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27일 오후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에서 열린 2015프로야구 한국시리즈 2차전 두산 베어스 대 삼성 라이온즈 경기. 두산 선발투수 니퍼트가 6회말 2사 3루 때 삼성 나바로와의 맞대결에서 좌익수 플라이로 이닝을 마무리한 뒤 밝게 웃고 있다. 2015.10.27

(대구=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27일 오후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에서 열린 2015프로야구 한국시리즈 2차전 두산 베어스 대 삼성 라이온즈 경기. 두산 선발투수 니퍼트가 6회말 2사 3루 때 삼성 나바로와의 맞대결에서 좌익수 플라이로 이닝을 마무리한 뒤 밝게 웃고 있다. 2015.10.27 ⓒ 연합뉴스


두산의 구세주는 역시 '니느님'이었다.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의 초인적인 원맨쇼에 힘입어 두산이 삼성을 꺾고 전날 역전패를 설욕했다.

두산은 지난 27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6-1로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을 1승 1패로 만들어 균형을 맞췄다. 전날 초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8-9로 어이없는 역전패를 당해 분위기가 가라앉았던 두산은  이날 '삼성 킬러' 니퍼트를 앞세웠다. 니퍼트는 7이닝 3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두 번의 실수는 없었다.

전날 역전패 설욕하며 승부는 원점으로

니퍼트의 올해 포스트시즌 활약은 그야말로 '군계일학'(群鷄一鶴), '언터처블'(Untouchable)등 어떤 화려한 수식어로도 다 표현하기 어려울만큼 완벽하다. 준플레이오프부터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를 거치며 현재까지 4경기에서 30이닝간 단 2실점만 내주며 자책점이 0.60에 불과하다.

니퍼트의 실점은 넥센과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각각 박동원-박병호에게 맞은 솔로포 2방이 전부다. 이후 삼성과 한국시리즈 2차전까지 포스트시즌 연속 경기 무실점 기록(24.1이닝)을 이어가고 있다. 종전의 기록은 같은 팀 유희관이 지난 2013년 포스트시즌에서 기록한 20.2이닝이었다.

포스트시즌은 매경기 승패에 대한 압박감이 엄청날 뿐만 아니라 리그 최고의 강팀들을 짧은 기간에 잇달아 상대해야 하는 승부다. 니퍼트의 호투는 그 꾸준함은 물론이고, 고비마다 팀을 구해내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지금까지 두산은 니퍼트가 등판한 포스트시즌 경기에선 모두 이겼다. 니퍼트가 챙긴 선발승만 3승이다. 유일하게 선발승을 따내지 못한 것은 넥센과 준플레이오프 1차전뿐이었지만, 이 경기 역시 7이닝을 2실점으로 버텨준 덕에 연장 10회말 4-3 끝내기 승리를 거둘 수 있다.

NC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7-0)에서는 니퍼트가 9이닝 완봉승을 거두며, 상대방의 기선을 제압하는 데 앞장섰다. 1승 2패로 리드를 빼앗기며 탈락 위기에 몰린 4차전(7-0)에서 니퍼트는 휴식 3일 만에 등판이라는 부담을 극복하고 또 한 번 7이닝 무실점 역투로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상대적으로 불안한 불펜과 유희관의 부진 속에서도 넥센-NC를 상대로 잇달아 역전극을 거두며 한국시리즈에 올라올 수 있었던 것은 니퍼트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아무래도 편할 팔자는 못되는지, 니퍼트는 삼성과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도 어려운 상황에서 등판했다. 두산은 1차전에서 삼성에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한 것은 물론이고, 불펜 소모 또한 적지않았다. 니퍼트가 오랜 이닝을 버텨줘야하는 부담이 컸고, 자칫 2연패라도 당한다면 분위기가 삼성 쪽으로 완전히 넘어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삼성에게 니퍼트는 역시 천적이었다. 지난 4년간 니퍼트의 삼성전 전적은 14승 2패(승률 0.875) 자책점 2.59였다. 특히 대구 원정 경기에서 12경기에 선발 등판해 7승 무패, 자책점 2.28로 더 강해졌다. 포스트시즌에서도 니퍼트의 기록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니퍼트는 7이닝간 92개의 공을 던지며 삼성 타선을 효과적으로 요리했다. 1회 1사 2루, 3회 1사 3루, 6회 2사 3루 등 몇 차례 주자를 득점권에 보내며 위기도 있었지만, 후속 타자들을 삼진과 뜬공으로 돌려세우며 끝내 실점 없이 막아냈다. 니퍼트는 한 이닝에 두 명 이상의 주자를 출루시키지 않을 만큼 빼어난 완급조절과 위기관리 능력이 돋보였다.

니퍼트는 올 시즌 골반, 어깨 등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20경기 6승 5패, 5.10이라는 초라한 성적에 그쳤고, 90이닝 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니퍼트의 전성기가 끝난 게 아니냐는 평가까지 나왔다. 하지만 니퍼트는 정규시즌에 맺힌 한을 풀 듯, 포스트시즌에서 180도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이며 전성기 '니느님'의 위용을 되찾았다.

삼성, '니퍼트 공략법' 찾아야

한편 이날 경기에서는 그라운드 위로 강하게 부는 바람이 의외의 변수로 등장했다. 하필 타구 반대 방향으로 부는 역풍 때문에 양팀 모두 장타성 타구가 뜬 공이 되는 상황이 수차례나 발생했다. 니퍼트 역시 바람 덕분에 실점의 위기를 몇 차례 넘기기도 했다.

삼성 입장에서는 6회말 2사 3루에서 나바로의 잘맞은 홈런성 타구가 바람의 저항을 넘지 못하고 펜스 앞에서 좌익수 김현수에게 잡힌 장면이 가장 아쉬웠다. 하지만 삼성 역시 장원삼이 두산 허경민-박건우 등에게 장타성 타구를 허용했으나, 바람 덕분에 뜬공으로 처리했다. 결국 한 쪽만 손해를 본 것은 아니었다.

에이스의 역투에 힘입어 두산 타선도 다시 힘을 냈다. 삼성 선발 장원삼에게 4회까지는 묶였다. 하지만 마침내 0의 균형을 깬 5회 2사에 9번타자 김재호부터 4번타자 김현수까지 연속 5안타를 몰아치는 집중력을 발휘하며 단숨에 4점을 뽑아내 경기흐름을 가져왔다.

두산은 1차전에서 13안타를 뽑아냈지만, 하위타선이 무안타로 침묵하며 부진했던 점이 아쉬움으로 남아 있았다. 반면 2차전에서는 팀 안타수가 9개로 조금 줄었지만, 하위타선 오재원과 김재호가 살아나며 상하위타선이 조화를 이뤘고, 결국 5회 빅이닝으로 이어지며 이날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

전날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한 삼성은 선발 싸움에서 이틀 연속 밀렸다는 점이 뼈아프게 남았다. 2차전 선발 장원삼(6이닝 7피안타 1볼넷 2탈삼진 4실점)이 4회까지는 1피안타로 니퍼트에 밀리지않는 피칭을 보였지만, 5회 들어 타구에 왼발을 강타 당하는 등 불운이 겹치며 페이스를 잃고 말았다. 차우찬과 함께 한국시리즈 삼성 불펜진의 중추 역할을 기대했던 심창민도 이날 7회에 등판했지만, 0.1이닝 동안 2사사구 1실점으로 부진했다.

삼성은 타선의 힘으로 역전을 일궈냈던 1차전과 동일한 타선으로 2차전에 나섰다. 하지만 니퍼트의 투구에 압도당하며 전날의 기적은 되풀이되지 않았다. 특히 중심 타선은 니퍼트를 상대로 8타수 무안타 1볼넷으로 꽁꽁 묶였다. 니퍼트가 내려간 이후 9회 마지막 공격에서야 최형우-박석민의 연속 안타와 이승엽의 내야 땅볼 타점으로 한 점을 만회하며 영봉패를 면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남은 시리즈에서 최소 한 차례 이상 다시 등판할 가능성이 높은 니퍼트에 대한 공략법을 찾지 못한다면, 삼성이 통합 우승 5연패로 가는 길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 편집ㅣ손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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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니퍼트 두산 한국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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