대라는 명칭을 상업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는 걸그룹 소녀시대 소속사인 SM 엔터테인먼트에 있다는 판단이다.

2007년 7월 SM은 걸그룹 소녀시대를 데뷔시킨 뒤 음반, 음원, 가수공연업, 광고모델업 등에 대한 상표권 등록을 했다. 그 뒤 A씨도 '소녀시대'를 의류, 완구, 식음료 제품 등의 상표로 등록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SM은 특허심판을 제기해 A씨의 상표등록을 무효로 만들었다. 이에 반발한 A씨는 특허심판원의 결정을 취소해 자신의 상표를 되돌려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상표법(7조)에 따르면 "상품의 품질을 오인하게 하거나 수요자를 기만할 염려가 있는 상표"는 등록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소송에서 관건은 A씨가 사용하려 한 '소녀시대' 상표가 일반 소비자들이 SM이 먼저 등록한 소녀시대로 오해하거나 혼동할 염려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특허법원은 "수요자를 기만할 염려가 없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A씨와 SM이 사용할 소녀시대 상품이 공통점이 별로 없어서 서비스를 혼동할 염려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걸그룹 소녀시대는 음반, 음원, 공연 등과 관련된 상품인 반면, A씨의 상품은 의류, 신발 등이어서 서로 유사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특정인의 상표·서비스표로 알려진 정도를 넘어서 저명한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입장은 정반대였다. 대법원은 걸그룹 소녀시대가 데뷔 무렵부터 상당히 높은 수준의 인지도를 가진 점에 주목했다. 대법원은 '소녀시대'라는 명칭이 "관계거래자 이외에 일반공중의 대부분에게까지 널리 알려지게 됨으로써 저명성을 획득했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음반, 음원 분야를 넘어서 다른 사업에 사용되더라도 "상품·서비스업의 출처를 오인·혼동하게 하여 수요자를 기만할 염려가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15일 원심을 깨고 사건을 특허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쉽게 말해 '소녀시대'는 모든 사람들이 걸그룹 소녀시대로 인식할 만한 명칭이 되었으므로, 함부로 상업적으로 쓸 수 없다는 취지다. 이로써 소녀시대는 SM만이 사용권을 갖게 된 셈이다.

○ 편집ㅣ홍현진 기자



태그:#간단한법, #대법원, #부부강간, #판결, #야동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