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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벌하는 것에 대해 헌법 소원이 청구되었고, 이에 따라 헌법재판소(아래 헌재)는 올 7월 9일에 공개변론을 열었다. 여기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을 주장하는 박주민 변호사는 헌재가 2011년 합헌 결정을 하면서 위헌 결정을 하기에 우려된다고 꼽은 요소들이 해소됐다고 주장하였다.

당시 헌재는 한국은 군사력이 월등한 북한과 대치 중이라는 점, 병역자원 손실로 인해 국가 안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 현역병과의 형평성, 양심적 병역거부인지 제대로 심사하기 곤란하다는 점, 양심적 병역거부 허용에 대한 사회적 비판 여론이 강한 상황에서 사회통합을 저해한다는 점 등의 우려를 들었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매년 1년 6개월이라는 징역을 통해 억제하고 있지만, 그 수효는 줄지 않고 있다. 응보를 통해 예방하는 형벌의 목적을 이루고 있지 못하고 있으니 해결책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순서다.

양심적 병역거부의 현황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도록 한 병역법 관련 여론 수렴을 위한 헌법재판소 공개변론이 열리는 지난 8월 9일 서울 종로구 헌재 앞에서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죄수복을 입은 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병역 거부자를 처벌하는 현행 병역법은 위헌'이라며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 '다양한 양심이 존중받는 사회'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도록 한 병역법 관련 여론 수렴을 위한 헌법재판소 공개변론이 열리는 지난 8월 9일 서울 종로구 헌재 앞에서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죄수복을 입은 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병역 거부자를 처벌하는 현행 병역법은 위헌'이라며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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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히 알려진 대로 집총 거부를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여호와의 증인이 99% 이상인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매년 600~700여 명가량이 발생하고 있다. 이들의 수감 비용을 법무부 자료에 따라 환산해보면 매년 225억 원이 발생하고 이는 차세대 전차인 흑표 전차를 2, 3대 가량 살 수 있는 돈에 해당한다. 병역을 면제받는 1년 6개월의 징역을 매년 받아도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줄지 않는 것은 물론 헌법소원 역시 꾸준히 청구되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는 양심 실현의 자유까지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판시하였고, 헌재 역시 2004년 "기본권 행사는 국가의 법질서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병역거부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고, 2011년에도 기존의 합헌 결정을 유지하였다.

그런데도 처벌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처벌에 대한 저항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2004년 이후 6800여 명이 투옥됐고 총 1만 년이 넘는 시간이 억류되었다. 이에 대해 수차례 헌법소원을 청구한 지 오래이며 올해 3월에도 이어져 헌재에서 공개 변론 등이 진행되고 있다.

법조계 내에서도 갈리는 이견

양심적 병역거부를 다루면서 눈여겨볼 점은 당사자들이 청구하는 헌법소원도 수차례 있었지만, 이들을 처벌하게 되는 재판부에서도 위헌제청을 빈번하게 했다는 사실이다. 2012년부터 현재까지 하급심에서 7번의 위헌 제청을 한 것도 모자라, 지난 11년 동안 무죄판결 또한 5번이나 선고되었다. 당시 재판부들이 내린 판결 일부를 발췌하겠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에 근거한 것으로서 헌법이 추구하는 평화를 지향하고 있으므로 특히 보호할 가치가 있는 반면 국가기능을 저해하지도 않고 다른 사람의 권익을 침해하지도 않는다."

"현재 병역법은 건강이나 학력, 나이, 가정 형편, 형사처벌의 여부 등을 다양하게 고려해 병역 의무를 부과할 것인지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양심이라는 사유가 건강이나 학력, 나이 가정 형편보다 저급한 가치라고 볼 수 없으므로 병역의 의무를 부과함에 다양한 기준을 고려할 수 있다면 양심도 고려해야 한다."

"헌법은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데(제19조), 이러한 양심의 자유에는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강요받지 아니할 자유, 즉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가 포함되고, 양심적 병역거부는 이에 해당한다."

"헌법적 가치인 국방의 의무만을 온전하게 확보하면서 양심의 자유를 일방적으로 희생시키는 법률 해석은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국방의 의무란 대체복무까지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단어이며 병역을 거부하더라도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지는 않는다."

하급심에 해당하는 이들은 대법원이나 헌재가 판시한 법질서에 어긋난다는 점이 구체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으므로 헌법과 충돌한다고 볼 수 없다. 밝혔으며, 양심의 자유 역시 양심실현의 자유가 포함된다고 대립각을 내세웠다. 그래서 양심의 자유와 평화의 추구라는 헌법적 가치를 보호하는 데 당위성이 부족하다고 보지 않았다.

이것이 단순히 일회성에 그친 것이라면 한 개인의 주관적 의견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7번의 위헌제청과 5번의 무죄 선고에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더군다나 합헌 결정 역시 만장일치로 된 것은 아니지 않은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권고한 국제 표준

물론 휴전국가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야겠지만, 전 세계의 양심적 병역거부로 인한 수감자 중 92.5%가 한국인이라는 수치는 의미심장하다. 2012년에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하였다는 이유로 프랑스에서 망명을 받아주었다. 이처럼 세계 보편적? 역사적으로 양심적 병역거부는 허용되는 추세이다.

2011년 유럽인권재판소는 이것을 지키지 않은 터키와 아르메니아에 대해 배상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은 우리나라까지 흘러왔다. 2013년 유럽 인권이사회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는 존중받아 마땅한 정당한 권리이며, 이 문제를 담당할 의사결정기구를 설립하고 억류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석방하라는 내용을 담은 결의안이 통과되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인해 수감한 사람의 대다수가 우리나라임을 참작할 때 사실상 한국을 겨냥한 결의안이었다. 결의안에 찬성한 우리나라는 문제를 내버려두기보다 차후 검토 및 연구를 계속하겠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러면 휴전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늘 따라 나온다. 보편성과 특수성은 늘 대립한다. 그러나 인권은 보편적이고 예외가 없는 평등한 것이다. 국제사회에서의 요구가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았으므로 부당하다면, 북한 정권이 북한 인민들을 탄압하는 것도 그들의 특수성을 고려해 비난할 수 없다는 극단적 상대주의에 빠지게 된다.

국가안보의 허구성

우리나라는 휴전국가이다. 명백한 적이 존재하고 그들의 위협은 우리 머리 바로 위에 남아 있고 있다. 심지어 목함 지뢰 도발 등 최근까지도 대남도발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의 심각성에 양심적 병역거부가 어떠한 이바지를 하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현 상황이 심각하다고 해서 아무 권리나 침해할 수는 없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어떠한 연유로 국방력을 약화하고, 헌재가 말한 법질서에 어긋나는 것일까.

여기서 말한 법질서는 공공복리를 위해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헌법 제37조를 가리키는 것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자유보다 그로 인해 국가안보가 훼손되는 정도가 더 크니, 과잉금지의 원칙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그들에 대한 처벌이 정당하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늘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간통죄처럼 언젠가는 위헌 결정이 날 수도 있고, 법조계 내에서도 이견이 갈리지 않는가. 즉 헌재의 판결도 합리적인 근거가 필요한 주장의 일종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어떠한 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가 손해를 끼치는지 구체적인 입증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입대 고시'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지 모르겠다. 의무를 다하기 위해 군대에 가는 것마저 고시만큼이나 진입장벽이 무척 높다는 의미이다. 2015년 입대 대기자만 5만 명을 기록했고, 2020년에는 무려 20만 명으로 추산된다. 또한, 올 6월 병무청은 매년 2만3000여 명의 인력이 남아돈다는 이유로 현역입영대상자 6000명을 보충역으로 전환하였고, 8월에는 현역입영기준을 강화함에 따라 1만4000명가량이 보충역으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국방부가 국방개혁 2030을 통해 병력 감축을 예정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이러한 잉여병력은 예측 가능한 범주이다. 이 때문에 올해만 해도 2만3천여 명이 보충역으로 전환되었는데도 불구하고 600~700명에 불과한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어떤 국가안보에 해가 된다는 것인지 쉽게 이해할 수 없다.

군의 사기가 떨어진다고 주장할 수 있겠으나, 추상적인 주장에 불과하다. 영향이 없다고 할 수 없겠으나 그것이 사실이라면 우리 사회의 고질병인 고위공직자, 연예인 등 특정 계층의 병역 기피가 군의 사기를 떨어뜨려 이미 중대한 위협을 초래했어야 마땅하다. 물론 형평성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비록 국가안보에 구체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신체의 자유 등 많은 권리를 포기하고 입대를 하는 젊은이와 달리 이들에게만 병역거부를 허용하는 것은 특혜이며 국방 서비스에 무임승차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 그렇다면 같은 국민의 의무인 납세의 의무를 비교해볼 때, 소득에 따라 누진세를 매긴다고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며 고소득층의 부가 저소득층에 복지로 재분배된다고 저소득층이 무임승차한다고 할 수는 없다. 이처럼 형평성이란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라는 원리를 적용해야 한다.

여자가 신체적 차이를 이유로 병역의 의무를 적용하지 않고,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은 그것이 면제 사유가 되듯이 양심적 병역거부자도 마찬가지이다. 헌혈·수혈을 금지하고 집총을 금지하는 사람들을 억지로 군대로 끌고 오는 것이 오히려 군의 사기 등 국가 안보에 더 위협이 될 것이다. 정신적인 차이, 사상의 차이로도 얼마든지 병역 거부가 허용될 수 있다.

대체복무가 해결책이다

지난 2013년 1월 19일 출간기념 행사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 왼쪽부터 나동혁·김도형·이길준·안지환·여옥씨.
 지난 2013년 1월 19일 출간기념 행사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 왼쪽부터 나동혁·김도형·이길준·안지환·여옥씨.
ⓒ 유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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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헌재가 지적한 형평성의 문제가 완전히 해소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필자는 대체복무가 그 대안에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한다. 여기서 착각하기 쉬운 것이, 국방의 의무와 병역의 의무는 다르다는 것이다.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고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국방의 의무에는 전시근로동원법에 따른 군수지원 등도 인정하는 등 포괄적인 편이다. 그래서 여성들도 국방의 의무를 이행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며, 애초에 4주간의 기초 군사훈련이 없었더라면 보충역으로 병역을 이행하는 것도 가능했을 것이다.

실제로 헌재에서도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대체복무 등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입법을 요구했다. 그뿐만 아니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각 기관에 해결책 마련을 요구한 바 있고 2007년에 국방부는 대체복무 허용을 추진한 바 있었다. 그러다 국민 여론의 반대 등으로 무산된 바 있으나 국방부의 여론조사는 문항에 있어 편향성이 짙었고, 2013년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대체복무 허용 의견은 68%로 반대 25%를 크게 앞지른 바 있다. 17대·18대 ·19대 국회에서도 대체복무제도가 발의되었으나 앞서 두 번의 법안은 회기 만료되었고 현재 역시 논의가 되고 있지 않다.

또한,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하라고 다섯 차례나 권고한 것처럼 국제사회에서의 대체복무를 허용하라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대해 한국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언제나 거부하고 있으나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는 다른 징병국가들도 대체복무를 허용하고 있으며 국가에 어떤 구체적인 불이익이 있는지 제시하지 못하였다고 꼬집었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 스스로 가입한 자유권규약을 준수하지 않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게다가 헌법 제6조 1항에서 국내법과 국제법의 지위는 같다고 규정하였다.

이럴 거면 차라리 규약을 탈퇴하고 스스로 떳떳한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그러지 않는다는 것은 그들 자신도 궁색한 변명에 불과한 비합리적인 결정이라는 것을 자백한 셈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보다 전쟁 위협이 높거나 전쟁 중이었던 과거 서독, 베트남 전쟁 때의 미국, 1차 세계대전 때의 영국, 현 이스라엘에서도 대체복무는 허용되었다. 스스로 떳떳하지 못한 것을 자각하고 있는지, 최근 헌재에서의 공개변론에서 국방부 대리인마저 대체복무의 필요성을 인정하였다.

"대체복무제를 허용하더라도 병역자원 확보에 문제가 없고 복무자들에게 상대적 피해의식이나 박탈감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면 문제가 없을 테지만, 지금은 제도나 국민적 합의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시기상조입니다."

대체복무에 대한 우려

대체복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심사기준이 불명확해 도덕적 해이로 인한 병역기피 확대를 막을 수 없다는 등의 의견이다. 하지만 대체복무를 허용한 해외의 사례가 반증이 될 수 있다. 2000년 대체복무를 도입한 대만의 경우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무 기간은 현역의 1.5배인 33개월로 하고, 대체복무자 급증에 대비하기 위해 한 해 500~1000명의 제한을 두는 쿼터제를 시행했다.

그 결과 병역회피 시도는 발생하지 않았고, 사회보장 수준이 올라가고 인권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국제사회 평가까지 받았다. 여호와의 증인 수가 비슷하고 1997년 대체복무제를 도입한 그리스에서도, 여호와의 증인 증가율은 1999년에 0.1%, 2000년에 1.0%에 지나지 않았다. 이처럼 현재 1년 6개월이라는 옥살이처럼 현역 입대보다 고된 조건이 부여된다면 제도의 오남용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현역보다 많은 기간을 복무하게 하는 것이 징벌적 성격이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자발적 선택에 따른 대체복무보다 강제로 옥살이로 몰아넣는 것이 진짜 징벌이라고 말하고 싶다.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국군

필자는 군 복무 시절, '우리는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며…' 로 시작하는 육군복무신조를 매일 외쳐야만 했다. 군인은 분명 국방을 위해 포기해야 할 가치 등이 존재하지만, 민간인과 포로를 죽여서는 안 되는 것처럼 최소한의 지켜야 할 가치들이 존재한다.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국군이 양심의 자유와 같은 최소한의 가치를, 입증되지 않은 국가안보에 가하는 위협 때문에 희생해야 한다면 그것은 전체주의 독재국가인 북한과 다를 바 없다. 볼테르의 말로 알려졌지만, 에블린 홀이 그의 사상을 설명하기 위한 문장이었다고 밝혀진 다음의 말로 글을 맺을까 한다.

"나는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이 말할 자유를 위해서는 함께 싸우겠다."


태그:#사회, #양심적 병역거부, #군대, #국방의 의무, #대체복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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