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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9월 23일 혁신위원회의 '열세지역' 출마요구에 "정치인은 지역주민과의 약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 안철수, '열세지역' 출마요구 사실상 거부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9월 23일 혁신위원회의 '열세지역' 출마요구에 "정치인은 지역주민과의 약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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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인상은 부드러운데도 그의 목소리 톤은 높았다. 자신감에 차 있다는 증거로 보였다. 당 안팎에서는 최근 그의 독자 행보를 두고 "몸을 제대로 풀고 있다"라는 평가가 나왔는데, 이날 오찬자리에서 그는 거침없이 '입을 풀어'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다.

안 의원은 8일 낮 출입기자들과 한 오찬에서 "혁신위가 해당행위했다"라고 성토했다. 심지어 "11차 혁신안은 해당행위의 결정판이다"라고 거침없이 표현하면서 혁신위와 문재인 대표를 정조준했다.    

"문재인 대표와 김상곤 위원장 모두 기회 놓쳤다"

안 의원은 "지난 9월 초 전주에서 '혁신은 실패했다'고 말했을 때 좋은 기회를 만들 수 있었다"라며 "어떻게 반대자들을 포용해서 그것을 역동적 에너지로 만드는가가 혁신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안 의원은 "(내가 전주에서 얘기한 것을) 혁신위와 문재인 대표가 받아서 '참 문제제기 잘 했다, 같이 머리 맞대고 노력해보자'고 했으면 이것이 역동적 에너지로 바뀌었을 것이다"라며 "그러면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혁신안을 실행했을 것이고 당이 바뀌었다고 국민들이 느끼는 기회가 됐을텐데 그 기회를 놓쳤다"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어 안 의원은 "김상곤 혁신위원장과 문재인 대표 모두 이 기회를 놓쳐버렸다"라며 "김상곤 위원장이 나에게 '무례하다'고 할 것이 아니라 내 고민을 감싸 안았으면 국민의 관심이 집중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문재인 대표도 김상곤 위원장이 실언했을 때 '가만 있으라'고 하고 '함께 생각해보자'고 하는 등 국면을 전환할 수 있는 긴 기간이 있었는데 그냥 놔뒀다"라며 "마치 대선 토론회 때 이정희 후보를 놔둔 것처럼 그냥 놔뒀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안 의원은 "그렇게 문재인 대표 본인이 국면 관리를 잘못해 재신임에까지 몰린 것이다"라며 "혁신의 관심을 촉발할 절호의 기회였는데 아주 아쉬웠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것(안 의원을 비롯한 당내 비주류의 문제제기)을 포용하지 않고 적으로 돌렸다"라고도 했다.

안 의원은 "혁신이 성공했는지 여부는 국민이 판단하는 것이다"라며 "우리 당이 안 바뀌었다고 국민이 생각하면 혁신이 실패한 것이다"라고 일갈했다.

또한 안 의원은 "문재인 대표는 지금이라도 내가 제안한 부패척결 3가지 원칙과 5가지 실행과제에 답해야 한다"라며 "그 정도 수준은 돼야 국민의 눈높이에 맞다"라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지난 9월 20일 정치입문 3주년을 맞아 연 기자회견에서 ▲ 무관용(Zero tolerance) 원칙 ▲ 당내 온정주의 추방 ▲ 당 연대책임제 도입 등 '3가지 원칙'과 ▲ 당 윤리기구 혁신 ▲ 부패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거나 재판에 계류 중인 당원은 즉시 당원권 정지, 당직 및 공직후보 자격심사대상서 배제 ▲ 부패혐의로 최종 유죄 확정된 당원은 즉시 제명조치 ▲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 반부패기조 준용해 엄정히 다룰 것 ▲ 문 대표 등 당 지도부의 부패 척결 의지 표명 등 '5가지 실행과제'를 제안한 바 있다.

안 의원은 "국민들은 그 많은 권한을 정치인에게 주는데 최소한 그 수준은 돼야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것 아닌가?"라며 "그걸 안 하겠다고 하면 왜 안 하겠다고 하는 건지 밝혀야 한다"라고 문 대표를 압박했다.

안 의원은 "이 정도는 해야 외부로 나간 사람들도 부를 수 있지 (이 정도로) 변하지 않으면 그들이 당에 들어올 명분도 없다"라며 "통합과 혁신이 중요하지만 우선순위는 혁신이 되어야 한다, 포장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당을 바꿔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천정배 의원과 관련, 안 의원은 "천 의원을 만나서 '당에 들어오라'고 했다, 저는 계속 그렇게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신당 참여 가능성에는 "저는 (새정치민주연합에서) 혁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되도록 하겠다"라며 선을 그었다. 

"지금이 선거전략 얘기할 때인가?"

한 기자가 '안 의원이 혁신위원장을 맡았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안 의원은 "혁신은 대표가 하는 것이다"라며 "대표가 의지와 구체적 아이디어를 가지고 혁신을 실행할 때 성공한다"라고 반박했다.

안 의원은 "의지와 아이디어가 없을 때 매킨지(같은) 컨설팅을 불러서 혁신하는 것이다"라며 "혁신은 100% 실패했다"라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거듭 "혁신은 대표가 해야 하는데 실망스럽다"라고 문재인 대표를 겨냥했다.

이어 안 의원은 "문재인 대표가 맡아서 혁신하든지 (혁신할 수 없으면) 대표를 그만뒀어야 했다"라며 "혁신을 남에게 맡기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혁신위가 몇달 동안 시간낭비만 하고 해당행위했다"라며 "마지막(11차) 혁신안은 해당행위의 결정판이었다"라고 성토했다.  

지난 9월 23일 발표된 마지막(11차) 혁신안에는 문재인 대표 부산 출마와 전직 대표인 정세균‧문희상‧김한길‧안철수 등의 열세지역 출마 요구가 담겨 있는데 이것은 선거전략이지 혁신이 아니라는 것이 안 의원의 생각이다.

안 의원은 "누구는 어디를 가야(출마해야) 하는 것 등은 굉장히 심각하게 당의 경쟁력을 훼손하는 것이다"라며 "지금이 선거전략을 얘기할 때인가? 당이 하나도 안 바뀌었는데 그냥 선거로 몰고갔다"라고 비판했다.

안 의원은 "정치인의 결단은 깜짝 놀라게 해야 감동이 있는 것이지 그렇게 미리 등 떠미는 게 어디 있나?"라며 "이는 정치인 개개인에게 상처를 주는 행위다"라고 지적했다.

"노회찬 노원 출마?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끝으로 안 의원은 "낡은 정치를 바꿔 달라는 국민적 열망 때문에 그 역할을 하겠다고 (정치에) 나섰기 때문에 낡은 정치를 바꿔야 할 임무가 저에게 있다"라며 "제가 속한 당을 개혁해서 낡은 정치를 막는 게 저의 역할이다"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낡은 진보 청산은 부패척결보다 훨씬 생각할 고리가 많다"라며 "(그와 관련해) 제 생각을 던지면서 변화를 위한 치열한 논쟁을 촉발시킬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그의 한 측근은 "다음 주 초에 낡은 진보 청산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안 의원은 "제가 소설이나 영화를 좋아했는데 정치한 이후 재미가 없던데, 현실이 더 소설보다 드라마틱해서다"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특히 그는 "지난 3년간 못 드린 얘기들, 20~30년 동안 가슴에 묻고갈 얘기들이 되게 많은데 나중에 조금씩 말하겠다"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한편 안 의원은 '내년 총선 때 노회찬 전 의원과 붙을 수 있는데 부담스럽지 않냐?'라고 묻는 한 기자의 질문에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라며 "누구든 출마하는 것은 자유다"라고 답변했다.


태그:#안철수, #문재인, #혁신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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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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