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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제주 사옥 스페이스닷투 전경과 내부 광장 모습.
 카카오 제주 사옥 스페이스닷투 전경과 내부 광장 모습.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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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닷원은 건축가들이, 스페이스닷투는 직원들이 더 좋아합니다."

카카오는 27일 제주시 영평동 첨단과학기술단지에 있는 카카오 스페이스로 취재진 100여 명을 불러 모았다. 임지훈 신임 대표이사의 첫 기자간담회를 굳이 제주에서 연 것도, 두 번째 제주 사옥 '스페이스닷투(Space.2)'와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를 언론에 공개한 것도 이른바 '제주 본사 철수설'을 무마하려는 속내였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 첫 기자간담회를 제주에서 연 까닭

카카오 합병 이전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지난 2004년 3월 서울 본사를 제주도로 옮기겠다고 선언했다. 이른바 제주 이전 프로젝트, '즐거운 실험'의 출발이었다. 그해 4월 제주 애월읍 펜션을 개조한 '인터넷진흥화연구소'에 입주한 선발대 16명을 시작으로 점차 직원 규모를 늘렸고, 8년 만인 지난 2012년 4월 문을 연 '스페이스닷원(Space.1)'으로 본사를 옮겼다. 이어 10년 만인 지난 4월 7일 스페이스닷투를 완공하기에 이른다.

다음이 제주로 본사로 옮긴 건 지역 불균형 해소와 함께 답답한 서울을 벗어나 제주의 쾌적한 환경에서 창조적인 일을 하자는 취지였다.

실제 스페이스닷원이 오름과 화산 동굴을 연상시키는 디자인과 상징성을 더 강조했다면, 스페이스닷투는 처음부터 다음 직원들 목소리를 반영해 업무 편의성과 소통을 강조했다.

닷원이 업무 공간 중심이라면, 닷투는 신규 서비스 개발에 투입된 직원들이 3~6개월 단위로 모여서 일할 수 있는 '프로젝트 룸' 6곳과 건물 중앙을 차지한 광장과 휴게 공간 '바이오스'가 핵심이다. '닷컴(인터넷) 기업'답게 PC 마더보드처럼 공간들을 거미줄처럼 엮었고 화장실과 수돗가를 분리해 직원들이 오가면서 우연히 만나 소통하게 쉽게 했다.  

이 밖에 직원 여가를 위한 공동 작업장 '땀', 출장 직원을 위한 객실 31개를 갖춘 게스트하우스 '닷하우스', 직원 자녀를 180명까지 보살필 수 있는 어린이집 '스페이스닷키즈' 등을 갖춰 직원들이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직원 배려해 만든 스페이스닷투, 핵심 인력은 판교 이동

제주시 영평동 첨단과학기술단지에 있는 카카오 사옥 스페이스닷원 입구. 버스정류장과 돌하르방이 들고 있는 노트북 로그는 '카카오'로 바뀌었지만 정류장 바코드 표시는 여전히 '다음커뮤니케이션'이다.
 제주시 영평동 첨단과학기술단지에 있는 카카오 사옥 스페이스닷원 입구. 버스정류장과 돌하르방이 들고 있는 노트북 로그는 '카카오'로 바뀌었지만 정류장 바코드 표시는 여전히 '다음커뮤니케이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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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두 건물 연면적은 9000제곱미터(2800평) 정도로 비슷하지만 최대 수용 인원은 500여 명으로, 스페이스닷원만 있던 시절 400여 명에서 크게 늘지 않았다.

정작 이 건물에서 현재 몇 명이 일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카카오 직원들도 말을 아꼈다. 지난 7월 카카오가 미디어본부를 비롯한 제주 본사 핵심 부서를 판교 사옥으로 옮기기로 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때마침 카카오가 주도한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과 맞물려 제주 본사 판교 이전설이 흘러나오기도 했다.(관련기사: "박근혜도 다녀갔는데..." 다음카카오 제주 인력 철수 논란)

다만 임지훈 카카오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제주 본사에는 인력 변동 없이 400명 정도가 일하고 있다"면서 "제주 중심의 고민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임 대표는 "첫 언론 대면식을 여기서 하는 것도 제주가 본사이기 때문"이라면서도 "앞으로 제주에 가장 특화된 사업을 하겠다"며 '테스트베드' 기능에 더 방점을 찍었다. 이날도 위치 기반 서비스를 위한 일종의 신호 발생기인 '비콘'을 제주국제공항에 설치하기로 하는 등 제주를 신기술 테스트장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가 27일 제주 카카오 스페이스닷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가 27일 제주 카카오 스페이스닷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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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 카카오가 그리는 제주 사옥의 모습은 일종의 개발 연구소 개념으로, 10년 전 다음이 꿈꿨던 실질적 본사 이전과는 거리가 멀다. 다음이 카카오로 넘어가고, '다음 스페이스'가 '카카오 스페이스'로 이름이 바뀌었듯 '즐거운 실험'의 방향도 달라진 것이다.

이날 카카오 스페이스에는 다음의 흔적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회사명이 다음카카오에서 카카오로 바뀌면서, 스페이스닷원 건물 입구의 버스 정류장 이름과 돌하르방이 들고 있는 노트북 로고도 모두 '카카오'로 바뀌었다. 버스정류장 기둥에 붙은 바코드에 있는 '다음커뮤니케이션' 로고만이 이곳이 한때 다음 본사였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제주 카카오 스페이스닷원 텃밭. 직원들이 가꾸는 작물이 거의 없어 을씨년스럽다.
 제주 카카오 스페이스닷원 텃밭. 직원들이 가꾸는 작물이 거의 없어 을씨년스럽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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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다음 클라우드', 아듀 '제주의 즐거운 실험'

이날 카카오는 스페이스닷원 직원들이 직접 가꾸는 텃밭을 보여줬다. 산짐승들이 자꾸 훔쳐 먹어 보호막까지 쳐두었다고 했지만 가꾸는 작물이 거의 없어 방치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아직 남아있는 다음 서비스들도 비슷한 운명을 걷고 있다. 스페이스닷원 휴게실에 설치된 대형 화면에는 고객의 소리가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이 가운데는 올해 연말 서비스를 종료하는 인터넷 저장 공간 '다음 클라우드'에 대한 것도 있었다.

"이렇게 또 떠나는 건가요. ㅠㅠ 다음 클라우드 용량도 크고 속도도 빨라서 자주 이용했는데, 카카오 합병 이후로 서비스 종료되는 게 늘어서 슬프네요."

임지훈 대표는 이날 "다음은 이미 1000만 사용자가 있어 가장 원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라면서도 "서비스 종료 결정이 어려운데 모든 인터넷기업은 가끔 어쩔 수 없이 그런 결단을 내릴 수 있다"면서 추가 서비스 종료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관련기사: 시험대 선 30대 카카오 대표 "카톡 감청 불가피")

이렇게 제주의 즐거운 실험도, 다음 서비스도 서서히 종착지를 향하고 있는 셈이다.

올해 연말 종료되는 다음 클라우드 서비스에 안타까움을 나타내는 고객 목소리
 올해 연말 종료되는 다음 클라우드 서비스에 안타까움을 나타내는 고객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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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카카오, #다음, #카카오 스페이스, #스페이스닷투, #제주 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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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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