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삼시세끼-어촌편 시즌2>의 나영석 PD

tvN <삼시세끼-어촌편 시즌2>의 나영석 PD ⓒ CJ E&M


"하루가 별다른 일 없이 지나간다고 해도 그 중에 반짝 하고 빛나는 순간은 있어요.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게 어쨌든 계속 찍는 거니까, 꼼꼼하게 테이프를 돌려보다 보면 미세하게라도 그런 순간을 찾아낼 수 있죠. 예를 들어 유해진씨와 차승원씨가 대화를 나누다가 본인들도 모르게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겠죠. <신서유기>에서도 이승기씨가 촬영이 다 끝나고 제작진과 음식을 먹다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고민을 얘기하잖아요. 그런 순간을 캐치해 시청자와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생각해 보면 최근 나영석 PD가 연출하는 예능 프로그램에는 별다른 굴곡이 없다. KBS <해피선데이-1박 2일> 시절 복불복이나 야외 취침 등 예능적 장치를 즐겨 사용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꽃보다> 시리즈에선 출연진들이 여행하는 과정을 따라갔고, <삼시세끼>에선 말 그대로 출연진이 하루종일 끼니를 해먹는 과정을 담기만 했다.

그럼에도 그의 연출작들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나 PD의 말처럼 '순간'을 놓치지 않은 덕분이다. 신구가 돌아오지 못할 청춘을 그리워하며 지금의 청춘들을 격려하는 장면은 <꽃보다> 시리즈의 상징이 됐고, <삼시세끼>에서도 화려한 삶을 살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스타들이 소소한 일상을 보낸다는 설정으로 인기를 얻었다. <신서유기>에서는 소원을 이뤄주는 드래곤볼의 존재를 빌려 옛 <1박2일> 멤버들의 속내까지 들여다봤다.

돌아온 tvN <삼시세끼> 시리즈인 '어촌편 시즌 2'(이하 <어촌편 2>)도 이 연장선상에 놓인 프로그램이다. 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만난 나영석 PD는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지만 이 심심한 장소에서 사람들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걸 연속극처럼 보고 싶어 하는 시청자들이 많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시청률은 다소 떨어진다고 해도, 이 프로그램의 핵심을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들이 계속 편하게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연출의 변을 전했다.

느긋해진 차승원, 여유 찾은 손호준

 tvN <삼시세끼-어촌편 시즌2> 포스터

tvN <삼시세끼-어촌편 시즌2> 포스터 ⓒ CJ E&M


지난 시즌과 비교해 보면 <어촌편 2>는 계절만 달라졌을 뿐 출연진도 촬영 장소도 그대로다. 혹독한 미션이 추가된 것도 물론 아니다.

그렇다고 변화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김대주 작가는 "<어촌편 2>는 심화편이라 생각한다"며 "새로운 곳에 가서 다시 시작한다면 배경은 달라져도 하는 일들은 반복될 수 있겠지만, 같은 곳에 다시 간다면 기존의 노하우로 다른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효정 PD도 "지난 시즌이 자연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면, 이번엔 사람에게 영향을 받는다"며 "차승원과 유해진 간의 관계, 그들과 마을 사람들과의 관계 같은 것에 집중하는 시즌이 될 것 같다, 특히 차승원과 유해진의 관계는 더욱 농익어 마치 노부부 같을 것"이라고 전했다.

덕분에 '차줌마' 차승원은 한결 느긋해졌다. 나영석 PD는 "지난 시즌에서 악착같은 안주인 같은 모습이 있었다면, 이제는 약간 '유해진화'됐다"며 "제작진 입장에선 요리에 대한 부담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본인이 다 버리고 왔더라"고 말했다. 또 "이젠 재료가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또 없는 대로 '대충 해먹자'는 느낌이 생겨서 요리도 훨씬 소박해졌다"고 전한 나 PD는 "지난 시즌엔 집에서 할 일이 많아 시간이 없었지만, 이젠 남는 시간이 생기다 보니 차승원도 섬 생활을 즐기게 됐다"고 전했다.

두 대선배 앞에서 한없이 작아졌던 손호준도 달라졌다. 신효정 PD는 "지난 시즌에선 '쭈굴미'가 있었다면 이젠 다리도 A자에서 H자 정도가 될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나 PD도 "오래 함께 있다 보니 (차승원, 유해진의) 심리상태를 잘 알게 됐다, '베테랑 머슴이라는 것은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게스트가 와도 '이 구역의 최고 머슴은 나야'라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만재도 주민들과의 관계도 더욱 돈독해졌다. 나 PD는 "덕분에 그 전까진 집 안에서만 생활했다면 이젠 섬 전체의 일에도 동참하는 상황들이 생기더라"며 "특별히 주민 중 스타가 나오거나 활약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 말할 순 없겠지만, 도드라지지 않게 (출연진에) 섞여서 이야기의 한 부분을 담당하게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대주 작가도 "30명 넘는 제작진이 있지만 만재도 주민도 제작진이라 생각하고, 차승원-유해진-손호준이 주인공이지만 만재도와 만재도 주민 역시 주인공이라 생각한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자연인 이진욱, 드라마 속 이진욱과 다르더라"

<삼시세끼> 시리즈의 또 다른 재미는 그 속에 등장하는 동물들과 매회 등장하는 게스트의 활약에 있다.

이번 <어촌편 2>에서는 부쩍 성장한 강아지 산체와 고양이 벌이의 종을 뛰어넘는 우정을 목격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 제작진의 공통된 의견이다. 신효정 PD는 "산체와 벌이가 어렸을 때부터 함께 생활했던 만큼 촬영을 하지 않는 기간에도 종종 만나 놀게 했다"며 "덕분에 개와 고양이지만 서로 장난도 치고 잘 지낸다, 산체가 산책을 가느라 방에서 사라지면 벌이가 산체를 찾으면서 울 정도라 이번 편이 끝나면 또 어떻게 따로 키울지 걱정할 정도"라고 말했다.

또 드라마 촬영으로 늦게 합류한 손호준 대신 <어촌편 2>의 시작을 함께한 제국의아이들 멤버 박형식에 대해 나영석 PD는 "게스트를 섭외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원래 있던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느냐는 것, 그리고 섬에서 얼마나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느냐인데, 박형식은 나이 차이가 나는 형들과의 사이에서도 귀여운 막내 역할을 잘 할 것 같다는 느낌이 확 왔다"고 평했다.

두번째 게스트인 배우 이진욱을 두고는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공항 사진을 보니 드라마에서 본 사람과는 다른 사람이더라"며 "대중에게 소비되는 본인의 이미지가 뭔지도 정확하게 알고 있지만, 자연인으로서의 그는 또 우리가 전혀 모르는 모습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섭외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상상하는 도회적이고 세련되고 로맨틱한 이진욱이 있다면, <어촌편 2>에서 만난 자연인 이진욱은 '좀 부족한 사람'인 것 같다, 할 줄 아는 건 이것저것 많은데 또 그렇게 제대로 하는 건 없더라"고 말한 나 PD는 "그런데 낚시에 두각을 드러냈다, 본인도 재능을 발견하고 놀라워했다"며 기대를 당부했다.

<삼시세끼-어촌편 시즌 2>는 오는 9일 오후 9시 45분에 첫 방송된다.

삼시세끼-어촌편2 나영석 차승원 유해진 손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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