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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대자보 고려대학교에 붙은 황유덕씨의 대자보. 휴대전화로 스캔하면 바로 서명사이트로 연결되는 QR코드가 크게 찍혀 있다.
▲ 색다른 대자보 고려대학교에 붙은 황유덕씨의 대자보. 휴대전화로 스캔하면 바로 서명사이트로 연결되는 QR코드가 크게 찍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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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고려대 교정에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의 뜻을 담은 대자보가 곳곳에 붙었다. 그중 커다란 QR코드가 담겨있는 대자보가 이목을 끌었다. QR코드 아래에 적힌 사이 '히스토리 사인'을 통해 대자보의 주인공 황유덕(24세, 고려대학교 독문과)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히스토리 사인(History Sign)을 소개해주세요.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서명을 모으는 사이트예요. 그 방식(서명운동)을 우리 세대에 맞게 풀어내고 싶었어요. 과거에는 펜으로 서명했잖아요. 요즘 사람들은 걸을 때도 앉아 있을 때도, 심지어 친구와 있어도 시선이 화면에 있어요. 사람들이 쓰는 매개체는 바뀌었는데, 운동의 방식은 변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온라인에서는 사용자 환경(UI)과 사용자 경험(UX)이 중요해요. 예전에는 어떤 사이트에 가입하려면 이름·주소·전화번호 등을 입력해야 했어요. 하지만 최근에는 페이스북·네이버·카카오톡 등 기존의 아이디(ID)를 사용해 각종 서비스에 로그인하는 방식이 보편화됐어요.

이전의 가입절차들은 불편한 것이 되었지요. 저희는 이런 경향에 맞춰 쉬운 서명, 쉬운 참여에 가장 큰 가치를 두고 있어요. 실제로 (히스토리 사인에서는) 5초면 서명할 수 있어요. 이슈를 부각하고, 참여를 유도하는 (좋은) 방법이 소셜미디어와 모바일이라는 플랫폼이라 생각했어요.

오늘 하루만 200명이 넘는 분들이 서명해주셨어요. 80% 이상이 모바일에서의 참여였어요. 들고 다니며 하는 서명인 거죠. 그래서 홈페이지를 제작할 때도 모바일에 최적화된 반응형 웹(responsive web)을 사용했어요."

"근거없는 좌편향 논란, 보면서 답답했다"

5초 만에 끝나는 서명 링크에 접속하고, 파란버튼을 누르면 서명운동 참여가 가능하다. 20일 오후 9시 현재, 2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서명에 참여했다.
▲ 5초 만에 끝나는 서명 링크에 접속하고, 파란버튼을 누르면 서명운동 참여가 가능하다. 20일 오후 9시 현재, 2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서명에 참여했다.
ⓒ 진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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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 서명이 쉽지만, 종이로 쓰는 것에 비해 신뢰도나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어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쉬운 서명을 위해서 포기한 것도 많아요. 자세한 주소지 등 청원에 필요한 개인정보의 누락도 심하고요. 중복 리스트 체크, 한 ID당 1회 참여 등의 보완책을 마련해놨어요. 청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슈 자체를 크게 만들고 싶어요. 20일 저희 활동과 관련한 대자보를 인쇄해서 학내 곳곳에 부착했어요. '대자보'라는 매체는 오프라인에서 얘기하는 거잖아요. 지금도 영향력이 있는 방법이지만, 인쇄 매체의 한계로 온라인으로의 연결이 힘들어요.

그걸 온라인으로 연결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QR코드를 사용하기로 했어요. 물론 QR코드를 사용해 접속하는 사람들은 적어요. 하지만 QR코드 자체가 홈페이지, 웹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메시지인 거예요. 직접 사용하지 않아도 호기심을 일으키면 된다고 생각해요. 이런 '쉬운 참여'가 히스토리 사인이 지향하는 운동방식이죠."

- 서명 운동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사실 저는 휴학생이에요. 이번 학기는 맘 편히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쉬려고 했는데, 지난 12일 이후 국정교과서 이슈를 보면서 굉장히 답답했어요. 근거 없이 (검정교과서가) '좌편향'되었다고 비판하며 여당은 '학교가 주체사상을 가르치고 있다'는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잖아요? 그런 프레임에 갇히고 싶지 않았어요.

고등학교 때 역사과목을 공부했던 입장으로서 역사를 배우는 과정에서는 다양한 관점과 그를 소화할 수 있는 토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현재의 검정체제 아래에서도 외우는 것이 대부분이라 바람직하지 않은 방식이라고 생각하지만, 모든 아이가 단 하나(의 교과서)로 배우게 된다면 정말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국정화를 한다는 것 자체가 여러 사람의 이야기들, 즉 다양성을 부정하겠다는 거잖아요. 이건 판례에도 명시된 거예요."

'획일화를 강제하는 것은 자유 민주주의 기본이념에 부합하는 조처라 하기 어려움.' (국정교과서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문, 89헌마88)

사이트 추가 제작 예정 "다양성 지지하는 목소리, 계속 담아낼 것"

히스토리 사인을 기획한 황유덕씨 황유덕씨는 인터뷰 중에도 향후 활동과 관련해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메모했다.
▲ 히스토리 사인을 기획한 황유덕씨 황유덕씨는 인터뷰 중에도 향후 활동과 관련해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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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공이 독어독문인데, 사이트 개발은 어떻게 접했나요?
"원래 미디어에 관심이 있었어요. 대학에 들어오고 오프라인 잡지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어요. 요즘 시대의 미디어에 필요한 것은 디지털 스토리텔링이라 생각했고, 데이터 저널리즘 공부를 1년 동안 해오고 있어요."

- 이 (서명)운동의 최종적인 목적은 무엇인가요?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저지하고 다양한 역사적 해석이 허용되는 교육을 하는 사회를 만드는 거에요. 언론을 보면,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사실상 통과될 것이라 얘기 하더라고요. 통과된다 하더라도 1년 동안은 집필을 하잖아요. 저희는 이런 다양성을 지지하는 목소리들을 계속해서 담아내려고 해요."

- 서명의 시작도 그렇고 '고려대'라는 이름을 강조하셨어요. 이는 엘리트주의, 학벌주의로 오해받을 수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가 고려대학교의 학생이 아니라 외부인이었다면 그런 비판을 받을 수 있겠죠. 저에게 고려대학교란 다니는 학교이자, 하나의 공동체일 뿐이에요. 제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네트워크란 거죠. 제가 만약 다른 학교의 학생이었다면, 똑같은 행동을 거기서 했을 거에요. 파편화된 개인 천 명이 혼자서 얘기하는 것보다, 공동체의 힘으로 얘기하는 것이 더 영향력 있어요.

그리고 다른 학교의 경우도 신청을 통해 서명받는 사이트를 만들어 주려고 작업을 하고 있어요. 20일만 해도 서울대·연세대·가톨릭대·이대·외대 등에서 요청이 왔고 빠른 시일 내에 만들어서 공유하려 작업 중입니다. 또 시작이 저희 세대일 뿐, 점차 고등학생이나 선생님 등 이 정책에 직접 영향을 받는 (사람의) 입장을 위한 사이트도 개설하려고 해요."

황유덕씨와 박준호씨 '히스토리 사인' 사이트는 3일 밤을 세워 완성했다고 한다.
▲ 황유덕씨와 박준호씨 '히스토리 사인' 사이트는 3일 밤을 세워 완성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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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교과서 반대 운동 서명은 각 학교의 총학생회나 대학생 연합 등에서도 받는데, 이들과 차별되는 히스토리 사인 만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학내의 서명운동은 교환학생이나 인턴 등으로 바빠 학교에 오지 못하는 친구들은 접근 자체가 불가능해요. 이런 이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장을 쉽게 제공한다는 것에 (히스토리 사인의 장점이) 있어요.

대학생연합 단체에서 받는 온라인 서명의 경우 구글 문서도구(Goolgle Docs)를 사용하는데, 단순히 입력만 하는 거예요. 시민운동에는 액션과 리액션이 있어야 하는데 구글 독스는 일방적으로 입력만 하는 거죠.

저희 사이트에는 카운터가 있어요. 내가 클릭하고 참여하면 숫자가 쌓이는 것을 바로 볼 수 있고, 서명한 뒤에도 '나 말고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참여했네' 하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지금은 카운터 하나지만, 앞으로는 참여하면 반대에 대한 설문조사와 함께 재미있는 짤(사진)이나 콘텐츠 등을 페이스북에 게시하는 방법 등을 구상하고 있어요."

- 앞으로 할 일이 정말 많을 것 같은데, 지금은 어떤 분들과 함께 일하고 있나요?
"지금 홍보 및 외부협력을 담당하는 구성원, 사이트 개발을 책임지는 사람, 개발을 보조하고 기획을 하는 사람, 이렇게 세 사람이에요. 그리고 역할이 칼같이 분할되기보다는 상호보완적인 시스템이에요. 저희는 열려 있으니, 자신의 재능으로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저희에게 편하게 연락을 주셨으면 좋겠어요."

- 앞으로 이 활동을 어떻게 풀어가실 건가요?
"우선 11월 2일 전, 행정 시행령 예고가 끝나고 시행되기 전에는 최대한 많은 목소리(서명)를 담으려고 할 거예요. 대학교 위주로 목소리들을 모으고 보여주고 싶어요. 아직 참여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해당 이슈에 대해 고민하고 이야기하는 장을 마련하고 싶어요."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고려대학교 교내 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재능을 통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은 이들은 히스토리 사인(History Sign)의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historysignkr)로 문의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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