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 7일 오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의 KBO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4회 말 2사 2루 SK 선발투수 김광현이 넥센 박동원을 삼진 아웃으로 돌려 세운뒤 안도하고 있다.

▲ 안도 7일 오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의 KBO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4회 말 2사 2루 SK 선발투수 김광현이 넥센 박동원을 삼진 아웃으로 돌려 세운뒤 안도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가을야구로 돌아오는 데 3년이 걸렸지만, 끝나는 데 하루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토록 천신만고 끝에 포스트시즌 막차에 올라탔지만, 결말은 너무나 허무했다.

SK 와이번스가 지난 7일 목동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11회 연장 혈투 끝에 4-5로 재역전패하며 올 시즌을 마감했다. 오늘 이겨야만 2차전으로 끌고 갈 수 있었던 SK는, 팀 내 에이스 선발자원을 모두 투입하는 총력전을 펼쳤지만, 허술한 수비로 인하여 자멸하고 말았다.

에이스 총출동했지만... '수비'로 자멸한 SK

스나이더, '경기는 이제 시작이야' 지난 7일 오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의 KBO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11회 말 1사 2루에서 넥센 스나이더가 1타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

▲ 스나이더, '경기는 이제 시작이야' 지난 7일 오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의 KBO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11회 말 1사 2루에서 넥센 스나이더가 1타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 ⓒ 연합뉴스


넥센은 1회 SK 에이스 김광현의 제구 난조에 힘입어 선취점을 뽑았다. 1사 이후 3연속 볼넷으로 얻은 만루 찬스에서 유한준의 희생 플라이로 첫 득점을 올렸다. 하지만 추가점에 실패한 넥센이 주춤한 틈을 타, SK가 5회 초 선두타자 앤드루 브라운이 호투하던 넥센 선발 앤디 밴 헤켄에게 첫 안타를 솔로 홈런으로 뽑아내며 포문을 열었다. 이어 2사 3루 기회에서 SK 나주환이 적시타에 이어 넥센 야수들의 연이은 수비 실수를 틈타 홈까지 쇄도하며 단숨에 3-1로 역전에 성공했다.

넥센도 다시 반격했다. 김광현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SK 매릴 켈리를 상대로 7회 말 고종욱의 3루타와 이택근의 내야 땅볼로 2점을 뽑아내며 동점에 성공했다. 이후 경기는 본격적인 불펜 싸움으로 접어들었다. 넥센은 밴 헤켄 이후 손승락-조상우-한현희가 이어 던지며 호투했고, SK도 켈리가 3이닝 2실점을 내주기는 했지만 끝내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전유수와 정우람이 이어 던지며 승부는 어느덧 연장까지 접어들었다.

흐름이 갈린 11회에서 양 팀 모두 상대 실수 때문에 결정적인 득점이 나왔다. SK의 2사 1, 3루 찬스에서 한현희가 던진 공을 포수 박동원이 잡지 못하고 뒤로 빠뜨려 3루 주자 나주환이 홈을 밟았다. 팽팽하던 승부의 흐름이 SK 쪽으로 기우는 듯했다.

하지만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SK는 11회 말에도 마무리 정우람을 밀어붙였으나 1사 후 김민성과 브래드 스나이더에게 연속 2루타를 허용하며 너무 쉽게 동점을 허용했다. SK는 다시 윤길현을 마운드에 올렸으나, 이어진 2사 만루의 위기 상황에서 넥센 윤석민의 내야 플라이를 SK 유격수 김성현이 낙구 지점을 놓치면서 그대로 공이 그라운드에 떨어졌다. 이 틈에 3루 주자가 홈을 밟으며 경기는 넥센의 극적인 재역전승으로 마감했다. 공교롭게도 김성현은 올 시즌 정규리그 실책 23개로 이 부문 1위였다.

행운 따라준 넥센, 지옥에서 살아 돌아오다

넥센, 연장 승부 끝에 준PO 진출 확정 지난 7일 오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의 KBO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11회말 넥센 공격 2사 만루 상황에서 윤석민(왼쪽에서 두번째)의 플라이볼을 놓치는 유격수 김성현의 끝내기 실책으로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은 넥센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 넥센, 연장 승부 끝에 준PO 진출 확정 지난 7일 오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의 KBO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11회말 넥센 공격 2사 만루 상황에서 윤석민(왼쪽에서 두번째)의 플라이볼을 놓치는 유격수 김성현의 끝내기 실책으로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은 넥센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넥센의 처지에서는 그야말로 지옥 문턱에서 살아 돌아온 셈이다. 양 팀 모두 총력전을 펼쳤지만, 만일 2차전까지 갔다면 넥센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넥센은 에이스 밴 헤켄을 제외하면 확실한 선발이 부족한 상황이었고, 이날 경기가 연장까지 치달으면서 주력 불펜진을 모두 소모했다. 특히 필승조 조상우는 무려 3이닝이나 소화하여 2차전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미 정규시즌 3위 경쟁에서 두산에 밀려 와일드카드 결정전까지 밀려난 터라 분위기가 좋지 않았던 넥센이다. 천금 같은 상대 실책에 의한 기사회생이었다. 어쨌든 1차전에서 시리즈를 끝내면서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를 대비한 출혈을 그나마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도 다행이다. 그러나 이날 넥센도 연이은 실책성 플레이로 실점의 빌미를 내줬다는 점은, 실력보다 운이 따라준 승리였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SK는 정규시즌에 보여준 롤러코스터 행보를 포스트시즌에서도 재현했다. 불안했던 뒷문과 수비가 결정적인 순간에 역시 발목을 잡았다. 가을야구 경험이 풍부한 SK답지 않게 선수들이 긴장한 듯 평소 같지 않은 플레이가 많았다.

김용희 감독은 이날 평소보다 한 박자 빠른 과감한 투수교체를 단행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로 돌아갔다. 초반 제구력이 흔들렸으나 1실점으로 호투하던 김광현이 투구 수 88개 만에 내려가고, 선발자원인 켈리를 구원 투입한 초강수는 오히려 동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정규시즌 후반기 구위 저하로 우려를 자아냈던 마무리 정우람도 이날 9회 말 2사에서 구원 등판해 10회 말까지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명예 회복하는 듯했다. 그러나 1점 차로 앞선 11회 말 뼈아픈 동점을 허용하며 그간의 호투도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SK로서는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켰지만, 그렇다고 크게 만족하기도 어려운 2015시즌이었다. 개막 전까지 삼성의 대항마로까지 거론되며 우승후보라는 평가를 들었던 SK는 시즌 내내 부침을 거듭하며 9월 초까지 7~8위를 전전하는 부진에 시달렸다. 경쟁 팀의 동반 난조와 막판 분전으로 시즌 최종전에서 극적으로 5위를 차지하며 와일드카드 티켓을 따내기는 했지만, 5할에도 못 미치는 승률은 SK가 기대했던 성적표와는 거리가 있었다. 3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이라는 기쁨도 와일드카드 결정전 패배로 한 경기 만에 막을 내리며 다시 김이 빠졌다.

2000년 이후 무려 15시즌 만에 1군 감독으로 돌아온 김용희 감독은 '시스템 야구'를 표방하며 첫 시즌 팀을 가을야구로 이끄는 데 성공했으나, 용병술과 위기관리 능력에서 크고 작은 아쉬움도 남겼다. 포스트시즌과 큰 경기에 강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SK만의 색깔을 끝내 찾지 못했다. 다소 어정쩡하게 막을 내린 2015시즌이 됐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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