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5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NC와 두산 5차전 경기. 4대 6으로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 지은 두산 선수들이 마운드에서 기뻐하고 있다. 2015.10.24

24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5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NC와 두산 5차전 경기. 4대 6으로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 지은 두산 선수들이 마운드에서 기뻐하고 있다. 2015.10.24 ⓒ 연합뉴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가 NC 다이노스를 꺾고 2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두산은 지난 24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플레이오프(5전3승제) 5차전 원정 경기에서 6-4로 역전승했다. 3차전까지 1승 2패로 벼랑 끝에 몰렸던 두산은 마지막 2경기를 연달아 잡았다. 지난 번 넥센과 준 PO에서 이어 또 한 번의 기적을 연출하는데 성공하며 '미라클 두산'의 명성을 재확인했다.

포문은 NC가 먼저 열었다. 1회 말부터 2사에서 나성범-테임즈-이호준으로 이어지는 연속 3안타로 첫 득점을 올린 NC는 2회 말 2사에서도 박민우의 적시타로 추가점을 올리며 좋은 흐름을 이어가는 듯했다. 반면 두산은 3회 초 1사 3루, 2사 2·3루에 이어진 절호의 기회에서 오재원의 홈 주루사와 허경민의 내야 땅볼로 물러나는 등 출발이 좋지 않았다.

두산의 반격은 4회부터 시작됐다. 4회 초 2사에서 양의지가 NC 선발 스튜어트로부터 선제 솔로 홈런을 뽑아내며 시동을 걸었다. 이후 2사 1·2루의 기회를 또 한번 놓쳤지만, 두산 타자들이 스튜어트의 공에 서서히 적응해가고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줬다.

두산의 과감한 강공 작전, 승부의 분수령으로

결국 승부의 분수령은 5회에 찾아왔다. 몰아치기에 강한 두산답게 5회에 타자일순하며 5득점을 뽑아냈다. 팽팽한 승부의 흐름을 단숨에 뒤집은 순간이었다. 끌려가던 상황에서 1점을 의식한 작전야구나 진루타보다는 선수들에게 믿고 맡기는 과감한 강공 작전이 '빅이닝'을 만들었다.

김재호와 정수빈이 연속 2루타로 순식간에 동점을 만들었고, 다시 허경민의 우전안타와 민병헌의 볼넷으로 무사 만루를 채운 두산은, 시리즈 내내 부진하던 간판 타자 김현수가 그간의 설움을 날리는 우측선상 2타점 2루타를 쳐내며 마침내 역전에 성공했다. 두산은 스튜어트를 끌어내린 뒤에도 양의지의 희생플라이와 오재일의 내야땅볼로 2점을 더 보태며 점수차를 벌렸다.

위기에 몰린 NC도 쉽게 물러나지는 않았다. 5회 말 1사 2루에서 나성범의 적시 2루타로 한 점을 만회했고, 6회 말에는 지석훈이 두산 선발 장원준에게 솔로 홈런을 뽑아내며 다시 2점차까지 추격했다.

두 번째 분수령은 바로 7회였다. 두산의 장원준이 7회 NC의 선두 타자 김종호와 11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볼넷을 내주자, 김태형 감독은 마무리 이현승을 조기 투입했다. 이번 시리즈에서 등판 기회가 적었던 이현승은 4차전에서야 처음 마운드에 올라 2이닝을 무실점으로 소화한 바 있다. 그렇다고 해도 마무리를 7회에 올리는 것은 상당한 파격이었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함덕주-노경은의 필승조가 부진한 상황에서 김태형 감독이 과감하게 꺼내든 승부수였다.

이현승은 나성범(뜬공)-에릭 테임즈(삼진)-이호준(뜬공)으로 이어지는 NC의 막강 중심타선을 모조리 범타로 돌려세우며 기대에 부응했다. 8회에도 2루타 1개를 허용했지만, 나머지 타자들을 틀어막으며 스스로 위기에서 탈출했다. 7·8회 두 번의 추격 기회를 놓친 것은 NC에게 있어서 사실상 결정타였다.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이현승은 총 35개의 투구 수를 소화하며 마지막까지 NC 타선을 틀어막고 3이닝 세이브를 따냈다. 이현승은 넥센과 준플레이오프, NC와 플레이오프에서 총 5경기에 등판해 자책점 0, 1승 3세이브를 기록했다. 올해 가을 야구 최고의 수호신으로 거듭났다. 올 시즌 팀 불펜 방어율 5.14로 10개 구단 중 9위에 그쳤던 두산이 포스트시즌에서 살아 남을 수 있었던 것은 온전히 이현승의 힘이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MVP는 더스틴 니퍼트가 선정됐다. 니퍼트는 이번 플레이오프 2경기에서 1차전 완봉승, 2차전 7이닝 무실점 승리를 따내는 등 총 16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두산이 거둔 3승 중 2승을 홀로 책임졌다. 정규시즌에서 잦은 부상으로 기대에 못 미쳤던 니퍼트였다. 그런 그의 부활은 포스트시즌 들어 슬럼프에 빠진 유희관과 불펜진의 부진을 만회하며 두산이 강력한 '선발야구'로 또 한번의 역전극을 연출할 수 있었던 밑거름이 됐다.

이로써 두산은 통산 9번째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두산은 프로 원년인 1982년과 1995년, 2001년 총 세 번의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 10여 년 동안 총 4번 한국시리즈(2005, 2007~2008, 2013)에 진출했지만,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그 중 세 번은 삼성에게 패한 것이었다. 2013년에는 4차전까지 3승 1패로 앞서다가 마지막 3경기를 내리 내주며 역전극의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올해는 삼성과 역대 5번째 한국시리즈 대결이다. 상대 전적은 1승 3패로 두산이 열세다.

또한 두산은 2001년(정규시즌 3위, 우승)과 2013년(4위, 준우승)에 이어 구단 역사상 3번째로 준 PO부터 시작하여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하는 기록을 세웠다. 그야말로 가을야구의 '단골손님'다운 저력이다.

미생에서 완생으로, 다음 시즌이 기대되는 NC

24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5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NC와 두산 5차전 경기. 경기 초반 앞서나간 NC 선수들이 기뻐하는 모습. ⓒ 연합뉴스


NC는 올해도 가을야구의 높은 벽을 넘지못하고 한국시리즈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 올해로 1군 진입 3년 차인 NC는 가을야구에 처음 진출했던 지난 2014년에는 준PO에서 LG에게 덜미를 잡힌 데 이어 올해는 또 다른 서울팀 두산에게 역전을 허용하며 2년 연속 하위시드팀에 무너지는 불운을 피하지 못했다.

'무관의 제왕' 김경문 감독의 가을야구 징크스도 계속됐다. 김경문 감독은 2004년 두산 감독으로 부임하며 감독생활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소속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끈 것만 8번이다. 하지만 정작 한국시리즈에서는 준우승만 3번 차지하고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김 감독의 야구는 흔히 '직감의 야구'로 불린다. 종종 데이터나 기존의 상식에서 벗어나는 파격적인 용병술로 상대의 허를 찌르지만, 역으로 이해할 수 없는 용병술이 자승자박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빈번하다.

2차전에서 스퀴즈작전과 스튜어트의 완투 등 성공한 작전도 있었지만 4-5차전에서는 승부처에서 투수 교체 타이밍을 늦추다가 경기 흐름을 빼앗기는 결정적인 빌미를 제공했다. 9회 타자 나성범을 투수로 기용한 건 팬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잠시 흥미로웠지만 승부에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 한 실속없는 카드였다. 오히려 경기를 미리 포기하는 듯한 인상까지 줬다. 단기 전에서 드러난 김 감독의 어쩔 수 없는 한계였는지도 모른다.

지도자로서 김 감독의 우승 경력은 대표팀을 이끌었던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이 유일했다. 올 시즌 감독으로서 통산 700승을 돌파하며, 한화 김성근 감독에 현역 사령탑 중 최다승 2위에 올랐다. 하지만 700승 이상을 거둔 감독 중 정규시즌-한국시리즈 우승 경력이 전무한 것은 김 감독이 유일하다.

비록 마무리가 아쉽긴 했지만 NC는 올 시즌 내내 의미있는 행보를 보여줬다. 지난해까지 신생팀에게 주어지던 각종 특혜가 사라지며 진정한 홀로서기에 돌입해야했던 올시즌, NC는 성적이 떨어질 것이라는 대부분의 전망과 달리 당당히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또한 정규리그 2위까지 올리며 창단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다. KBO 역대 최초로 베스트 9인 규정 타석 진입, 테임즈의 사상 첫 40홈런-40도루 달성, 손민한의 최고령 10승과 김태군의 포수 전경기 출장, 김경문 감독의 700승 돌파 등 각종 개인 기록들도 풍성했다.

지자체와 오랜 갈등을 빚던 홈구장 문제도 해결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명실상부한 신흥 명문구단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포스트시즌에서의 성적과는 별개로, 장기 레이스에서 꾸준하게 이뤄낸 성과는 높이 평가받아야 할 대목이다. 미생을 넘어 완생으로 거듭나고 있는 NC의 다음 시즌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 편집ㅣ손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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