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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찬현 감사원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를 받던 도중 두 눈을 질끈 감고 있다.
▲ 황찬현 감사원장, 두 눈 '질끈' 황찬현 감사원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를 받던 도중 두 눈을 질끈 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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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최경환 경제부총리 비서(인턴) 출신의 성적을 조작해 합격시킨 중소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의 채용 비리를 적발하고도 감사 보고서에는 최 부총리의 이름을 뺀 것으로 드러났다. 자신의 인턴 출신을 취직시키기 위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의혹을 받고 있는 최 부총리를 감사원이 감싸려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감사원은 지난 7월 중진공이 2013년 하반기 신입 직원 36명의 채용 과정에서 최 부총리의 인턴이었던 황아무개씨의 점수를 조작해 최종 합격시켰다는 사실을 적발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 부총리가 황씨의 합격을 위해 중진공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박철규 이사장, 최 부총리 만나고 와서 합격 지시"

8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황씨가 서류전형과 임원 면접에서 탈락했지만 박철규 중진공 이사장이 최 부총리를 만나고 온 후 인사팀에 '최종 합격 처리 지시를 내렸다'는 증언이 나왔다. 최 부총리가 황씨의 채용 과정에 직접 개입한 정황이 있다는 증언을 내놓은 것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의 종합감사에 출석해 야당 의원들의 추궁에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 곤혹스런 최경환 부총리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의 종합감사에 출석해 야당 의원들의 추궁에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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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규 전 중진공 부이사장은 이날 "황씨가 면접에서 굉장히 답변을 못해 내부적으로 탈락시키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그래서 최경환 의원실 보좌관에게 '노력했지만 어렵겠다'고 전달했다"라며 "그런데 그 보좌관이 지금 최 의원이 회의 중이라 따로 시간을 잡아 줄 테니 이사장이 직접 와서 보고해 달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퇴근 무렵 박 이사장이 최경환 의원실에 다녀왔는데, 이사장이 (의원실로) 갈 때는 안 되겠다는 말을 전하러 갔다가 돌아와서는 인사총괄 실장에게 '그냥 합격시키라'고 지시했다"라고 밝혔다.

김 전 부이사장은 이 같은 증언을 감사원 감사에서도 그대로 진술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정작 중진공 채용 비리 감사 보고서에서는 '최경환 부총리'의 이름을 적시하지 않고 '외부'라고 표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이날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감사에서는 감사원이 정권 실세인 최 부총리의 '눈치 보기' 감사를 벌인 것 아니냐는 질타가 쏟아졌다.

"감사원, 정권 실세에 눌려 보고서도 제대로 못 만들어"

임내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8일 감사원을 상대로 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임내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8일 감사원을 상대로 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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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내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채용 비리를 보면) 우리나라가 원시국가가 다 된 것 같다"라며 "그런데도 감사원은 정권 실세인 최경환 부총리에게 눌려서 감사 보고서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라고 비판했다. 임 의원은 또 "인사 청탁과 압력은 (수사해서) 처벌해야 하는데 감사를 해놓고 덮어준 것은 (채용 비리보다) 더 질이 나쁘다"라고 지적했다.

우윤근 새정치연합 의원도 "(채용 비리에 연루된) 다른 사람들의 실명은 (감사 보고서에) 적시하면서 유독 최 부총리만 '외부'라고 해놨다"라며 "납득이 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황찬현 감사원장은 "박 이사장과 김 전 부이사장의 진술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단정적으로 (최 부총리의) 실명을 밝히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외부라고 한 것"이라며 "박 이사장은 본인이 '(최 부총리를) 만나러 갔지만 불합격 처리하겠다는 말을 못했다, 그러나 최 부총리가 합격을 요청한 사실이 없다'라고 했다"라고 밝혔다.

그러자 우윤근 의원은 "(감사원이) 김 전 부이사장의 진술은 전혀 믿지 못하겠다고 하는 것인데 그 이유가 뭐냐"라며 "감사원이 무능해서 (청탁 의혹을) 규명하지 못했거나, 정권 실세가 두려워서 못했거나 둘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황 감사원장은 "감사원에는 강제 수사권이 없다"라며 "관련 자료를 모두 검찰에 넘겨 수사 의뢰를 했다"라고 해명했다.

야당 "외부 청탁 수사해야"... 김현웅 법무장관 "철저히 수사하겠다"

야당은 철저한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서영교 새정치연합 의원은 김현웅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최 부총리 인턴을 중소기업진흥공단에 합격시키기 위해 성적이 좋은 3명이 탈락했는데 공정한 사회라고 할 수 있느냐"라며 "외부 청탁과 공문서위조 등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이 사건은 검찰이 수사 중"이라며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수사하겠다"라고 답했다.


태그:#최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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