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갈라프레젠테이션 초청작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동서대학교 센텀캠퍼스 컨벤션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이복자매의 존재를 알게 되는 세 명의 자매들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이다.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갈라프레젠테이션 초청작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동서대학교 센텀캠퍼스 컨벤션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이복자매의 존재를 알게 되는 세 명의 자매들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이다. ⓒ 유성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에서 가족은 분명 주요한 소재다. 그는 최근작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2011),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좀 멀게는 <걸어도 걸어도>(2008), <아무도 모른다>(2004) 등 여러 작품에서 가족을 변주하며 주제 의식을 드러내 왔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들고 온 <바닷마을 다이어리> 역시 가족을 담았다. 4일 오후 해운대 동서대학교 센텀캠퍼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러한 해석을 전하자 그는 "이번엔 좀 더 넓게 시간에 대한 이야기로 봐 달라"고 응수했다.

10년 사이 여읜 부모, 그의 영화를 바꿔놓다

영화에는 한 집에서 생활하는 네 자매가 등장한다. 자신을 버리고 떠난 부모를 원망하면서도 끈을 놓지 않으며, 어떻게든 성숙하게 받아들이려는 이들은 각기 다른 개성으로 다투면서도 화해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아는 가족이기 때문이다. 절망하지 않고 성장하는 캐릭터들은 관객에게도 위로를 전하기 충분하다.

- 당신의 영화를 관통하는 소재가 바로 가족이다. 이번 작품 역시 불완전하지만 가족이 등장하고, 더 나아가 이들을 통해 관객에게 위로를 전하고자 하는 느낌이 강하다.
"근 10년 사이 아버지와 어머니를 잃었다. 가족을 내 영화에 계속 그리는 건 아마 그 때문일 거다. 특별히 가족이란 소재를 의식하진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거 같다.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원작 만화를 봤을 때 내 작품 세계와 연결된다고 느꼈고, 그래서 영화화했다.

내용으로만 보면 모든 극적 사건이 끝난 뒤에 벌어지는 이야기다. 아버지가 애들을 버리고, 엄마마저 이들을 떠난 그다음을 말하고 있다. 남겨진 이들이 과거에 받은 상처를 딛고 어떻게 지내는지가 핵심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시간에 대한 영화라는 거다. 최근에 사람들이 나보고 낙관적이 됐다는 말을 많이 한다. 이 역시 의도적인 건 아니다. 보통 내가 영화를 어떤 시선으로 찍고 있지는 촬영 중에 깨닫는 때가 많은데 이 영화를 찍으면서 죽은 아버지의 시선으로 인물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따뜻한 시선으로 딸들을 지켜보고 축복하는 느낌이 영화에 담겼을 거다."

- 올해 칸영화제 상영 직후 평이 엇갈렸다. 부드러운 음식에 비유해 따뜻한 감성을 세밀하게 풀었다는 평도 있었고, 너무 여성적 감성에 의존하는 거 아니냐는 말도 있었다.
"프랑스에서 비평이 갈렸다는 건 잘 몰랐다. 현장 반응을 따로 체크하진 않아서 지금 알게 됐다. 평이 갈리는 자체는 나쁘진 않다. 사실 칸에 갈 때 은은한 수채화 같은 이 영화를 어떻게 볼지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 물론 이 작품을 더 극적으로 만들 수도 있었다. 충분히 가능한 소재였고. 다만 원작을 보고 내가 느낀 감동을 고스란히 전하고 싶었다. 지금의 결과물에 난 만족한다."

- 영화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이 있다면? 제사 장면도 여러 번 반복되는데 상징적이다.
"매실주를 담그는 장면이다. 모든 일본 가정이 그렇진 않겠지만 집에서 많이들 매실 장아찌나 매실주를 담글 것이다. 영화 속에선 네 자매의 할머니 때부터 매실주를 담갔는데, 그걸 딸들이 계승한다. 시간의 흐름을 상징하는 장면이라 내겐 소중하다. 우리 어머니도 매실주를 종종 담그셨다. 내 인생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는 장면이다.

또 영화엔 세 번의 제의가 등장한다. 주인공들이 세 번 상복을 입는데 이 역시 시간과 관계가 있다. 처음엔 아버지 장례식. 여기선 딸들이 치러낸다. 다음은 할머니 7주기. 이때는 그 집안사람들이 치른다. 마지막은 동네 단골 식당 아주머니의 장례. 이건 온 마을 사람들이 치러낸다. 추모의 대상과 모이는 사람의 범위가 넓어지는 셈이다. 이건 막내딸 스즈(세 언니와 배다른 딸)가 마을에 이사 와서 사람들과 사귀며 시야를 넓혀가는 것과 일치하도록 구성한 결과다."

- 그간 작품을 보면 철없는 어른과 성숙한 아이가 많이 등장한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도 그렇고 <걸어도 걸어도> 역시 마찬가지다. 세상 물정 무시하는 어른과 속 깊은 아이의 대비가 재밌다.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다.(웃음) 어쩌면 내가 어릴 때 굉장히 조숙했던 게 영향을 주고 있는지도. 시나리오를 쓰다 보면 아이답지 않은 아이를 자꾸 쓰게 된다. 또 주변에 철이 덜 든 어른에게 신경 쓰인 게 굉장히 현실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이제 슬슬 성숙한 어른도 다뤄볼 때가 됐나 하는 생각도 든다."

- 부산영화제와 인연이 깊고 스스로도 좋아한다고 말해왔다. 구체적인 이유는?
"아마 1998년이나 1999년에 부산을 처음 찾았을 거다(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원더풀 라이프>로 1998년 부산영화제를 처음 방문했다-기자 주). 그땐 영화제 초기라 지금처럼 화려하진 않았다. 내가 감독으로 데뷔한 직후 바로 초청해 준 곳이 여기다. 영화제가 이렇게 성장한 건 집행위원, 자원봉사자, 스태프들, 기자 및 관객 분들의 덕이다. 나 역시 감독이 된 지 20년이 지났다. 부산영화제와 함께 걷고, 성장한 느낌이다. 그만큼 내겐 의미가 큰 곳이다."

배우 나가사와 마사미가 전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갈라프레젠테이션 초청작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배우 나가사와 마사미가 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동서대학교 센텀캠퍼스 컨벤션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이복자매의 존재를 알게 되는 세 명의 자매들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이다.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갈라프레젠테이션 초청작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오른쪽)과 배우 나가사와 마사미가 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동서대학교 센텀캠퍼스 컨벤션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유성호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둘째 딸 코우다 요시노 역을 맡은 나가사와 마사미도 참석했다. 올해 28세인 그는 지금까지 40여 편의 작품에 출연한 일본의 스타 배우이기도 하다. "평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을 존경해왔다"던 그는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통해 소원 풀이를 했다. 전작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에 출연하긴 했으나 분량이 극히 적었고, 이번 작품에서 주연으로 분하며 감독과 정식 호흡을 맞췄다.

"감독님은 모두의 성장을 독려하는 분이다. 현장에서 감독이란 존재는 절대적이라 배우가 수동적이 되기 십상인데 감독님은 배우와 스태프를 성장하게 하신다. 여러 의견을 잘 들어주시고 반영도 해주신다. 해외영화제에 자주 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마치 내 길을 따라오라고 말하는 거 같다. 세상이 넓고 새로운 게 많다는 걸 몸소 보여주는 분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바닷마을 다이어리 나가사와 마사미 부산국제영화제 부산영화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