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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32살 늦깎이 중국 유학생입니다. 지난 2011년 계획에 없던 중국어 공부를 처음 시작한 후, 올해 7월 중국 랴오닝성 진저우시 현지 대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이후 중국을 더 가까이 느끼고자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가 경험한 중국의 일상 생활과 유학에 얽힌 에피소드를 담담하게 풀어나갈 예정입니다. - 기자 말

10월 1일은 중국의 건국기념일이다. 일명 '구오칭지에(국경절)'에는 최대 열흘까지 쉴 수 있다. 이 시기에 중국 및 주변국이 관광 특수를 누릴 정도로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

한국 법무무가 지난 1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유커(중국인 관광객)'는 해마다 늘어 추석과 국경절 연휴에만 24만여 명이 한국을 방문했다.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17.7% 늘어난 수치다. 이 기간에 다녀간 외국인 중 반 이상이 중국인이다. 실로 무서운 인구수다.

최근 한 친구도 한국을 방문한다며 연락을 해왔다. 그러나 아쉽게도 비자 문제가 해결되지 못해 기회를 미뤄야 했다. 이처럼 많은 중국인이 한국을 찾고 또 온다. 그럼 그들이 느낀 한국은 어땠을까? 주변 사람의 이야기를 모아봤다.

한국하면 역시나 '화장품 쇼핑'

상하이의 난징동루. 많은 인파로 복잡하다.
 상하이의 난징동루. 많은 인파로 복잡하다.
ⓒ 김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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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은 서비스에서부터 시작된다. 상점 문을 여는 순간 종업원은 밝은 미소로 손님을 맞는다. 대부분의 중국인이 한국 종업원의 서비스를 칭찬한다. 이들이 이렇게 감탄하는 이유가 있다. 중국은 종업원이 대체로 무뚝뚝하기 때문이다. 과잉 친절에 익숙해져 있던 나는 이들의 태도에 종종 마음을 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익숙해지면 별 불편함은 없다. 백화점이나 체인점 같은 큰 상점은 한국과 차이가 없을 정도로 친절하다. 

중국에서 한국 화장품의 위상은 높다. 한국에 오는 목적이 화장품 구매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대부분 화장품 가게는 '유커'를 유혹하는 중국어 문구가 가득하다. 게다가 산다기보다 쓸어 담는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씀씀이 또한 크다.

중국 아줌마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물건도 있다. 바로 '전기밥솥'이다. 많은 중국인이 귀국할 때 상자 하나씩을 끼고 간다. 좋지 않은 품질의 쌀이라도 이것으로 밥을 지으면 밥맛이 그리 좋다며, 한국 기술력에 감탄하는 이도 있었다. 한국인에게 웃돈을 주고 부탁하는 현지인도 있다.

이들의 쇼핑이 항상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수입세가 중국에 비해 낮아서 한국에서 외국브랜드 제품을 많이 구매하곤 하는데, 이때 쇼핑 천국인 홍콩과 비교대상이 된다. 홍콩에 비해 가짓수가 적거나 물량이 부족하다며 아쉬움을 토로하는 것이다. 면세지역인 홍콩과 비교한다는 것은 무리한 투정이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한국 브랜드만큼은 역시 현지에서 구매하는 것이 좋다는 평이다.

거리에서의 쇼핑은 어떨까. 이화여대 앞 쇼핑거리는 중국에도 널리 알려졌다. 예쁜 것도 많고 비싸지 않아서 많이들 찾는다. 하지만 물품 중 80%는 중국제여서 아쉽다고들 한다. 한국에서까지 중국제를 사고 싶지 않았다며 결국 쇼핑을 포기한 친구도 있다. 중국의 위력(?)은 한국에만 그치진 않는다. 태국을 방문한 친구가 예쁜 담요를 구입해 돌아왔는데, 문득 발견한 문구는 '메이드 인 차이나'였다. 친구는 큰 실망을 하다가, '이만큼 중국이 세계에 널리 뻗어나갔다는 증거'라며 위안거리를 만들어 냈다.

중국관광객의 딜레마 중 하나는 여행사를 통한 관광이다. 터무니없이 짧게 배정된 쇼핑시간으로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 단체 여행특성상 개인시간을 많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때로는 이윤을 위해 강제로 물건을 팔기도 한다. 이걸 알면서도 대부분의 중국인은 가격도 저렴하고 편리하단 이유로 자유여행보다 여행사를 선택한다. 결국 안 좋았던 기억이 한국의 이미지와 연관될 우려가 있다.

이는 중국 내 여행에서도 다를 바 없다. 여행사를 이용해 윈난에 갔는데 두 번 다시 찾고 싶지 않은 곳이 돼버렸다. 일정의 반 이상이 물건을 팔기 위한 시간이었으며, 사지 않으면 반 협박하는 가이드에다, 제공되는 음식도 변변치 않았다. 이밖에도 할 이야기는 많다. 여행사를 통한 관광에 대해 따로 다룰 예정이다.

치킨 한 마리 2만 원, 생각보다 높은 음식 장벽

중국인이 좋아하는 한국 음식 중 하나인 치킨. 하지만 한마리 당 2만원에 육박하는 비싼 가격 때문에 마음껏 즐기지 못한다고.
 중국인이 좋아하는 한국 음식 중 하나인 치킨. 하지만 한마리 당 2만원에 육박하는 비싼 가격 때문에 마음껏 즐기지 못한다고.
ⓒ 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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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살다보면 그들이 선호하는 한국음식이 눈에 들어온다. 돌솥비빔밥, 직접 구워먹는 한국식 고기요리, 냉면 등을 특히 좋아한다. 진저우 같은 작은 도시에서도 어렵지 않게 한국음식점을 찾을 수 있다. 간혹 예외도 있다. 한국을 찾았던 한 중국 노교수는 한국의 시민의식과 발전된 도시에 대해선 입이 마르게 칭찬하면서도, 유난히 음식에 관해서는 인색했다. 다른 중국인 친구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음식은 왜 그렇게 맛이 없어?"

여행에서 막 돌아온 친구의 예의 없는 질문에 화가 났다. '외국인 입맛에 맞춰서 만든 것이 아니니까'라며 쏘아주고 싶었지만 간신히 마음을 다스렸다. 친구가 내미는 음식사진을 보니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양배추가 가득 볶아져 있는 불고기로 추측되는 음식과 맛없어 보이는 허연 김치 몇 조각. 나머지 찬도 별 볼일 없다. 마치 먹다 남은 음식 같다.

"어디서 이런 걸 먹었어?"
"여행사에서 준 밥이야. 맛없어서 남겼어."

문제는 가이드였다. 음식점에서 돈을 받고 손님을 넘기니 음식이 부실할 수밖에. 맛이나 서비스가 형편없어도 걱정 없다. 여행사가 꾸준히 고객을 물어 나르니 말이다.

일부러 골목골목을 누비며 사람이 몰려있는 '맛집'으로 보이는 곳을 공략했지만 역시나 별로였다던 사람도 있다. 음식이 모두 비슷한 맛에다 재료의 가지 수도 적었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TV에 자주 나오는 노점음식도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외관과 달리 맛이 떨어진다며 손을 젓는다.

내가 중국에서 생활하지 않았다면 불편했을 이야기다. 하지만 외국인으로서 공감되는 이야기였다. 처음에 느꼈던 중국음식의 인상과 놀랍도록 비슷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먹고 싶을 때 못 먹는 것에 익숙해졌지만, 유학초기에는 한국음식이 많이 그리웠다.

배우 김수현을 좋아하다 한국어까지 배운 한 친구는 반대로 음식 덕에 여행이 즐거웠다고 한다. 특히 치킨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한 마리에 이만 원에 육박하는 가격이 부담스러워 마음껏 '치느님을 영접'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한다.

지난해 10월 5일, 추석 연휴 마지막날 오전 명동 거리 곳곳에는 ‘궈칭따쥐후이(국경절 맞이 파격 세일)’가 적힌 매장 안내판이 눈에 띄었다.
 지난해 10월 5일, 추석 연휴 마지막날 오전 명동 거리 곳곳에는 ‘궈칭따쥐후이(국경절 맞이 파격 세일)’가 적힌 매장 안내판이 눈에 띄었다.
ⓒ 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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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중국인은 어디를 가든 깨끗한 한국의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다만 한 중국 친구는 낮과 밤의 모습이 달랐다고 전한다. 저녁에 거리로 나섰을 때 버스정류장에는 담배꽁초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고, 후미진 골목에는 쌓여있는 까만 쓰레기 봉지를 보았다고 한다. 그 친구도 쓰레기통을 찾지 못해 쌓여 있는 쓰레기 더미에 몰래 버렸다며 양심고백을 했다.

다른 친구는 한국인은 질서를 잘 지키고 예의 있다고 한다. 기다리는 사람이 두 명뿐인데도 줄을 섰고, 계산할 때는 '감사합니다'란 말이 들린다며 신기해 한다. 화장실마다 휴지가 배치돼 있지만, 훔쳐가지 않는 것도 놀라웠다고 시민의식을 칭찬했다.

명동에서 길을 잃었을 때 자신을 목적지까지 직접 데려다준 한국인에게도 깊이 감사했다. 전혀 의사소통되지 않았음에도 참을성 있게 들어준 것이 인상 깊었다고 한다. 친구는 숙소로 돌아와 자신의 에피소드를 가이드에게 전했다. 그는 "한국에서 길을 잃었어도 걱정하지 말고 예의 있게 부탁하면 모두 도와줄 것"이라 대답했다.

중국은 딱히 존댓말이 없다. 어른과 대화할 때면 괜히 마음이 불편해져 비슷한 높임말을 찾아 썼다. 주변에선 "네가 하는 말은 꼭 백화점 종업원이 하는 말 같다"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한 친구는 '고맙다'와 '미안하다'는 말은 서먹한 사이에서나 하는 말이니 쓰지 말라며 사정했다. 친구면 당연히 도와야 할 일이니 절대 부담 갖지 말란다. 그래도 고마움은 표현하는 것이 맞는 것 같아 나중에 한국말로 '수고했다'나 '고맙다'고 대답했다. 다행히 완고하던 친구도 재미있게 받아들인다.

여행자에게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여행을 많이 다녀본 나에게는 '사람'이었다. 그들의 행동이 그 곳의 이미지가 됐다. 중국에서 한국인의 시민의식은 높이 평가된다. 하지만 정작 나는 매너 없는 한국인을 욕하며 한탄할 때가 많았다. 중국인이 들려준 의외로 괜찮은 우리의 모습에 나 자신부터 조국을 따뜻하게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편집ㅣ손지은 기자



태그:#중국, #중국유학, #요우커, #한국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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