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CJ엔터테인먼트)과 <암살>(쇼박스)이 쌍끌이 흥행에 성공하고 떠난 자리를 이어받은 건 <사도>(쇼박스)와 <탐정: 더 비기닝>(CJ엔터테인먼트)이다. <앤트맨>, <메이즈 러너: 스코치 트라이얼>, <인턴> 등 만만치 않은 할리우드 외화의 도전이 이어졌으나 앞의 두 영화에 비할 바 아니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기세에 눌려 맥을 못 추던 상반기를 떠올려본다면 그야말로 놀랄 만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한국영화의 흥행 뒤엔 오랫동안 이어져온 외화 위주의 흥행세에 싫증을 느낀 관객들이 존재한다. 자막이 있는 영화를 보지 않고 모국어로 이야기되는 영화만 관람하는 관객층을 무시할 수 없는데 이들이 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이어지는 한국영화 흥행에 상당부분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특급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부재했다는 점과 비교적 잘 빠진 한국영화가 제법 등장했다는 점, 주요 배급사가 배급역량을 총동원해 분위기를 끌어갔다는 점도 한국영화들이 외화를 압도하고 있는 이유로 꼽힌다.

그렇다고 모든 한국영화가 성공을 거둔 건 아니다. 어떤 부분에서든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매력을 갖춘 작품들만이 흥행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CJ엔터테인먼트,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NEW의 4대 대형 배급사 가운데 단 두 회사만이 치열했던 8, 9월 성수기 대전에서 살아남았다. 주지하다시피 <베테랑>과 <탐정: 더 비기닝>의 CJ엔터테인먼트와 <암살>과 <사도>의 쇼박스다. <협녀: 칼의 기억>과 <서부전선>을 내놓은 롯데엔터테인먼트 등은 참담한 실패를 겪어야 했다.

하지만 승패는 병가지상사라 했다. 계절마다 수편의 영화가 피고 지는 극장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다가오는 10월은 할리우드를 위시한 외화와 국내영화 모두 거품을 빼고 내실로 승부하는 시기다. 블록버스터라는 이름보다는 작품이라 부르는 게 어울리는 영화들이 관객의 선택을 기다린다. 특히 스티븐 프리어스, M. 나이트 샤말란, 로버트 저메키스 등 유명 감독들의 신작이 연이어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자본이 아닌 영화팬의 입장에서 성수기란 바로 지금을 가리키는 말일지 모른다.

① [마션] 리들리 스콧, 시들지 않는 노장의 열정

마션 국내 메인 포스터

▲ 마션 국내 메인 포스터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2013년 <그래비티>, 2014년 <인터스텔라>가 있었다면 올해는 <마션>이다. 어느덧 만 78세, 노년에 이르렀지만 리들리 스콧의 왕성한 활동은 여느 젊은 감독 저리가라다. 지난해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을 통해 성경 속 이야기를 새롭게 해석한 그는 <마션>에서 화성을 무대로 역경을 이겨내는 인간승리의 드라마를 그려냈다.

수구초심일까. <에이리언>과 <블레이드 러너>로 명성을 얻은 노감독의 관심이 최신작 <마션>과 <프로메테우스>시리즈 등 다시금 우주로 쏠리는 게 인상적이다. 그의 집념이 어떤 결과를 빚어낼지 궁금하다.

<인터스텔라>에서 인상적인 조연으로 활약한 맷 데이먼과 제시카 차스테인이 다시 한 번 우주를 무대로 펼쳐지는 이야기의 주연으로 등장하고 제프 다니엘스, 케이트 마라, 크리스틴 위그, 세바스찬 스탠, 숀 빈 등 검증된 배우들도 다수 등장해 영화의 품격을 높인다. 8일 개봉.

② [팬] 다시 돌아온 피터팬의 모험

팬 국내 메인 포스터

▲ 팬 국내 메인 포스터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동화 <피터팬>이 다시 한 번 영화로 돌아온다. 10여 년 주기로 돌아오는 피터팬 이야기를 보고 있자면 영원히 자라지 않는 네버랜드의 피터 만큼이나 이야기 역시도 나이를 먹지 않는 듯하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한 1992년 작 <후크>가 개봉한지 11년 만인 2003년에 제레미 섬터를 피터팬으로 내세운 <피터팬>이 나왔고, 그로부터 다시 12년이 흘러 <팬>이 등장한 것이다.

<오만과 편견>, <어톤먼트> 등을 만든 조 라이트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휴 잭맨, 아만다 사이프리드 등이 출연해 외형적으로는 지난 두 편의 영화에 뒤지지 않는다. 새롭게 돌아온 피터팬은 지난 두 편의 영화가 도달하지 못한 전설의 영역에 접어들 수 있을까? 8일 확인할 수 있다.

③ [더 홈즈맨] 반갑다, 서부극

더 홈즈맨 국내 메인 포스터

▲ 더 홈즈맨 국내 메인 포스터 ⓒ 와이드릴리즈(주)


10월 개봉작 리스트에서 눈길을 끄는 것 중 하나는 맥이 끊긴 줄만 알았던 서부극이 두 편이나 포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마이클 패스벤더가 주연한 <슬로우 웨스트>와 토미 리 존스가 감독 겸 주연을 맡은 <더 홈즈맨>이 주인공이다. 매즈 미켈슨과 에바 그린이 출연해 바싹 마른 서부의 황량함을 표현한 2014년 작 <웨스턴 리벤지> 이후 오랜만에 만나는 서부극이기에 벌써부터 서부영화 애호가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이번에 나오는 두 영화는 서부를 배경으로 했다는 것뿐 전통적인 서부극이라기 보단 스릴러적인 로드무비에 가깝다. 앞의 영화는 냉정한 현상금 사냥꾼과 낭만적인 소년의 동상이몽의 여정이며, 뒤의 영화는 의로운 여장부와 어쩔 수 없이 함께하게 된 늙은 총잡이의 기묘한 동행기이기 때문이다.

하버드 대학교 출신으로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지식인이자 <도망자> 시리즈와 <맨 인 블랙> 시리즈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토미 리 존스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기대를 모은다. 감독 연출작인 <토미 리 존스의 쓰리베리얼>로 서부극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그의 새로운 서부영화가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을지 몹시도 궁금하다. 8일 개봉한다.

④ [더 비지트] 비운의 연출자는 설욕에 성공할까

더 비지트 국내 메인 포스터

▲ 더 비지트 국내 메인 포스터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네 번째 연출작이었던 <식스 센스> 이후 좀처럼 그 수준의 작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M. 나이트 샤말란의 신작이 8일 개봉한다. 나이트 샤말란은 <싸인>, <빌리지> 등 미스터리 장르에 꾸준히 관심을 보여 왔지만, 작품보다는 자신의 전작에 근접하지 못하는 그 자신의 경력이 더욱 미스터리하게 느껴지는 비운의 연출자다.

여전히 그의 영화 포스터엔 '<식스 센스> 이후...'류의 광고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이후 그가 내놓을 영화들엔 <식스 센스> 대신 <더 비지트>라는 말이 들어갈 수 있을까? 서서히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을 그의 팬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⑤ [라이프] 전설의 화보, 그 뒷이야기가 공개된다 

라이프 포스터

▲ 라이프 포스터 ⓒ (주)프레인글로벌


젊은 할리우드 남자배우들 가운데 가장 주가가 높은 두 배우가 뭉쳤다. 데인 드한과 로버트 패틴슨이 그들이다. 이들은 각기 무명배우에서 일약 시대를 대표하는 스타로 자리매김한 제임스 딘과 라이프지의 사진작가 데니스 스톡을 연기했다. 데니스 스톡이 찍어낸 제임스 딘의 전설적인 화보 탄생기가 영화 <라이프>를 통해 재현된 것이다.

스스로도 사진작가 출신인 감독 안톤 코르딘이 제임스 딘과 데니스 스톡의 작업을 어떻게 영화화했을지 몹시도 궁금하다. 아마도 영감이 뚝뚝 떨어지는 영화가 탄생하지 않았을까. 15일 개봉한다.

⑥ [리그레션] 자신의 장기로 돌아온 명감독

리그레션 포스터

▲ 리그레션 포스터 ⓒ (주)박수엔터테인먼트


페드로 알모도바르 이후 스페인을 대표하는 영화감독으로 손꼽히는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의 신작이 15일 개봉한다. 2001년 작 <디 아더스>로 할리우드까지 진출한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의 여섯 번째 영화인 <리그레션>은 엠마 왓슨과 에단 호크를 내세운 정통 스릴러물이다. 영화팬이라면 누구나 주목하고 있을 명성 높은 감독이 자신의 장기인 스릴러 장르에서 얼마만큼의 성취를 이룩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⑦ [챔피언 프로그램] 영웅 뒤에 숨겨진 치밀한 속임수

챔피언 프로그램 포스터

▲ 챔피언 프로그램 포스터 ⓒ 판씨네마(주)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명감독으로 할리우드 상업주의와 유럽 작가주의 사이에서 나름의 작품을 빚고 있다고 평가받는 스티븐 프리어스의 신작이다. <위험한 관계>를 통해 쇼데를로 드 라클로의 동명 서간체 소설을 감탄이 나올 만큼 멋지게 영화화했고 <페일 세이프>로 냉소적이지만 냉철한 비판의식을 선보였던 스티븐 프리어스다. 그가 이번엔 랜스 암스트롱이란 전설적 사이클 영웅의 성공 뒤에 숨겨진 치밀한 속임수를 낱낱이 까발린다. 희대의 영웅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궁금하면 15일에 가까운 극장을 찾으시라.

⑧ [노크 노크] 작다고 무시하면 곤란하다

노크 노크 포스터

▲ 노크 노크 포스터 ⓒ (주)팝엔터테인먼트


본래 5월 개봉예정이었던 <노크 노크>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밀려 자리를 찾지 못하고 10월까지 떠밀린 비교적 작은 공포영화다. 하지만 작다고 해서 무시해선 곤란하다. 스스로 공포물의 광적인 팬이라고 공공연히 밝혀온 감독 일라이 로스가 <호스텔> 시리즈를 통해 단박에 스타 공포영화 연출자로 자리 잡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공포물의 팬 가운데 그의 재능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키아누 리브스라는 할리우드 간판스타를 주연으로 기용한 이 영화에서 일라이 로스가 그 재능을 만개시키길 바란다. 22일 개봉한다.

⑨ [사우스포] 가슴을 끓게 하는 복싱 한 판

사우스포 포스터

▲ 사우스포 포스터 ⓒ 와우픽쳐스


가슴을 끓게 하는 복싱영화 한 편이 개봉한다. 남자냄새 가득한 작품들을 주로 찍어온 안톤 후쿠아 감독의 신작 <사우스포>가 그것이다. 왼손잡이를 가리키는 말인 사우스포를 제목으로 채택한 이 영화는 한 순간에 나락까지 추락한 왕년의 세계 챔피언이 재기하는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그린다.

<록키> 이후 또 하나의 끝내주는 복싱영화가 탄생할 수 있을까? 제이크 질렌할, 레이첼 맥아덤즈, 포레스트 휘태커 등 출연배우들의 면면은 기대를 모으기 충분하다. 공은 29일 울린다.

⑩ [하늘을 걷는 남자] 최고의 배우와 감독이 만났다

하늘을 걷는 남자 포스터

▲ 하늘을 걷는 남자 포스터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포레스트 검프>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거머쥐며 스티븐 스필버그 사단의 일원에서 어느덧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명감독으로 자리 잡은 로버트 저메키스의 신작이 29일 우리를 찾아온다. 412미터 상공 월드 트레이드 센터 꼭대기를 걷는 조셉 고든 래빗의 모습은 영화 개봉 전부터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조토끼' 조셉 고든 래빗이 할리우드 최고의 감독 가운데 한 명인 로버트 저메키스와 조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설레는 이 영화가 영화사에 또 어떤 족적을 새기게 될지 자못 기대된다.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할 만한 작품.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성호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goldstarsky.blog.me)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마션 더 홈즈맨 하늘을 걷는 남자 리그레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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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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