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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 김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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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사단법인 인천사람과문화(이사장 신현수)가 지난 8일 개최한 '2015년 인천 인문학콘서트' 강연에서 '남북 간 경제협력 확대와 강화로 평화체제를 구축하자'고 호소했다.

비무장지대 남쪽 지역에서 목함지뢰 폭발사건이 발생한 뒤, 8.25 남북 공동보도문이 나오기까지 남북은 극한 대치 상황에 이르렀다. 이를 두고 이 전 장관은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 때보다 더한 전쟁 위기를 느꼈다"며 "다행히 막판에 전쟁을 막았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세계는 냉전 끝났는데, 분단된 남북만 냉전
 
이 전 장관은 한반도는 미국과 소련의 냉전으로 남북으로 분단됐고, 1980년대 후반에 세계는 탈냉전으로 접어들었지만 남북은 여전히 냉전체제에 갇혀 있다며, 안보는 평화를 위해 존재하는 만큼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장관은 "평화를 유지하는 방법은 튼튼한 국방력이다. 그러나 국방력만으로는 안 된다. 평화를 유지하고 더 평화롭게 하는 것은 대화 곧, 외교다. '손자병법'의 손자도 전쟁은 마지막 수단이라고 했다. 북한과의 관계에 대화와 타협이 빠져 있다. 이것은 상식에서 어긋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 상태는 '불신하는 주체 간 합의에 의한 평화'로, 언제 깨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태라는 뜻에서 '칼날 위의 평화'라고 했다. 이는 그가 참여정부 시절 통일외교안보 분야의 비망록을 엮어 펴낸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이 전 장관은 "평화를 위해 남북 간 대화를 많이 했다. 헌데 그 평화가 칼날 위에 서 있는 평화 같았다. 남북 간 합의가 문서조각이 되지 않으려면 합의를 지킬 만큼의 신뢰를 쌓아가고, 합의를 지켜갈 적대성을 완화하는 것을 함께 진행해야 한다. 2005년에 9.19공동성명이 나왔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의 BDA(방코델타아시아) 계좌를 동결하자, 북한이 미사일 발사로 대응하면서 무산됐다. 그래서 합의 이후 그 합의를 지켜갈 신뢰를 쌓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전 장관은 "(남북공동선언과 6자회담의 9.19공동성명 같은) 칼날 위의 평화라도 만들어야, 그다음에 칼등 위에 평화를 만들고, 그 뒤에 반석 위의 평화를 만들 수 있다. 노태우 정부부터 20여 년간 남북관계가 발전했다. 그런데 2010년대 들어서 남북 간 적대감이 커졌다. 그래서 지금은 칼날 위의 평화라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적대적 불신구조 해소는 경제협력부터

이 전 장관은 한반도에 칼날 위의 평화라도 만들려면 적대적인 불신구조를 해소하는 일이 급선무라고 했다. 우선 5.24조치 해제로 남북 간 교류협력을 확대해 적대성을 완화하고, 남북 간 공동번영을 실현하기 위해 경제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강화하자고 했다.

이 전 장관은 "경제협력은 평화와 안보를 증진 시킨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문서만 바꾸는 것은 의미가 없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려면 상호 신뢰 쌓기와 실천을 병행해야한다. 그저 평화협정 문서를 체결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포스코의 철광석 수입을 예로 들며 남북 간 경제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포스코가 철광석을 호주에서 가져오는데, 남북 경제협력으로 북한 무산광산에서 가져오면 큰 이득이다. 북한에 철광석과 마그네사이트, 아연, 동, 비철금속 등 다양한 광물자원이 매장돼있다. 현재 중국이 무산광산에 대형 트럭을 투입해 철광석을 실어 나르고 있다. 무산광산 전부가 중국에 넘어간 것은 아니다. 현대제철과 포스코에 아직 기회가 있다."

이 전 장관은 북중 경제협력 사례를 들어 남한의 기술과 자본, 북한의 자원과 노동력의 결합을 주문했다. 중국도 북한의 저임금 고급노동력을 찾아 북중 접경지역에 진출하고 있는 만큼, 남북 경제협력을 지금보다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전 장관은 "두만강 접경도시 중국 투먼에 중국조선공업원이 있다. 지난해 북한 노동자 1500명이 일했는데, 올해 가서 보니 3000명으로 늘었다. 이들의 한 달 월급이 1500위안이다. 우리나라 돈으로 약 27만 원이고, 미화로 약 240달러다. 반면, 개성공단 월 최저임금이 73.87달러다. 중국이 북한과의 경제협력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중국 투먼은 중국 동북3성 개발구 중 창지투개발벨트(창춘-지린-투먼)의 태평양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이곳은 북한 나진선봉경제무역지대와 만나게 돼 있다. 중국은 항만이 없기 때문에 북한을 이용해야한다.

이 장관은 "현재 북한은 5대 경제특구와 20개 경제개발구를 지정해놓고 외국자본이 들어오는 걸 허용하고 있다. 물론 되는 곳도 있고, 북핵 문제 때문에 안 되는 곳도 있다"고 말한 뒤 "우리가 제재한다고 북한에 미래가 없나? 그렇지 않다. 북·중 교역도 있고, 북·러 교역도 있다. 동북3성 인구만 1억명이 넘는다. 5.24조치로 막으니, 남북 교역 중단됐다. 남북 경협 안 하면 북한의 중국 의존도만 심화된다. 또 중국 기업이 북한 자원을 사서 남한에 판매하는 왜곡이 발생하게 된다. 8.25합의대로 남북이 다방면에서 경제교류와 민간교류를 활성화해야 한다. 8.25합의와 5.24조치는 모순이다"라고 지적했다.

인천 앞 개성공단과 강녕국제녹색시범구

북한이 경제개발구를 늘려 대외에 개방하는 것은 외국자본 유치에 나선 것으로, 북한이 적극적인 개방정책을 펼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중에서도 인천과 맞닿은 북한 경제개발구는 황해남도 강녕군 강녕읍에 있는 강녕국제녹색시범구다.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지난해 7월 이곳을 경제개발구로 지정했다. 강녕군은 연평도 바로 건너편이다.

이 전 장관은 "북한의 15번 경제특구가 바로 강녕국제녹색시범구다. 북한 당국에서 직접 관리하는 경제개발구다. 이 지역은 바로 북한 해군 8전대가 있는 곳으로 연평도 바로 앞이다. 북한 입장에선 군사적 요충지다. 그런데 이 지역을 경제개발구로 지정해 외국자본을 끌어와 국제경제단지로 조성하겠다고 나섰다. 화약고인 북방한계선(NLL)이 있는 상태에서 무슨 배와 비행기가 다니겠나? 그런데 그걸 뻔히 아는 북한이 경제개발구로 지정했다. 10.4선언의 평화협력특별지대 조성 없이 강녕 개발은 없다. 인천과 강녕 간 협력으로 서해를 평화의 바다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 간 경제협력 확대와 강화를 위해 남한 정부와 인천이 주목해야 할 곳은 바로 개성공단이다. 개성공단의 올해 7월 기준 누적 생산액이 공단 가동 11년 만에 30억 달러(약 한화 3조 5000억 원)를 달성했다. 올해 생산액은 사상 처음 5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맞춰 경기도는 '개성공단 지원 물류단지 타당성 및 운영방안 연구용역'을 토대로 경기도 파주시 3곳을 후보지로 선정해, 개성공단 활성화를 위한 배후 물류단지를 지정할 계획이다. 경기연구원은 ▲파주시 문산읍 마정리(20만 4000㎡) ▲파주읍 백석리(24만 4000㎡) ▲탄현면 성동리 성동IC 부근(23만 1000㎡) 등, 파주시 3곳을 단지 조성 후보지로 제시했다.

경기도와 경기도개성공단사업협동조합은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 등 10인으로 구성한 물류단지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연내에 최종 후보지를 선정할 방침이다. 경기도는 후보지 선정 후 군부대 동의와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 국토교통부의 승인을 밟을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유라시아·북한인프라연구센터 소장은 "개성공단의 물류를 결국 인천항과 인천국제공항으로 연결해야 한다. 개성공단에서 인구 과밀지역인 파주와 고양 신도시를 관통해 수도권 도시를 거쳐 항만과 공항으로 물류를 연결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개성과 강화를 거쳐 바로 영종까지 연결해야 한다. 인천이 이에 맞춰 영종도에 대규모 물류단지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10.4선언, #남북관계,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 #강녕국제녹색시범구, #남북경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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