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에는 영화 <마션>의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마션>의 포스터

영화 <마션>의 포스터 ⓒ (주)이십세기폭스코리아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 분)는 나사의 화성 탐사대 아레스3 팀원 중 한명입니다. 그가 화성을 탐사하던 중 모래폭풍을 만나 부상을 입자, 다른 팀원들은 그가 사망했다고 판단하고 화성을 떠납니다. 그러나 마크 와트니는 살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화성에서 살아 남기 위해 홀로 고군분투합니다. 이윽고 나사에서도 와트니의 생존을 파악하고 그의 생환을 돕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기 시작합니다.

리들릿 스콧 감독의 영화 <마션>은 화성의 유인 탐사가 가능해진 미래 세계를 배경으로 한 SF 영화입니다. 그리고 미래에서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의 사고 중 하나를 영화의 소재로 삼고 있습니다. 우주에 홀로 남은 생존자를 주인공으로 삼은 측면에서 알폰로 쿠아론 감독의 영화 <그래비티>와 비교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래비티>의 라이언 스톤 박사(산드라 블록 분)가 부서진 배와 함께 망망대해에 홀로 부유하는 것과 같았다면 <마션>의 마크 와트니는 무인도에 고립된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적어도 발 딛을 땅이 있다는 점에서는 <마션> 속 상황이 훨씬 긍정적이라는 것이죠.

마크 와트니 또한 매우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인물입니다. 그는 화성에 홀로 남게 됐지만 누구도 탓하지 않습니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대원들이 내린 판단을 이해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을 파악합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죽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살아 남기 위해서 부지런히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즉 마크 와트니는 절망에 빠져 있기보다는 희망을 가지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인물입니다. 여기에는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그의 태도가 큰 역할을 합니다. 특히 어린 아이같은 유머 감각은 굉장히 유용하게 작용합니다.

이처럼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좌우하는 것은 낙관주의입니다. 이때의 낙관주의는 '대책 없는' 낙관주의가 아닙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술과 지식, 그리고 순발력 등 모든 역량을 발휘하여 현재의 문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마크 와트니는 물론 그의 지구 생환을 돕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는 나사의 일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방법의 차이를 두고 갈등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모두가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머리를 맞댑니다. 삶에 대한 강렬한 의지와 동료에 대한 이해, 그리고 애정이 영화의 기반이 됩니다.

이때, 아레스3 탐사대원들을 주목할 만합니다. 이들은 마크 와트니를 화성에 남겨 두고 온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결정적인 판단을 내려야 하는 입장에 있었던 멜리사 루이스(제시카 차스테인 분)는 더욱 그러합니다.

그러나 이들은 죄책감에 빠져 있기 보다는 마크 와트니와 함께 지구로 무사히 돌아가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만들어갑니다. 영화는 대원들이 힘을 모아 자신의 동료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담담하고도 절박하게 보여 주는데 이는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합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합니다. 맷 데이먼은 마크 와트니가 맛보게 되는 희로애락을 정직한 화법으로 관객에게 들려 줍니다. 특히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는 모습뿐만 아니라 광활한 화성의 한 가운데에서 홀로 남은 자의 지극한 고독을 묵묵하게 전달합니다. 제시카 차스테인은 죄책감에 흔들리는 눈빛과 동료를 구하기 위해 리더십을 발휘하는 강단있는 눈빛 모두를 설득력 있게 보여 줍니다.

재치 있는 사운드트랙도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도나 서머의 '핫 스터프', 데이비드 보위의 '스타맨', 아바의 '워털루' 등 누구나 한번쯤 들어 봤을 곡이 마치 한 명의 배우처럼 각 장면을 효과적으로 살리는 데 기여합니다. 이 곡들은 때로는 감초 연기를 하는 조연 배우 같기도 하고, 때로는 잊을 수 없는 씬스틸러 같기도 합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라디오에서 우연히 이 음악들을 다시 듣게 된다면 매 순간이 기적과도 같았던 한 남자의 삶을 떠올리게 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하상미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on-movie-monday.blogspot.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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