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26일 저녁, 50대 친구부부가 모였다. 대화 끝에 정치이야기를 나눴다.

함께 한 50대 친구들은 소위 386세대이면서, 1987년 6월 민주화운동 당시에 대학생이었기에 여느 세대에 견주어도 정치에 관심이 많다. 80년대 사회과학으로 무장한 운동권 세대이기도 하기에, 현 사회의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이야기할 때에는 나름 전문적인 이야기들도 나눈다.

이번 대화의 구성원은 7명. 부부모임이었는데 한 친구만 홀로 참석했으며, 대체적으로 정치적인 성향은 새누리당의 구분에 따르면 좌파모임(?)일 수도 있겠다. 7명 중에 한 명 만이 필자가 볼 때 약간 중도파인 듯하다. 하지만 새누리당 지지자는 단 한 명도 없다. 그렇다고 새정치연합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고, 새로운 대안 야당이 나오기를 바라고 있다.

현안에 대한 이야기들 중에서는 '국정교과서'와 이를 추진하는 '박근혜 대통령',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열심히 '국정교과서 전도사'가 되어 전국을 누비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이야기가 중심 대화였다. 이 대화를 통해서 민심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을 것 같고, 50대는 현 사안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지 다소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김무성 대표가 대선 출마하도록 우리가 돕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2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고엽제전우회, 애국단체총연합회 회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좌편향 역사교과서 바로잡기 국민대회'에 참석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22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고엽제전우회, 애국단체총연합회 회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좌편향 역사교과서 바로잡기 국민대회'에 참석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친구 A : "아무래도 이번엔 박근혜 대통령이 무덤을 판 것 같지 않아? 이번 문제만큼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 같은데? 부친과 관련된 5.16 그리고 유신독재를 미화를 하고 싶은 모양인데, 그건 이미 역사적으로도 쿠테타와 독재로 판명된 것이잖아. 그거 임기 내에 바꾼다고 계속 갈 것 같아? 이번 사태로 레임덕 시작되는 거 아니야?"

친구 B : "글쎄, 선거의 여왕이잖아. 그건 그냥 붙여진 별명이 아니라고 생각해. 그동안의 행보를 보면 박근혜 대통령은 표를 얻는데 뭐가 필요한지 정확하게 찍어내는 기술이 있어. 이번 국정화도 무조건 찬성하는 수구세력들이 있잖아. 게다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봐. 처음엔 살짝 '개기는' 듯했지만, 지금은 알아서 기고 있잖아. 그렇게까지 알아서 길 줄 누가 알았겠어?

친구 C : "사실 김무성 대표가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나갈 수 있도록 여기 있는 사람들이 도와야 돼. 지금 이런 식으로 가다가 새누리당의 대선후보가 바뀔 수가 있어. 김무성 대표는 사실 누구하고 붙어도 안 될 사람이야.  

'우주의 기운이 온다'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그런 감이 온거 아니겠어? 그런데 새누리당이 정권 재창출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온다면, 새누리당에게는 재앙이지. 그래서 사실은 웃긴 이야기 같지만, 김무성 대표가 대선 후보로 안착을 해야 정권교체가 가능해. 그래서 새누리당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일단 김무성 대표를 대선주자로 만드는데 협조해야 된다고."

친구 D : "새누리당이 정권을 재창출하지 못한다면, 일단 MB부터 박근혜 대통령까지 골치 아픈 일들이 많아 지겠지. 그런데 김무성 카드는 아무리 만져봐도 정권 재창출이 어렵다는 판단이 들었으니 결국 팽 시킬 수밖에 없지 않겠어? 아무리 생각해도 김무성 대표로는 불안한 거야. 누구라도 이런 상황에서 보험을 들겠지. 대안이 필요한 거지. 그런데 당장은 호위무사처럼 뒤어주는 김무성 대표가 필요한 것이고. 그 필요만 끝나면 김무성 대표는 끝이지.

친구 A : "그런데 말이야, 정치인들 참 답답해. 만약 김무성 대표가 나름 소신을 갖고 이번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면,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을 텐데 말이야. 정치판 자체가 소신을 갖고 일하기 힘들게 하는 판인 데다, 김무성 대표에게서는 무슨 정치적인 소신 같은 것은 찾아 볼 수 없어. 차라리, 유승민 의원이라면 모를까? 아니다. 거기도 물 건너 갔다. 신당을 창당한다면 모를까."

친구 A의 아내 : "남자들이 뭐 그렇게 소신도 없어? 조금 힘들어도 옳은 길을 가야지. 표 구걸하는 게 뻔히 보이는데 누가 표를 주겠어? 사실 우리나라에서 보수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은 보수가 아니야. 수구세력이지 지들이 무슨 보수야? 보수가 친일을 미화하고, 독재를 미화해? 역사를 왜곡하려고 해? 그건 보수가 아니지. 난 한국 정치판에서 진짜 보수를 본 적이 없는 것 같아. 짜가 보수, 짜가 진보는 수없이 봤지만."

친구 B : "아무튼 잘 봐야 할 것이 MB정권부터 현 정권에 이르기까지, 거기에 빌 붙어서 정치 생명을 연명한 이들이야. 그런데 국민들이 자꾸만 망각하거든. 그게 제일 심각한 문제야. 권력의 힘은 대단한 것인가봐. MB정권 때 4대강 사업의 전도사가 된 한 생태살림학자를 봐. 그간 쌓아두었던 모든 것들을 단 한 방에 날려버리잖아. 그래도 지금 잘 살고 있을 걸. 4대강이 어떤 상황인지 보고도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모를 거야. 그게 사람의 속성인지도 모르겠다."

"새누리당 한 목소리 내는데, 새정치는 뭐 하나?" 

문재인 "박 대통령, 국정화 중단요구 답 내놔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1일 오전 국회 대표실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 대표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참석하는 '청와대 5인 회동'과 관련,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중단에 대해 박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분명히 답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 문재인 "박 대통령, 국정화 중단요구 답 내놔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 21일 오전 국회 대표실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 대표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참석하는 '청와대 5인 회동'과 관련,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중단에 대해 박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분명히 답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친구 C : "그나저나 당정청이 이렇게 한 목소리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외치면서, 국민들을 자극하는데 새정치연합은 뭐하나 몰라. 답답해. 그래도 지난 번에 현수막 하나는 잘 붙였드만. 아주 적절했던 것 같아. '좋은 대통령은 역사를 만들고, 나쁜 대통령은 역사책을 바꿉니다'."

친구 D : "그나저나 지난번 청와대 회동 때 오싹하지 않았어? 아무튼 대통령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정신세계를 가진 것이 분명해. 그리고 김무성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의 호위무사가 될 줄 누가 알았겠어? 벌써 홀로서기를 시도했다가 움츠러든 것이 몇 번째야? 반복되면서 완전히 호구된 거지."

친구 B의 아내 : "국정교과서에 찬성하는 새누리당 의원들, 교과서 한 번 읽어봤는지 몰라. 우리 구(송파)는 김을동 의원인데 요즘 하는 짓보면, 손주들한테 부끄럽지 않나 생각이 들 정도야. 그런데 이렇게 해줘야, 내년 총선에서 물갈이라도 할 수 있지 않겠나 싶어. 걱정이야,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젊은이들이 노인들을 먹여살리고 있는데, 결정은 노인네들이 하니 말이야." 

친구 A : "정신 똑바로 차려야지. 그나저나 김무성 대표 팽당하면 황당하겠네. 이미 그런 조짐이 있는데 그걸 눈치 못채나? 새누리당도 황당하겠다. 누구하고 붙어도 김무성 대표는 안 된다니 얼마나 황당하겠어."

친구 C의 아내 : "확실한 것은 아니잖아. 아직은 '카더라 분석'인데, 아무튼 김무성 대표로서는 선거의 여왕인 박근혜 대통령의 치맛자락이라도 붙잡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최선의 방법으로 보인다는 거지. 그리고 어쩌면, 현재로서 김무성 대표가 할 수 있는 일이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일 수도 있고. 그러니까 결론은 뭐 어렵지 않게 났네. 지금도 이 정도로 휘둘리는데 그런 분이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된다면, 이 나라가 제대로 갈 수 있을까?"

친구 A : "자, 정치이야기 그만 합시다. 시간이 아깝네. 우리 이야기도 할 것이 많은데 별 유쾌하지도 않은 이야기들을 하느라 시간 버렸네."

뒷담화를 정리하자면, 먼저 우리 50대의 모임에서 정치이야기는 빠지지 않는 단골메뉴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결코 유쾌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모임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50대가 일반 언론에서 분류하듯 보수적인 성향은 아니라는 것이다.

베이비 붐 세대인 지금의 50대는, 유신 독재와 광주민주화항쟁을 겪었을 뿐만 아니라 1980년대 민주화운동의 대열에 동참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문민정부를 경험하기도 했고, 민주주의가 피어나는 시기도 경험했고, 피어나던 민주주의가 퇴보하는 경험도 가졌다. 그런 과정들 속에서 50대는 기성세대이기는 하나, 이전의 기성세대와는 다른 성향들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 모임에서는 "50대가 보수화 되었다"는 말은 문제가 있다고 평가한다. 오히려 걱정되는 것은 젊은 층임에도 불구하고 '일베'같은 변형된 보수성향을 가진 이들이 청년층에 많다는 점이다.

분단이라는 특수 상황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이념적인 대립이나 정치적인 성향의 다름은 곧 갈등으로 표출된다. 이 갈등이 건강한 토론이나 대화를 거친다면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늘 이런 갈등은 치졸한 구호들만 난무하고, 자극적으로 상대를 증오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소모적이다.

이번에 국정교과서를 추진하며 새누리당에서 내건 현수막의 내용이나 그들의 주장 중에서 귀를 기울이고 들을 만한 내용은 없다. 도대체 앞뒤 맞지않는 왜곡과 선동만 있을 뿐인데, 과연 이런 행동이 내년 총선과 이듬해 대선에 그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댓글27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