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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훈 카카오 대표이사가 27일 제주 스페이스닷원 멀티홀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이사가 27일 제주 스페이스닷원 멀티홀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 카카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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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의 베프(베스트프렌드)'가 카카오에서도 통할까?

30대 CEO(최고경영자)로 관심을 모은 임지훈(35) 카카오 대표이사가 27일 오후 제주 첨단과학기술단지에 있는 스페이스닷원에서 취임 후 첫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새로 지은 '스페이스닷투' 첫 공개를 겸해 카카오 본사가 있는 제주에서 데뷔전을 치른 것이다.

임지훈 대표는 이 자리에서 이용자들이 원하는 것을 언제 어디서든 제공하는 '온디맨드(On-Demand)'를 모바일 사업 핵심 전략으로 제시했다. 카카오택시를 시작으로 O2O(온-오프라인 연계) 사업을 전방위로 확대하고 주수익원으로 떠오른 '카카오 게임하기'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카카오의 새 사업 전략이나 제주 신사옥 못지않게 관심을 끈 건 젊은 벤처투자자에서 직원수만 3천 명에 이르는 IT기업 CEO로 거듭난 임지훈 대표 자신이었다.

벤처 투자자 출신 카카오 대표 "인력 구조조정은 없다"

카카오는 지난해 10월 '2위 포털'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해 몸집을 불렸지만 카카오톡 감청 논란에 이어 포털 뉴스 공정성 논란, 카카오 게임하기 수익성 악화 등 내우외환에 시달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갑작스런 세무조사에 이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원정 도박설로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온갖 우려가 담은 날카로운 질문들이 쏟아졌지만 임 대표는 비교적 침착하게 받아 넘겼다.

임 대표는 김범수 의장과 케이큐브벤처스를 경영한 것 외에 이렇다할 기업 경영 경험이 부족하다는 세간의 우려를 의식한 듯 "지난 수년간 스타트업(창업기업) 대표 수천 명을 만나 50곳에 투자하면서 성공을 간접 경험했다"면서 "당시 최고 경영자가 카카오에서 하는 수많은 사업 하나하나를 스타트업이라고 생각하고 경영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며 대표를 맡아달라고 해 수락했다"고 밝혔다.

임 대표가 지난 8월 내정 이후 가장 처음 한 일도 임직원 100명을 1대 1로 만나 30분씩 이야기를 나눈 것이다.

"대표를 1대 1로 만나면 불편해 할 줄 알았는데 회사 이슈에 대해 편하게 얘기하는 것을 듣고 이게 카카오의 수평적 조직 문화구나, 잘 해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합병 이후 인건비 증가와 수익성 악화를 들어 인력 구조조정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단호하게 "아니오"라고 답했다. 임 대표는 "내가 벤처투자자니까 그럴 거라고 연상하는 것 같은데 그런(인력 구조조정) 생각한 적도 없고 실적 문제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히려 임 대표는 "겉에서는 숫자만 보니 위기라고 생각했는데 안에서 들여다보니 아직 준비 단계여서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이게 문제니 고쳐야겠다는 게 아니라 지금 진행하는 일에 방해물이 있으면 치워주고 빨리 의사 결정해주는 게 CEO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김범수 도박설-정부 갈등 등 민감한 이슈 피해

임지훈 카카오 대표이사가 27일 제주 스페이스닷원 멀티홀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이사가 27일 제주 스페이스닷원 멀티홀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 카카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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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신임 대표의 소신은 여기까지였다. 카카오톡 감청 논란이나 김범수 의장 도박설 등 민감한 사안은 즉답을 피하거나 '모범 답안'을 내놨다.

카카오는 지난해 10월 사이버 사찰 논란을 카카오톡 감청 영장 불응 선언으로 넘겼지만 1년 만에 다시 감청에 응하기로 했다. 단체 대화방 참여자 가운데 감청 대상자만 빼고 이름을 가린다는 조건을 붙이긴 했지만, 이조차 수사당국 공문만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임 대표는 "대한민국에서 기업하는데 수사당국을 안 따르는 게 잘못이란 비판도 있어 전임 대표가 많은 고민을 했다"면서 "살인자 등 사회 질서와 안녕을 유지하려는 제한적인 경우에 적법 절차를 밟아 (대상자를) 특정해서 요구하는 경우에만 제공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블라인드 처리하는 게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또 포털 뉴스 공정성을 둘러싼 여당 정치권의 갈등에 대해서도 임 대표는 "내가 둔감할 수도 있고 외부에서 와서 그럴 수도 있지만 정부나 정치권과 관계가 안 좋은지 잘 모르겠고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는다"면서 "(카카오에서 하는) 서비스가 많으니 수많은 이해 관계자가 있어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게 아닐까 싶다"고 정부 갈등설을 일축했다.

김범수 의장 원정 도박설에 대한 거듭된 질문에도 "회사와 직접 연관된 사안은 아니다"라면서 즉답을 피했다.

합병 1년이 지났지만 기존 다음과 카카오 출신 직원간 결합도 여전한 숙제다. 특히 올해 들어 기존 PC 기반 다음 서비스들이 잇따라 중단되고 회사명도 '다음카카오'에서 카카오로 다시 바뀌면서 다음 출신 직원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도 큰 상황이다. 이날 간담회도 '제주 본사'에서 열렸지만 최고 경영진들과 핵심 인력이 모인 카카오 판교 사옥이 실질적 본사 기능을 하고 있다.

임 대표는 "전임 공동대표가 열심히 한 덕분에 화학적 결합이 잘 된 상황"이라면서 "내가 다음, 카카오 출신도 아닌 외부인이어서 유리한 점도 있다, 합병 당시 상황 논리가 중요치 않아 모든 사람들이 훌륭한 인재풀이고 미래지향적인 사업 방향을 논의하다보면 과거 어디 출신이냐는 중요치 않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지난 20일 고급 택시 호출 서비스인 카카오택시 블랙을 공개했다.
 카카오는 지난 20일 고급 택시 호출 서비스인 카카오택시 블랙을 공개했다.
ⓒ 카카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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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클라우드를 비롯한 다음 서비스 잇따른 중단에 대해 임 대표는 "다음에 1000만 명의 이용자들이 있어 그분들이 가장 좋아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라면서도 "모든 인터넷기업들이 서비스 종료를 결정하기 어려운데 가끔 어쩔 수 없이 그런 결단을 내릴 수 있다"면서 추가 서비스 종료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대리운전 등 O2O 사업 확장에서도 기존 업계와 갈등이 불가피하다. 임 대표는 이날 "여러분이 상상하는 모든 O2O 영역을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사업을 검토하다보면 다양한 이해관계가 있는데 최종 확정 이전에 소통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태그:#임지훈, #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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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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