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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교과서 국정화저지 네트워크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12일 오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앞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 촛불집회 한국사교과서 국정화저지 네트워크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12일 오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앞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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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교과서는 빨간색 도화지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색깔 도화지 위에 그림을 그리면 그림이 엉망이 되잖아요. 똑바로 제대로 그리려면 하얀색 도화지, 그러니까 올바른 정보를 줄 수 있는 교과서가 필요합니다." 

17세 윤가영(경기 조원고등학교)양의 말이 끝나자 청중 사이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교복을 입고 마이크를 잡은 윤가영 학생은 "지금 정부가 말로는 객관적인 교과서를 만들겠다지만, 국정 교과서 체제가 유지돼 집권당이 바뀌면 역사 왜곡이 가능할 수도 있다"며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많지 않다, 올바른 정보를 흡수하고 싶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여당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한 가운데 시민들 반대가 거세지고 있다. 13일 오후 7시께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주최로 '친일·유신·독재 회귀, 역사 쿠데타를 멈춰라'는 제목의 긴급 촛불집회가 열렸다.

12일에 이어 열린 이날 집회에는 150여 명이 참석했다. 여기엔 앳된 얼굴의 고등학생·대학생도 여럿 보였다. 한국사 동아리에서 활동 중인 윤양은, 발언 후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국정 교과서에는 특정한 역사관이 깔려 있을 수 있다"며 "지난 금요일(9일)엔 국정화에 반대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써서 경기교육청 정문 앞에 붙였다"고 말했다.   

"국정 교과서, 이데올로기 전달 수단으로 전락하게 될 것"

임승헌(24, 경기대 국어국문학과)씨는 "(국정 교과서로) 하나의 해석을 배우는데 어떻게 학생들이 창의력을 키울 수 있겠나"라며 "국정 교과서는 상식선에서도 민주주의와 맞지 않는다, 사실상 파시즘(fascism)으로 가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극단적인 전체주의와 국가주의로 흐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임씨는 지난 11일 '국정화 반대 밤샘 농성'에도 참여했다.

한국사교과서 국정화저지 네트워크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12일 오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앞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 촛불집회 한국사교과서 국정화저지 네트워크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12일 오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앞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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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역사교사도 자리에 함께했다. 송원재(전 공항고 근무) 교사는 "앞서 조선역사 500년 동안, 왕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해놓은 '사초'는 공정성·객관성을 지키기 위해 그 어떤 왕도 열어볼 수 없게 했다"며 "수많은 사관이 이걸 지키다 목숨을 잃었다, 그런 우리 역사를 현직 박근혜 대통령이 입맛대로 뜯어고치겠다는 것이 바로 교과서 국정화"라고 말했다.

송씨는 "국정 교과서가 만들어지면 학생들은 시험을 위해 단 하나의 해석만을 달달 외우게 될 것"이라며 "결국 교과서는 하나의 이데올로기 전달 수단으로, 또 교사들은 전달자로 전락하게 될 것이 뻔하므로 국정 교과서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장 촛불집회는 인터넷 방송을 통해 생중계됐고, 이를 통해 지켜보던 시민들이 사회자에게 문자를 보내 참여하기도 했다. "집회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지만 국정화 반대에 힘을 보탠다"고 보낸 시민, "의정부에서 학교 다니는 고등학생이다,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를 동생들에게 물려줘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참여한다"고 보낸 시민 등 내용은 다양했다.

참가자들은 "국민은 분노한다, 국정화를 중단하라", "친일 교과서 거부한다, 시민들 힘을 모아 역사 왜곡 막아내자", "아버지는 군사쿠데타, 딸은 역사쿠데타" 등 구호를 외친 뒤 약 2시간 만에 집회를 마무리했다. 주최 측은 오는 14일 오후에도 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태그:#국정화 반대, #국정 교과서 논란, #교과서 국정화 논란, #국정화 중단 , #교육부 국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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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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